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지난 번 글에서 살펴봤듯이 KOSPI200선물시장에 참여하고 있는 외국인은 상승국면에 진입했다고 생각될 경우 과감하게 매수 포지션을 쌓아가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매수와 매도 사이를 오가는 단타매매로 대응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요즘처럼 증시에서 외국인의 선물매매가 중요한 변수로 떠오를 때 시장에 적절하게 대응하기 위해 외국인의 매매패턴을 이해해야 한다면 이런 현상만 얘기해서는 별다른 의미가 없겠죠. "그래서 어떻게 하라는 거야?" 이런 식이죠.
과거 실시간으로 투자주체별 매매동향이 공개되기 전에는 외국인투자자들은 장 마감 이후에나 개장 전에 다음 날이나 잠시 후 열리는 시장에서 어떤 식으로 매매할 것인지 전략을 세워놓고 시장에 대응했다고 합니다.
그 때만해도 시장에서 "외국인이 선물을 매수한다더라"는 소문만 나면 개인들까지 매수에 가담해 지수가 급하게 상승하곤 했지요. 그에 비하면 지금 시장 상황은 외국인에게 불리할 수 밖에 없지요.
그래서 외국인들도 시장에 대한 큰 밑그림은 그려놓지만 장중 상황에 따라 구체적인 전술을 구사하는 매매패턴으로 선회할 수 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선물시장에 참여해 매매하는 투자자를 넓은 바다에서 항해하는 배에 비유해 보죠. 항해하는데 도움을 주는 "등대"처럼 우리 투자자들에게도 길잡이가 필요하겠죠. 외국인 또한 마찬가지라는 생각이구요.
그렇다면 선물시장에서 외국인의 매매 방향에 힌트를 주는 길잡이가 있을까요? 만약 있다면 어떤 것들이 해당될까요?
답을 먼저 말하자면 "있는 것 같다"는 겁니다. 아니, 좀 더 보수적으로 답하자면 "길잡이라고 생각되는 무엇인가가 있는 것 같다"입니다.
일단 짚고 넘어갈 것은 선물시장에서의 외국인은 인위적으로 시세를 조종하기 위해 짧은 시간내에 대규모로 매수하거나 매도하는 건 아니라는 게 일반적인 전문가들의 관측입니다.
시장내 "음모론자"들이 문제 삼듯이 선물시장에서의 일부 외국인이 "검은 머리"일 경우라면 몰라도 외국인은 국내 기관들과는 달라서 그다지 조직적으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게 대체적인 컨센서스라고 생각됩니다.
그런 점에서 외국인 매매는 대체로 시세 흐름에 순응하는 방식이며 기술적으로 중요한 분기점을 상향 돌파하거나 하향 돌파하는 시점이 그들 매매에 단서를 주는 것으로 판단할 수 있게 합니다.
최근 시장 상황을 잘 보면 외국인은 지수 5일선이나 10일선, 20일선 등 주요 저항선이나 지지선에서 지수가 위로든 아래로든 이탈할 경우 급작스럽게 매수나 매도를 늘리는 경향을 간파할 수 있을 겁니다.
이럴 경우 외국인 매매에 따라 시장 베이시스가 움직이고 또 프로그램매수냐 매도냐가 결정돼 현물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으로 연결되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런 변수에는 언제나 후행적으로 대처할 수 밖에 없는 문제가 있습니다.
현물시장에서의 매매에서도 알 수 있듯이 외국인은 시장 재료에 비교적 민감하게 반응하는 편입니다. 호재가 나올 예정이거나 나온 종목도 꾸준히 매수하고 악재가 나올 예정이거나 나온 종목은 철저히 외면하는 모습을 흔히 봅니다.
선물시장에서도 비슷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실시간으로 제공되는 나스닥100선물지수는 다음 날 미 증시 동향을 미리 점쳐볼 수 있는 실마리라는 점에서 다른 하나의 길잡이로 평가됩니다.
그렇다면 최근 외국인이 잣대로 잡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재료"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반도체주의 움직임이 한국과 미국 시장에서 상호 작용하면서 시장을 끌어올린 때문일까요. 외국인의 장중 선물 매매에 반도체 D램 현물가격 동향도 영향력이 있어 보입니다.
또 엔 약세와 원화 약세가 한창 증시에 부담요인이 될 때에는 엔/달러 환율과 원/달러 환율 동향이 선물 매매 방향을 어느 정도 짐작하게 하는 요인이었다는 기억도 있습니다.
물론 여기서 언급한 몇 가지 요소들이 항상 외국인의 선물 매매에 적절하게 반영되는 것은 아닐 겁니다. 저 역시 이에 대해선 인정합니다.
다만 외국인은 선물시장에서 마구잡이식으로 매수하거나 매도하는 건 아니라는 전제를 받아들인다면 그때 그때 시장을 좌우하는 핵심적인 "키워드"를 갖고 외국인 매매를 이해하려는 노력은 유효하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