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부터 서울 종로에서 ‘책방 이음’을 운영 중인 조진석 대표는 도서정가제 개정을 앞두고 답답한 마음을 토로했다. 조 대표에 따르면 현행 도서정가제 하에 동네서점 마진율은 10~15% 수준이다. 출판사에서 책을 정가의 70~75%에 구입해와 15%(10% 가격할인과 5% 마일리지 적립)의 할인을 해주고 난 것이다. 물론 임대료, 월세, 전기세, 인건비 등의 고정지출은 따로 납부해야 한다.
조 대표는 매달 나가는 고정비용만 450만원 수준이라고 말했다. 임대료 300만원에 아르바이트생 인건비 100만원, 매달 나가는 전기세가 50만원 정도다. 문제는 처음 책방이 문을 열었을 때 이후 매출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것이다. 올해는 코로나 상황까지 겹쳐 월 매출이 1200만원을 넘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책 원가(최소 70%)를 제하면 360만원 정도다. 여기서 180만원 정도가 15%할인 비용으로 빠진다. 임대료와 인건비, 전기세를 제외하면 마이너스다. 조 대표는 “코로나는 누구나 힘든 상황이었으니 그래도 버텨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오는 11월 도서정가제가 개정돼 할인율이 더 확대되면 더 이상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종로구 혜화동에서 1953년 개업해 지금까지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 책방 ‘동양서림’의 최소영 대표도 지난 2014년 도서정가제가 개정되기 직전 버틸 수가 없어서 폐업을 생각했다고 호소했다. 최 대표는 “2014년 현행 도서정가제 개정 전에는 인터넷 대형서점과 할인 경쟁이 불가능해 동네서점은 참고서나 잡지를 파는 곳에 불과했다”고 회상했다. 상황이 나아진 건 현행 도서정가제 이후 주변 공공 기관과 도서관에서 동네 책방에서 책을 구매하면서다. 최 대표는 “인터넷 서점과도 가격경쟁이 가능해지면서 주변에서 이왕이면 가까운 동네서점에서 책을 구매하면서 매출이 많이 나아졌다”며 “또 다시 할인 압박이 커지면 조금이라도 더 할인해주는 곳에서 책을 구입하러 다들 떠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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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적으로 할인율을 확대한다는 내용은 없다. 하지만 서점계에서는 코로나19로 인한 야외행사가 폐지되는 현 시점에 도서축제 등을 통한 도서 할인판매율 상향 조정안은 현 실정과도 맞지 않고, 구간도서 할인율 강화안도 동네서점의 위기를 가속화할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실제 구간 도서 할인율 강화는 치명적이라고 이들은 입을 모아 말한다. 지난 2014년 도서정가제 개정 전 구간에 대해서는 할인이 무한정 됐을 당시 대형 서점을 중심으로는 책을 최대 90%까지 할인해서 판매했다. 당시 대형서점의 베스트셀러 순위 상위권을 전부 구간 도서가 점령하는 상황까지 벌어졌었다. 그만큼 할인을 해줄 수 없는 동네서점에서는 소비자들이 찾지 않았다.
동네서점 사라지면 출판 다양성 파괴 우려
출판계에서도 동네서점은 출판의 다양성을 위해서라도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형서점과 달리 동네서점은 각자 큐레이션에 맞게 다양한 책을 오랫동안 진열하고 독자들에게 소개를 해주는 기능을 하기 때문이다.
동네 책방을 자주 이용한다는 20대 김지현(가명) 씨도 “책방에 가면 각 서점만의 개성있는 큐레이션에 따라 책이 진열돼 있어서 새로운 책을 접할 수 있어 좋다”며 “동네서점이 문을 닫지 않도록 일부러라도 서점에 들러 책을 구매하려고 한다”고 전했다.
안찬수 책읽는 사회문화재단 사무처장은 “독자들의 후생을 위해서라도 도서정가제는 꼭 필요하다”며 “독자들의 후생은 다양한 책을 적정한 가격에 언제든 구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나친 가격 경쟁으로 일부 대형 출판사와 서점만 남을 경우 결국 문화적 다양성이 사라져 독자들의 선택권도 좁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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