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 신경과 김태정 교수] 명절 연휴에 응급실 당직 근무를 하다 보면 이전과 다르다는 이유로 자녀가 부모를 모시고 방문하는 경우가 있다. 응급실 방문하게 된 이유는 ‘갑자기 이해력이 떨어져 치매 증상인 것 같다’, ‘한쪽 다리를 끌고 걷는다’, ‘이전과 다르게 얼굴이 비대칭이다’, ‘말을 하는 데 전보다 좀 어둔한 것 같다’ 등 다양하다. 이렇게 방문한 많은 환자는 뇌졸중으로 진단된다.
증상이 정확하게 언제부터 생겼는지 날짜와 시간 단위로 병력 청취를 하다 보면 정확하게 잘 모르는 경우가 있다. 대부분의 자녀가 부모와 멀리 떨어져 살다가 명절에 부모의 건강상태 이상을 발견하고 응급실을 동행하기 때문이다. 이렇다 보니 뇌졸중 골든타임인 4.5시간을 넘어서 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명절에 응급실을 찾는 경우는 비교적 경증인 경우가 많지만, 15~20% 정도는 중증 뇌졸중으로 장애가 심하게 남아 평생 침상생활을 하는 경우도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초고령사회 임박…고령 뇌졸중 환자 ‘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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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뇌졸중학회 보고에 따르면 4명 중 1명이 뇌졸중을 경험하고 국내에서는 매년 10만~15만명의 새로운 뇌졸중 환자가 발생하는 것을 보면 흔한 질환이다. 초고령화 사회에서 그 숫자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30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65세 이상 고령인구가 900만명을 넘었다. 전체 인구 대비로는 17.5%인데 3년 뒤인 2025년 고령인구 인구 비중이 20.6%까지 높아져 초고령사회에 접어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문제는 노인 5명 중 1명(20.8%)이 홀로 사는 노인이라는 점이다. 2050년에는 40% 이상이 65세 이상이 고령일 것으로 예상돼 독거노인 가구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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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와 뇌졸중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심평원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뇌졸중 환자 중 60세 이상이 84.6%로 노인인구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노인인구가 증가하며 뇌졸중 환자가 더욱 증가하는 구조인 셈이다. 그런데 독거노인 증가는 골든타임 내 뇌졸중 진료를 받지 못할 가능성을 높여 뇌졸중 환자의 중증화율을 높일 수 있다. 평생 후유장애가 남아 건강한 노년 생활이 어려워지게 되고 이는 사회 경제적 부담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비단 독거노인 비율뿐만 아니라 1인 가구 비율도 34.5%나 된다. 혼자 사는 사람들도 증가하면서, 뇌졸중 증상이 발생했으나 늦게 발견돼 골든타임 내 초급성기 치료를 받지 못하는 젊은 환자들도 응급실에서 종종 보게 된다. 응급실에서 혼자 지내다가 늦게 병원에 방문하는 뇌졸중 환자들을 보면서 혼자 지내는 부모님 집에 아이들을 보려고 집에 설치하는 폐쇄회로(CC)TV를 설치해야 하겠다고 이야기하기도 하고, 혼자 지낼 때는 서로서로 자주 안부를 확인해야 겠다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개인적인 해결책을 고려하기 전에 정부의 노인 및 1인 가구를 관리하고 돌볼 수 있는 체계적인 시스템 구축이 우선이 돼야 한다. 뇌졸중 초급성기 치료 시기를 놓쳐 후유장애를 갖는 환자들이 늘어난다면 그 부담은 온전히 국민이 부담하게 될 것이다. 지금 건강한 초고령 사회를 위한 대책 마련이 시작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