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원과 함께 정당마다 ‘일하는 국회’를 꺼내 들었다. 1호 당론 법안에는 이런 의지가 담겼다. 미래통합당, 정의당, 국민의당, 열린민주당까지 당론 1호 법안을 발표했다. 더불어민주당도 조만간 예정이다. 공통된 목소리는 ‘일하는 국회’와 ‘경제 위기’ 극복에 맞춰져 있다. 민주당은 국회법 개정을 통해 일하는 국회 풍토를 조성하는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민주당은 법사위를 법제위와 사법위로 나눠 역할을 조정할 계획이다. 사법위는 검찰청과 대법원을 감사하고, 또 의장 직속으로 자구·체계 심사권을 갖는 법제위를 설치하는 방안이다. 다른 한 축은 상시 국회 도입이다. 국회법은 2·4·6·8 짝수 달에 임시국회, 또 9월부터 100일간 정기국회를 열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여야 원내 지도부 간 의사일정을 합의하지 못하면 문을 열수 없다. 야당은 이를 볼모로 삼았다. 문은 못 열어도 세비는 꼬박꼬박 받았다. 국회는 무노동 무임금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 유일한 곳이다.
국민의당은 윤리특위 상설화와 의장 직속 조사위를 구성하는 법안을 제출했다. 제 식구 감싸기,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윤리특위에 대한 비난을 의식한 결과다. 열린민주당은 ‘국회의원 국민소환제’ 카드를 꺼냈다. 일하지 않는 국회의원은 언제든 파면할 수 있는 제도다. 우리 헌법은 대통령은 탄핵, 지방자치법은 주민소환을 통해 단체장과 지방의원을 파면할 수 있다.
그런데 유독 국회의원만 예외다. 당선만 되면 4년 동안 ‘철밥통’을 지킨다. ‘국민소환제’는 문재인 대통령 대선 공약이기도 하다. 지난해 정부가 발의한 개헌안에도 포함돼 있다. 국민소환제는 17~20대까지 발의와 폐기를 반복했다. 자기 목에 족쇄를 채우기를 꺼려한 국회 이기주의 때문이다. 지난 해, CBS여론조사에서 국민 77.5%는 국민 소환제를 찬성했다.
당론 1호 법안을 열거한 이유가 있다. 국민과 함께 지켜보겠다는 뜻이다. ‘일하는 국회’는 국회에만 맡겨둬서는 난망하다. 망각하고 군림하려는 속성 때문이다. 허균은 “오직 두려워해야 할 바는 백성 뿐”이라고 했다. 국회의원들이 국민을 두려워할 때는 선거 때 뿐임은 누구나 안다. 긴장감을 잃지 않도록 끊임없이 일깨울 필요가 있다.
창업과 수성(守城) 가운데 어떤 게 더 어려운가. 당 태종이 물었다. 위징은 “수성이 더 어렵다”며 그 이유로 “교만하고 방자해져 백성과 괴리되기 십상이므로 더 힘들다”고 했다. 정치의 속성을 꿰뚫은 말이다. 최초 긴장감을 유지할 때 창업도 수성도 가능하다. 긴장감을 잃어버리면 교만해지고 끝내는 무너진다. 여기까지 적고 보니 엉뚱하다. ‘일하는 국회’는 당연한 것 아닌가. 굳이 ‘일하는 국회법’까지 만들어야할 지경이라면 국회는 분명 정상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