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김철민(23)씨는 자릴 뜰 때마다 주위를 둘러보는 버릇이 있다. 평소 물건을 분실하는 일이 많아 방지 차원에서 시작해 지금까지 이어졌다. 그는 “지하철에 가방을 놓고 내린다거나 식당에 휴대폰을 놓고 오는 일이 잦다”며 “신경 쓰려 해도 막상 상황이 닥치면 없던 물건인 듯 잊어버린다”고 털어놨다. 김씨에게 평소 스마트폰 사용량에 대해 묻자 “최소 2시간 이상”은 사용한다고 했다.
20대에게 디지털기기는 생활의 그 자체다. 디지털기기 없는 생활을 상상하기조차 어렵다. 지난해 통계청에서 발표한 ‘스마트폰 실태 조사’에 따르면 성인 27%(5310명)가 ‘과 의존 위험군’이라 밝혔다.
그 중 20대가 고위험군 3.6%, 잠재적 위험군 20%로 가장 높았다. ‘과 의존 위험군’의 스마트폰 주 이용 콘텐츠는 메신저(95.5%)였다. 다음으로 게임(91%), 뉴스검색(80.9%), 음악(75.6%)이 뒤를 이었다.
시장조사기관 엠브레인도 최근 성인 10명 중 6명 정도(57.4%)가 디지털 기기 때문에 일상생활에 집중을 못 한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대체로 젊은 세대(20대 74.4%, 30대 58.4%)가 많이 경험하는 편이었다.
갈수록 높아지는 디지털기기 의존과 중독 현상으로 ‘신체적 이상 증세(39.6%)’가 꼽혔다. 그 중 대표적인 증상이 ‘디지털 치매’다. 국립언어원은 디지털 치매를 ‘다양한 디지털 기기의 발달에 힘입어 스스로 뇌를 사용하지 않고 무의식적으로 디지털 기기에 의존하게 된 현대인들의 기억력 감퇴현상’이라고 정의했다.
대학생 10명 중 3명 ‘스마트폰 중독’
대학생 유지현(21)씨는 하루 3시간 이상 스마트폰에 할애하고 있다. 그는 “며칠 전 전공 수업 중 스마트폰이 고장 나 쓰지 못한 적이 있다”며 “수업 내내 불안해서 집중하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민경복 서울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와 서울대 보건환경연구소 공동연구팀이 국내 대학생 60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0명 중 3명(36.5%)이 스마트폰 중독이라 밝혔다.
스마트폰에 중독된 대학생들은 일상생활 중 미끄러짐·충돌·지하철 출입문 끼임 등의 사고를 경험할 위험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1.9배 높았다.
스트레스·우울·불안감을 느끼는 대학생은 일반적인 대학생보다 스마트폰 이용량이 2배 정도 많았다. 심적 증상이 심할수록 뇌 기능에 영향을 준다. 대뇌 보상회로에 영향을 주는 신경전달물질 분비에 문제가 생겨 스마트폰 이용량이 급격히 커질 수 있다. 스마트폰 중독은 알코올, 마약 등의 물질 중독과 같이 원인으로 발생한다는 결과였다.
한국건강관리협회는 “디지털 기기에 익숙한 30세 미만의 사람들이 흔히 겪는 증상”이라며 “심할 때 뇌 기능 퇴화로 이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협회는 “주원인이 되는 디지털 기기의 사용을 줄이면 디지털치매 증상이 현저히 줄어들 수 있다”며 “노래를 부르면서 엄지와 새끼손가락을 교차로 접거나 양손을 펼쳐 손끝을 힘 있게 부딪혀 뇌에 자극을 주는 방법도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