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그렇다. 박 장관의 약간은 느리면서도 어눌한 듯한 말투. 그러나 단어 하나, 숫자 하나까지 생각하며 내뱉는 치밀함에서 느껴지는 신뢰는 사설 제목처럼 ‘정직·진솔’과 안성맞춤이다. 그래서 박 장관과 300 전사들은 여론이라는 힘을 얻었고, 잠시나마 정치권의 공세를 막아낼 수 있었다.
그러나 오래 버티지는 못한 것 같다. 대선 국면이 본격화되면서 물러나야 하는 정부로서 힘든 상황이라는 점은 쉽게 예상할 수 있다. 민주화 이후 단 한 명의 대통령도 피하지 못했다는 친인척과 측근의 덫은, 안타깝게도 이명박 대통령에게도 예외를 인정하지 않았다. 야당보다 더 두렵다는 여당 내 경쟁 계파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스스로 무기력한 모습도 보여 안타깝다. 이명박 정부의 감세 기조는 유지했다는 해명에도, 정치권의 ‘경제민주화’ 논리에 자의 반 타의 반 끌려간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정부가 제시한 올해 세법개정안의 분야별 세수효과를 보면, 일자리 창출과 내수활성화 등에 5900억 원밖에 지원하지 않는다. 대신 재정건전성을 높여 1조 1700억 원, 조세제도 선진화를 명분으로 1조 800억 원을 더 걷는다.
한 달 전쯤 박 장관은 “일몰이 도래한 103개 항목 중 절반은 (국회에) 말도 못 꺼냈다”고 실토했다. “나머지 절반은 말은 건넸는데, (대부분이) 어렵다”는 말로 현실을 인정했다. 대선 일정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도 전의 일이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2012년 불볕더위에 ‘정직한 한국인’마저도 그렇게 한 모금의 물을 구하며 쓰러져 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김병수 기자 bskim@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