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유료화' 물꼬 트는 공연계

EMK, 뮤지컬 '모차르트!' V 라이브서 유료 상영
서울예술단은 '잃얼' 2만원대 가격에 스트리밍
  • 등록 2020-09-01 오전 5:50:00

    수정 2020-09-01 오후 2:01:26

뮤지컬 ‘모차르트!’(왼쪽)와 창작가무극 ‘잃어버린 얼굴 1895’ 공연 장면
[이데일리 윤종성 기자] 코로나19 재확산 여파로 공연들이 줄줄이 취소· 중단되고 있는 가운데 공연계가 영상 유료화를 통해 새로운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다. 아직 국내에선 공연 영상의 유료화 시장이 걸음마 단계여서 큰 수익을 기대하기 힘들지만, 코로나19를 계기로 시장 개화 시기가 앞당겨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채비를 서두르는 모습이다.

31일 공연계에 따르면 EMK뮤지컬컴퍼니(이하 EMK)는 추석 연휴인 오는 10월 3~ 4일 뮤지컬 ‘모차르트!’의 비대면 라이브 공연을 네이버 브이 라이브(V LIVE)를 통해 유료 상영한다. 슈퍼주니어, 트와이스 등 일부 아이돌 콘서트가 V LIVE에서 유료 상영한 적 있으나, 뮤지컬 유료 상영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금껏 V LIVE에서 상영했던 ‘팬레터’, ‘마리퀴리’, ‘차미’, ‘전설의 리틀농구단’ 등의 뮤지컬 공연은 홍보 차원의 무료 공연이었다.

EMK는 이번 라이브 공연의 티켓 가격을 3만5000원으로 책정했다. 김지원 EMK 부대표는 “전례가 없는 뮤지컬 유료 상영이기에 티켓 가격을 결정하기 힘들었다”며 “아이돌 콘서트가 대부분 3만5000원인 점을 감안해 가격을 매겼다”고 설명했다. 티켓을 구매하면 라이브 공연 관람뿐 아니라, 48시간 동안 VOD 재생도 가능하다. 공연 티켓과 AR포토, 포토북 등의 MD(기념 상품)를 묶은 세트(3만9000원, 4만7000원)로도 구매할 수 있다. 10월 3일은 박강현, 김연지, 김소현, 10월 4일은 김준수, 김소향, 신영숙 등이 출연한다. 9월 2일 예스24 등에서 티켓 오픈한다.

EMK는 영상 유료화 사업의 최선두에 있는 공연제작사로 꼽힌다. 그간 대만에서 ‘엑스칼리버’, 일본에서 ‘마리 앙투아네트’ 유료 영상 상영회를 열어 현지에서 호평받았다. 최근에는 미국의 공연 영상 스트리밍 플랫폼인 ‘브로드웨이 온 디멘드’(BOD)를 통해 ‘엑스칼리버’를 북미·유럽 지역에 최초 공개했다. 김지원 부대표는 “이번 라이브 공연이 어느 정도 호응이 있을지 예단하기 힘들다”면서 “크게 욕심내지 않고 국내에서 비대면 유료 공연의 첫발을 내딛는데 의미를 두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예술단도 9월 중으로 창작가무극 ‘잃어버린 얼굴 1895’를 네이버를 통해 유료 상영할 예정이다. 서울 예술단의 유료 스트리밍 서비스는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서울예술단은 지난 6월 22일 이 작품의 2015년 버전 영상을 스트리밍하면서 ‘감동후불제’라는 이름으로 부분 유료화를 시도한 바 있다. 무료 관람을 원칙으로 하되, 원하는 관객에 한해 자발적으로 ‘후원하기’ 기능을 통해 돈을 지불하는 방식이었다. 당시 228명의 관객이 약 219만원을 후원, 1인당 평균후원금은 9600원 정도로 집계됐다.

서울예술단은 이번 유료 스트리밍 가격을 2만원대로 책정할 예정이다. 스트리밍 외에 일정 시간 돌려보기도 가능하다. 서울예술단 관계자는 “이번 시즌 ‘잃어버린 얼굴 1895’의 관람객 절반 이상이 서울예술단 유료 회원, 재관람 고객이었다”면서 “유료 스트리밍에 대한 수요가 충분하고, 가격대도 진입장벽이 높지는 않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서울예술단은 약 1500명의 충성도 높은 유료 회원를 보유하고 있다. 이번 시즌 코로나19 여파로 공연 기간이 길지 않았지만, 최정상급 뮤지컬 배우 차지연, 박혜나의 열연으로 객석점유율 90%를 넘는 등 흥행에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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