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용성 기자] 최근 중국 내부에서 심상치 않은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중국 주요 지역에서 네이버 접속 장애가 발생하고, 한국 연예인의 예능 프로그램 출연이 돌연 취소되면서다. 중국 내 ‘혐한주의자(한국이나 한국인을 싫어하는 사람들)’ 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한한령(한류금지령)’이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의 수혜를 받을 것으로 기대하던 리오프닝(경제 재개)주들이 눈치를 보고 있는 모습이다.
| 중국 베이징 거리를 걷고 있는 사람들. (사진=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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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한한령 분위기가 본격적으로 감지된 지난 23일부터 4거래일 동안
아모레퍼시픽(090430)은 3.31% 하락했다. LG생활건강도 약 4.30% 하락했다. 리오프닝 수혜를 받을 것으로 기대되던
클리오(237880)와
코스맥스(192820)도 같은 기간 2.56%, 3.34% 떨어졌다. 중국 리오프닝 수혜를 기대했던 화장품 업종이 한중 관계 악화로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또한, 화장품주 외에도 면세점·카지노주, 중국 내 수요가 많은 저비용항공사(LCC)주들도 약세를 보이고 있다. 같은 기간 동안
롯데관광개발(032350)과
호텔신라(008770)는 각각 2.84%, 3.47% 뒷걸음질쳤고,
티웨이항공(091810)과
진에어(272450)도 각각 3.59%, 1.25% 하락하며 약세를 보였다.
이는 최근 중국에서 감지되는 혐한 감정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중국 내 혐한주의자들은 한국 걸그룹 블랙핑크 공연을 관람한 중국 연예인들을 보이콧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들은 중화권 배우 안젤라 베이비를 비롯해 연예인, 인플루언서의 이름이 적힌 ‘블랙 리스트’를 공개하고, ‘악플세례’와 함께 이들이 출연하는 작품들을 보이콧하겠다고 선언했다.
가수 겸 배우 정용화씨는 중국 예능프로그램인 ‘분투하라 신입생 1반’에 게스트로 출연할 예정이었지만 불발됐다. 중국 일부 매체에서는 혐한 주의자들이 정용화씨의 출연을 두고, 방송사에 민원과 불만을 제기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또한, 최근 중국에서 네이버 접속 장애가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마지막 날인 지난 22일부터 발생해 닷새 넘게 이어지고 있다는 점도 혐한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있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23일 “정보가 없다”고 말했지만, 중국 당국에서 접속을 제한하고 있는 것이라는 추측이 이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지난 2016년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 문제로 시작된 한한령이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당시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한국에서 제작된 콘텐츠 등의 송출이 금지됐다. 중국 정부가 한국에 진출한 기업에 불이익을 주고, 소비자들은 조직적으로 한국 상품에 대해 불매운동을 하면서 한국 기업에 큰 피해가 발생했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중국의 일부 소비자들의 움직임을 두고 크게 우려할 시기는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 성연주 신영증권 연구위원은 “한한령의 크게 우려되는 지점은 정치적인 영역이고, 최근 불거진 이슈는 중국 정부에서 공식적으로 나오는 내용은 아니다”고 전했다. 이어 “중국 일부 소비자들의 단기적인 한한령 움직임을 중국 전반으로 확장해 일반화하기는 어렵다. 최근에 이슈가 불거졌으니 상황을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