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대상 이 작품] 노스탤지어와 디지털 버무린 밸리록

- 심사위원리뷰
'지산 밸리록 뮤직 앤 아츠 페스티벌'
록페스티벌에 '미디어아트'
USB음악 틀어도 관객은 열광
  • 등록 2016-10-06 오전 6:06:00

    수정 2016-10-06 오전 7:48:11

7월 22일부터 24일까지 경기 이천시 지산리조트에서 열린 ‘지산 밸리록 뮤직 앤 아츠 페스티벌’에서 관객들이 공연을 지켜보며 환호하고 있다(사진=CJ E&M).


[김작가 음악평론가] 더웠다. 매우 더웠다. 지난 7월 22일부터 24일까지 경기 이천시 지산리조트에서 열린 ‘지산 밸리록 뮤직 앤 아츠 페스티벌’(이하 밸리록)은 최고의 불쾌지수 속에도 쾌적했다.

2009년에서 2012년까지는 지산에서, 2013년과 2015년엔 안산 대부도에서 열었던 행사가 올해 다시 고향으로 돌아왔다. 일본 후지 록페스티벌과 연계하기에 국내 페스티벌 중 가장 화려한 라인업을 자랑하는 밸리록은 과거 운영과 관련한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올해는 셔틀버스 운영, 주변 교통통제, 숙소를 포함한 패키지티켓 등 그동안의 문제를 한방에 해결했다. ‘아츠’를 페스티벌 이름에 포함한 이유를 증명하듯 디자인과 그래픽 등 다양한 아티스트가 시작부터 함께하며 볼거리를 더했다.

3일간의 페스티벌을 채운 라인업은 다채로웠다. 레드 핫 칠리 페퍼스, 제드, 디스클로저가 3일간의 메인 스테이지 헤드라이너를 장식했다. 이소라, 세카이노오와리, 트래비스가 서브스테이지의 마지막에 섰다. 비중의 크고 작음, 서는 시간과 무대에 상관없이 모든 팀이 최고의 역량을 쏟아낸 건 당연했다. 관객은 뙤약볕을 버텨내며 땀을 쏟아냈다. 한국 관객의 트레이드마크인 ‘떼창’도 폭발했다.

이번 밸리록의 또 다른 의미는 ‘음악의 현재’에 대해 생각하는 계기를 줬다는 것이다. 첫날 헤드라이너였던 레드 핫 칠리 페퍼스는 1990년대를 대표하는 밴드 중 하나다. 지금보다 록이 음악산업의 중심부였고 한국에서도 많은 이들이 록을 들었던 때다. 그들에게 영향받아 음악을 시작한 이들도 적지 않다. 그 시대의 젊은 세대에게 록 페스티벌이란 로망이자 숙원이었다. 지금의 페스티벌을 만들어낸 것도 그들이다. 레드 핫 칠리 페퍼스의 공연은 밴드 자신에게나 관객에게나 노스탤지어의 소환일 수밖에 없다. 이 노스탤지어는 현재를 자각하게 한다. 1990년대가 엊그제 같은데 시간이 이렇게 흘렀다는 사실 말이다.

다음 날 제드의 공연은 이 자각을 더욱 명료하게 했다. 록페스티벌에 일렉트로닉 계열 음악인이 종종 나서기도 한다. 다만 그동안 그들은 무대에서 라이브믹싱을 하거나 직접 노래하거나 혹은 미디어아트와의 결합을 통해 무대에 ‘사람’이 있음만을 확인시켜주곤 했다. 하지만 제드는 이를 가뿐히 무시했다. 대형 LED 영상은 스토리보다는 관객의 흥분이 목적이었다. 무대에서의 모습은 USB에 담아온 음악을 그저 플레이하고 있다고 해도 믿을 만큼 ‘공연자’보다는 ‘디제이’에 불과했다. EDM페스티벌이 아닌 적어도 록페스티벌에서는 어울리지 않는 무대지만 전날에 비해 대폭 어려진 관객들은 그런 건 신경 쓰지 않는 듯했다 .온몸과 마음으로 열광했다.

어차피 음악공연이란 엔터테인먼트, 즉 즐거움이다. 다만 그 즐거움의 내용이 바뀌었을 뿐이다. 국내서 좀처럼 보기 힘든 아티스트의 공연을 거대한 무대에서 거대한 소리로 보고 듣는 건 똑같다. 어릴 때부터 디지털로 만든 음악을 디지털기기를 통해 디지털파일로 들었으며 댄스클럽에서도 디지털파일로 음악을 트는 디제이문화를 즐기며 자란 세대에게 공연이란 또 페스티벌이란 이런 게 아닐까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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