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명철 기자] 글로벌 해운사였던 한진해운(117930)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됐다. 수십년의 업력을 지닌 이 회사 파산이 결정되기까지는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 신청 후 6개월도 걸리지 않았다. 최고 4만원을 넘었던 주가는 동전주(주가 1000원 이하) 수준까지 떨어진채 상장폐지만 절차만 남겨뒀다. 정리매매를 앞둔 현재 시점에서 마지막 개미들의 ‘투기판’이 벌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한진해운은 지난 2009년 12월1일 한진해운홀딩스(현 유수홀딩스(000700))로부터 인적분할돼 설립됐다. 1949년 국책회사로 세워진 대한해운공사가 모태다. 대한해운공사는 1956년 국내 최초로 증시에 상장한 회사이기도 하다. 1976년과 1977년 각각 미주(아주~미국), 구주(아주~구주) 노선 풀컨테이너 정기항로 운항을 시작했다. 2015년 기준 미주, 구주노선 점유율은 각각 4위, 5위를 차지했다.
유가와 경기 변동에 따른 운임 변화가 큰 해운업 특성상 주가도 운임 등락과 비슷한 추세를 보였다. 지주회사에서 분리돼 나온 2009년에는 2만원선 안팎을 유지했다. 당시 글로벌 경제위기에 따른 물동량 축소 등으로 매출의 큰 비중을 차지하던 컨테이너선 운임이 하락세를 보이던 시기다.
이때부터 유가의 지속적인 상승과 운임 하락세로 주가는 내리막길을 걷는다. 성수기인 2011년 3분기에도 부진한 실적이 이어지자 유동성 공급을 위해 4000만주를 발행하는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당시 발행가액은 7500원으로 희석 효과가 반영되며 1만원 이상이던 주가는 8000원대로 떨어졌다.
이때부터 주로 개인투자자들을 중심으로 주가 변동성을 이용한 ‘폭탄 돌리기’식 거래가 횡행한다. 폭발적으로 늘어난 거래량에 따라 급등락을 반복하다가 지난 2일 회생절차 폐지 소식이 전해지면서 780원으로 거래가 정지됐다. 이튿날 파산을 신청하면서 파산 선고만을 남겨둔 상태다. 오는 17일로 예상되는 파산 선고가 내려지면 상장폐지 절차가 시작되고 7거래일간 정리매매에 들어가게 된다.
고점의 50분의 1 수준으로 떨어진 주가 처지도 처지이지만 정리매매 시 변동성 확대도 우려 사항이다. 보유주식이 휴지조각에 될 운명에 처한 기존 주주들과 차익을 노리는 신규 투자자들의 거래가 맞물릴 것으로 예상돼서다. 특히 법정관리 신청 후 현재까지 각각 3604억원, 272억원을 팔아치운 외국인, 기관과 달리 개인은 9868억원을 사들인 것으로 알려져 ‘개미’들의 피해가 우려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