[이데일리 김응태 기자] ‘농슬라’(농기계 테슬라)로 불리는 디어앤컴퍼니의 올해 3분기 실적이 시장 기대치를 웃돌았다. 판가 인상으로 외형이 성장하고 수익성도 개선됐다. 다만 일각에선 고금리 기조가 지속되고 급등한 곡물 가격이 안정되면서 농기계 수요가 둔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기 시작했다. 증권가는 북미 인프라 투자로 건설 부문 수요가 견조한 데다, 금리 등 시장지표 개선 시 높은 수익성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 디어앤컴퍼니의 자율주행 트랙터. (사진=로이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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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선 하나증권 연구원은 7일 “디어앤컴퍼니의 올해 3분기 매출액은 158억달러를 기록하며 전년 대비 12% 증가했다”며 “누적된 판가 인상 효과가 지속되며 전년 대비 매출액 성장세를 이어갔다”고 진단했다.
3분기 영업이익은 35억2000만달러로 전년 대비 32.9% 성장했다. 영업이익률은 3.5%포인트 상승한 22.3%를 기록했다. 매출액 성장률 둔화에도 공급망 불확실성 해소가 계속되며 전 부문에서 생산비용 절감이 이뤄진 것으로 풀이된다.
디어앤컴퍼니는 3분기 실적 호조에 힘입어 올해 연간 순이익 가이던스를 97.5억~100억달러로 추가 상향했다. 4분기에도 공급망 불확실성 해소에 따른 생산비용 감소세가 이어질 것이란 근거에서다. 상향된 가이던스 상·하한 적용 시 2023회계연도 순이익은 전년 대비 36.7%~40.2% 범위 내에서 증익이 예상된다는 분석이다.
실적이 개선됐지만 실적 발표 당일 디어앤컴퍼니의 주가는 5.28% 하락했다. 건설기계와 농기계 모두 전분기 대비 출하량 증가세가 둔화하며 과거 4개 분기 동안 이어졌던 고성장세가 일단락됐다는 시각이 확산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수요 강도가 가장 약했던 소형 농기계 부문 출하량이 전분기 대비 감소하며 부진했다고 짚었다.
내년 역시 수요 부진 우려가 제기된다. 특히 지난해 급등했던 곡물가격이 회귀하는 가운데 고금리 여파가 지속되며 농기계 수요가 위축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다만 증권가에선 주요 곡물 가격의 수준은 과거 대비 여전히 높은 데다, 재고가 역사적으로 봤을 때 낮은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아울러 오는 2024년에도 북미 인프라 정책과 제조업 리쇼어링 트렌드가 이어지며 견조한 실적을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유 연구원은 “금리, 곡물가격 등 시장 지표 개선으로 농기계 수요 증가세가 동반된다면 절대적인 순이익은 높은 수준에서 지속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