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로 얼룩진 식품업계] 정책만 남고 소비자는 없었다

주요 식품기업 영업이익률 하락
정부의 과도한 규제가 실적 악화 부추겨
실효성 떨어지는 규제로 피해만 커져
  • 등록 2012-12-27 오전 9:12:50

    수정 2012-12-27 오전 10:09:04

[이데일리 이승현 기자] 올 한 해 식품업계는 각종 규제 속에 쉽지 않은 시간을 보냈다. 정부의 가격 억제정책과 각종 규제, 안전 이슈 등 그야말로 힘든 나날이 연속이었다. 외형은 성장했어도 실속은 줄어드는 ‘초라한 성적표’가 식품업체들을 기다리고 있다.

주요 식품기업 영업이익률 하락

27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올해 주요 식품기업들의 영업이익률이 5년 만에 처음으로 하락했다. CJ제일제당(097950), 롯데칠성(005300)음료, 농심(004370) 등 매출 1조원이 넘는 식품기업 10곳의 3분기 누적 사업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이들의 매출 총계는 17조 2728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1.4%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1조 2039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5% 증가하는데 그쳤다.

반면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7.4%에서 올해 7.0%로 0.4%포인트 떨어졌다. 4분기 역시 큰 변화가 없어 올해 말까지 실적이 나와도 이 같은 추세는 크게 변하지 않으리라 예상된다.

롯데칠성음료와 농심, 롯데제과(004990), 동원F&B(049770)는 지난해보다 매출은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줄어드는 역 신장을 기록했다.

주요 식품기업 실적 현황
정부의 과도한 규제가 실적 악화 부추겨

이처럼 식품업체들의 실적 부진은 경기침체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이라는 시장 환경도 있었지만, 정부의 과도한 규제가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먼저 총선과 대선을 전후로 정부의 가격 억제정책이 매출 부진으로 이어졌다. MB 정부는 물가 관리를 이유로 정권 초기부터 식품가격 인상 억제 정책을 써왔다. 지난해 말부터는 맥주, 음료, 가공식품업체들이 가격 인상을 시도하다가 정부의 압박에 이를 번복하는 웃지 못할 해프닝까지 벌어졌다.

중소기업과의 ‘상생’(相生)이란 명목하에 추진해 온 ‘동반성장’ 역시 식품업계에 적잖은 부담으로 작용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베이커리를 시작으로 치킨, 피자, 커피전문점을 대상으로 모범거래기준을 설정, 매장 간 거리제한 등 각종 규제로 압박했다.

지난 3월 기획재정부는 중소급식업체를 보호한다는 취지하에 마련한 대기업 계열 급식업체 공공기관 사업자 배제는 결국 또 다른 식품대기업이 이들 업체가 떠난 자리를 차지해 중소급식업체는 여전히 고전한 한해였다.

식품안전 이슈 역시 발목을 잡았다. 농심은 라면수프에서 발암물질인 벤조피렌이 검출되면서 곤욕을 치른데다 CJ제일제당도 고춧가루에서 농약이 검출돼 문제가 커졌다. 이밖에 식품안전 관련 규제로 원산지 위반과 식품 회수 관련 처벌이 강화됐고, 식품업계에서 지속적으로 반대해 온 신호등 표시제 의무화, 유전자 재조합식품 표시제 확대 등이 지속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실효성 떨어지는 규제로 피해만 커져

정부의 이 같은 규제는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에 불과했다. 가격 억제정책은 일시적인 효과는 있었으나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했다. 현재 주류, 음료, 과자, 라면, 가공식품 등 주요 생필품의 가격 인상 소식이 끊이지 않고 이어졌다.

동반성장 관련 규제도 많은 허점을 드러냈다. 공정위의 프랜차이즈 모범거래 기준은 피지헛, 스타벅스, 커피빈과 같은 외국계 브랜드들이 규제 대상에서 제외되면서 역차별 논란이 일었다.

식품업계 한 전문가는 “식품산업은 국민의 먹을거리를 책임지면서 내수경기를 떠받치고 있는 중요한 산업임에도 정부는 규제 일변도의 정책만 펴고 있다”라며 “이로 말미암은 피해는 고스란히 식품기업과 소비자들에게 돌아가고 있다”고 항변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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