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직장인 15년 차 박모 부장이 부원들과 공연장을 찾았다. 12년만의 공연장 나들이다. 박 부장은 썩 내키지 않았지만 회식 대신 공연관람을 원하는 부원들의 요청에 쿨한 척 동의한 것. 그런데 문제는 객석 출입구에서 벌어졌다. 박 부장이 커피를 들고 입장하려다가 안내원에게 제지당한 것. 박 부장은 “아직 한 모금도 못 마셨다. 그러면 커피는 왜 파느냐. 끝난 뒤엔 식지 않느냐”며 생떼를 써 부원들을 부끄럽게 했다.>>
‘생수 외 음료·음식물 반입금지.’ 공연장에 들어설 때 흔히 접하는 규제 문구다. 박 부장처럼은 아니지만 채 반도 못 마신 음료를 데스크에 맡기는 아쉬운 경험을 한 번쯤은 해봤을 터다. 서울 송파구 잠실동 롯테콘서트홀에 가면 이런 아쉬움을 조금이나마 덜 수 있는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8층 물품보관소에 편의점에서나 볼 수 있는 냉·온장고가 비치돼 있기 때문이다. 이곳 하우스매니저에게 맡기면 ‘이름표’를 붙여 공연이 끝날 때까지 보관해준다. 그러나 서비스를 몰라 이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 이처럼 알면 득이 되는 공연장 꿀팁은 적지 않다.
△관객 사소한 불만에도 귀 기울였더니…
공연장을 찾는 문화향유층이 많아지면서 질 높은 서비스의 요구도 덩달아 많아지는 것이 현실이다. 이에 공연장도 앞다퉈 이색서비스를 마련 중이다. 특색 있는 서비스 마련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롯데콘서트홀이다. 관객을 가장 가까이서 지켜보고 늘 불평불만을 접수하는 하우스매니저의 의견을 잘 적용한 덕이다. 공연장 냉·온장고 아이디어도 그렇게 나왔다.
|
편의시설이 부족해 대안으로 준비한 서비스가 명물이 된 경우도 있다. 서울 중구 명동 남산예술센터는 내부에 카페·식당 등이 없는 터라 관객이 대기시간을 활용할 수 있도록 도서관을 운영한다. 시집, 희곡집, 공연 전문서적 100여권을 비치해 누구나 볼 수 있게 했다. 서울 용산구 한남동 블루스퀘어는 화장실에 화장품회사와 협업한 신제품로션 등을 비치해 두기도 한다.
광화문 세종문화회관은 지난해부터 ‘서비스플라자’를 운영 중이다. 서비스플라자는 세종 중앙계단 위에 있던 옛티켓박스를 확장, 리모델링한 공간이다. 기존의 티켓예매를 넘어 고객 편의공간으로 탈바꿈했다. 공연안내부터 예매·발권까지 원스톱 서비스를 받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영상·전단 등 각종 문화콘텐츠를 공유할 수 있도록 했다. 대극장 내 설치한 ‘트릭아트 포토월’은 가족관객에게 인기다. 트릭아트란 과학적 미술화법과 특수도료를 사용해 착시현상을 만드는 미술작품. 여기서 사진을 찍으면 실제 사물로 보이는 착각을 일으켜 특별하고 재미있는 경험을 제공한다.
돈을 지불해야 하지만 알아 두면 좋은 서비스도 있다. 객석과 무대가 멀어 공연이 잘 보이지 않는 경우 ‘오페라글라스’(망원경)를 3000원 정도에 대여할 수 있다. 대부분 공연장에서 이용할 수 있지만 인기공연이라면 미리 선점하는 게 중요하다.
LG아트센터 하우스매니저는 “보통 관객은 불만이 있어도 언급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시간을 내서 불편사항을 말해주는 관객 덕분에 문제를 빨리 개선할 수 있다”며 “관객이 만족하는 서비스는 사소한 것에 귀 기울이는 세심한 작업으로부터 출발한다”고 말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