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계 자본시장 플레이어들에게 ‘한국’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으면 백발백중으로 돌아오는 대답이다. 한국이 중국, 일본과 함께 아시아 자본시장의 큰 축을 담당하기 시작했다는 설명이 뒤따른다.
한국에 대한 유럽계 자본시장 관심이 나날이 커지고 있다. 유럽 사모펀드(PEF)운용사들은 출자를 받기에도, 투자를 집행하기에도 매력적인 시장이라는 이유에서 한국에 일찍이 진출해 펀드레이징과 딜 소싱 등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모습이다. 일부는 국내 인사를 영입하는 등 한국 시장에 둥지를 틀 준비에 한창이다. 국내에 법인을 설립하는 글로벌 하우스들이 증가하는 가운데 유럽 하우스들이 존재감을 보다 각인시킬지 관심이 고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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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에서 유럽 하우스들이 한국 LP들의 투자 다각화 갈증을 해소한다는 점은 큰 메리트로 꼽힌다. 특히 대체투자 수요를 톡톡히 충족시키는 모습이 두드러진다. 대표적으로 약 10억달러 규모의 팀버랜드(산림지) 펀드를 조성 중인 영국 기반의 스태포드캐피탈파트너스는 올해 5월 국민연금을 비롯한 한국 연기금으로부터 2억달러(약 2732억원)를 조달했다. 대체투자의 한 축을 담당하는 팀버랜드 추자는 지속가능성 투자 관점에서 매력도가 높고,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할 수 있어 글로벌 출자자(LP)들로부터 러브콜을 받는 분야다. 산림 추가 조성 등으로 이산화탄소 저감에 기여하는 한편 산림지 취득 등을 통해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할 수 있다는 설명이 뒤따른다.
스태포드캐피탈은 팀버랜드 전문 운용사로, 팀버랜드 관련 운용자산(AUM)은 27억달러(약 3조 6900억원) 이상이다. 해당 하우스는 지난 2018년 말 서울 오피스를 마련하며 한국 시장에 진출했다.
유럽 하우스들의 지리적 투자 특성도 한 몫 거든다. 현지 네트워크를 활용해 유럽과 북미에서 투자 활동을 펼침으로써 투자 다각화 수요가 큰 한국 LP들의 갈증을 해소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북미와 유럽을 대상으로 하는 바이아웃 펀드 관련 자금조달을 진행해온 CVC캐피탈은 지난해 하반기 국민연금과 교직원공제회 등 국내 LP들로부터 1조원 규모의 자금을 조달하며 9호 펀드(37조원 규모)를 성공적으로 결성했다. 국내 LP들은 투자 다각화 측면에서 대규모 출자를 결정한 것으로 전해진다.
타국 대비 매력적인 밸류의 수준 높은 딜이 한국에 즐비하다는 점도 유럽 운용사들이 한국으로 발걸음하는 이유 중 하나다. 대표적으로 영국 최대 사모펀드운용사 신벤은 반도체와 인공지능(AI) 등 핵심 기술을 수준 높게 다루는 한국 기업이 많다는 점에 주목하며 올해 상반기 한국 법인을 설립했다. 회사는 기술 기업 관련 딜을 적극적으로 검토하며 우리나라에 약 2조75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집행한다는 계획이다.
영국 자본시장 한 관계자는 “수준 높은 기술력을 갖춘 기업이 많은데, 밸류에이션은 유럽이나 미국, 캐나다 대비 낮은 것이 현실”이라며 “특히 전통있는 제조업체와 디지털화된 물류센터가 많아 인프라 투자에도 적합하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