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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작가 음악평론가] 더웠다. 매우 더웠다. 지난 7월 22일부터 24일까지 경기 이천시 지산리조트에서 열린 ‘지산 밸리록 뮤직 앤 아츠 페스티벌’(이하 밸리록)은 최고의 불쾌지수 속에도 쾌적했다.
2009년에서 2012년까지는 지산에서, 2013년과 2015년엔 안산 대부도에서 열었던 행사가 올해 다시 고향으로 돌아왔다. 일본 후지 록페스티벌과 연계하기에 국내 페스티벌 중 가장 화려한 라인업을 자랑하는 밸리록은 과거 운영과 관련한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올해는 셔틀버스 운영, 주변 교통통제, 숙소를 포함한 패키지티켓 등 그동안의 문제를 한방에 해결했다. ‘아츠’를 페스티벌 이름에 포함한 이유를 증명하듯 디자인과 그래픽 등 다양한 아티스트가 시작부터 함께하며 볼거리를 더했다.
이번 밸리록의 또 다른 의미는 ‘음악의 현재’에 대해 생각하는 계기를 줬다는 것이다. 첫날 헤드라이너였던 레드 핫 칠리 페퍼스는 1990년대를 대표하는 밴드 중 하나다. 지금보다 록이 음악산업의 중심부였고 한국에서도 많은 이들이 록을 들었던 때다. 그들에게 영향받아 음악을 시작한 이들도 적지 않다. 그 시대의 젊은 세대에게 록 페스티벌이란 로망이자 숙원이었다. 지금의 페스티벌을 만들어낸 것도 그들이다. 레드 핫 칠리 페퍼스의 공연은 밴드 자신에게나 관객에게나 노스탤지어의 소환일 수밖에 없다. 이 노스탤지어는 현재를 자각하게 한다. 1990년대가 엊그제 같은데 시간이 이렇게 흘렀다는 사실 말이다.
어차피 음악공연이란 엔터테인먼트, 즉 즐거움이다. 다만 그 즐거움의 내용이 바뀌었을 뿐이다. 국내서 좀처럼 보기 힘든 아티스트의 공연을 거대한 무대에서 거대한 소리로 보고 듣는 건 똑같다. 어릴 때부터 디지털로 만든 음악을 디지털기기를 통해 디지털파일로 들었으며 댄스클럽에서도 디지털파일로 음악을 트는 디제이문화를 즐기며 자란 세대에게 공연이란 또 페스티벌이란 이런 게 아닐까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