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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논란의 중심에 선 특경법은 1983년 12월 31일에 제정됐다. 대형·조직·지능화되는 경제범죄에 대한 양형을 강화해 범죄를 줄이자는 취지다. 재계에서는 특경법이 경제범죄를 예방하는 긍정적인 효과도 있지만 과잉 처벌 등 일부 조항에 따른 부작용도 발생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문제가 되는 조항은 제14조다. 제 14조에는 ‘5억원 이상 횡령·배임 등의 범행에 대해 징역형의 집행이 종료되거나 집행을 받지 아니하기로 확정된 날부터 5년간 관련 기업에 취업할 수 없다’고 명시돼 있다. 애초 이 조항은 횡령·배임 등 중대한 경제 범죄 행위로 재산상 이득을 취한 기업체로 취업을 제한했다. 재직한 기업의 경쟁기업에 이득을 주기 위해 범죄를 저지른 뒤 징역 등을 살고 나와 경쟁기업으로 이직하는 대가성 취업을 막기 위한 조치였다.
하지만 법무부가 2019년 관련 시행령(제10조, 2019년 11월8일 시행)을 수정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취업 제한 대상에 재산상 ‘손해’를 본 기업들까지 포함했기 때문이다. 사실상 ‘총수 재취업 금지법’으로 총수가 운영하는 기업에도 취업을 제한한 것이다. 개정 전에는 범죄행위로 재산상 이득을 본 제3자 관련 기업에만 취업이 제한됐다.
취업제한 범위 등 시행령 규율로 죄형법정주의 위배
재계는 또 취업제한 조치가 단일 범죄에 대한 이중처벌이자 죄형법정주의를 어길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시행령 개정 전 취업제한 제도는 대가성 취업을 막는 것이 주된 취지였지만 시행령 개정으로 취업제한 기업체 범위가 확대돼 형 집행 등이 종료된 기업인의 기업복귀를 제한하게 되는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는 같은 범죄에 대해 두 가지 형벌을 부과하는 것과 같아 헌법(제13조 제1항)이 규정하는 ‘이중처벌금지 원칙’을 어길 소지가 있다는 얘기다.
재계는 형량의 가중, 취업제한의 기준이 되는 특경법상 범죄 이득액 하한이 30여 년간 고정된 부분도 잘못됐다고 꼬집었다. 범죄 이득액 하한은 1983년 특경법 제정 당시 최소 이득액의 기준을 1억원으로 설정한 뒤 1990년 5억원으로 조정한 이후 29년 동안 기준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무기징역이 가능한 구간(이득액 50억원 이상) 기준은 1984년 이후 35년간 조정되지 않았다.
다만 법무부의 취업 제한을 조치를 받더라도 이를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있다. 김정수 삼양식품 대표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김 대표는 횡령 혐의로 인한 집행 유예 판결로 법무부의 취업 제한 조치를 받았지만 법무부가 취업 승인을 받아들여 총괄 사장 자리에 다시 복귀했다. 김 대표는 법무부에 불닭시리즈를 개발해 2019년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만큼 경영성과를 고려해 취업 승인을 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관계자는 “특경법 시행령은 경제범죄에 대한 형사처벌이 이뤄지더라도 형 집행 종료 후 기업인의 복귀까지 제한하는 것으로 기업 경영에 대한 과도한 규제가 될 수 있다”며 “경영판단 실패로 볼수 있는 업무상 배임죄까지 해당하는 경우 경영권 침해가 더 클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시행령이 법률 자체에 큰 영향을 미치면서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격이 됐다”며 “범죄 이득액 하한을 대폭 상향 조정하는 것과 더불어 특경법상 취업제한 제도를 합리적으로 개정해 기업에 대한 과잉처벌과 과도한 경영권 침해로 이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