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2년01월25일 08시19분에 팜이데일리 프리미엄 콘텐츠로 선공개 되었습니다.
[이데일리 김지완 기자] 러시아 백신 ‘스푸트니크(Sputnik)V’ 위탁생산(CMO)을 위해 결성된 ‘한국코러스 컨소시엄’이 공중 분해된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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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한국코러스 컨소시엄에 참여했던 제테마(216080), 이수앱지스(086890), 종근당바이오(063160), 바이넥스(053030) 등이 탈퇴했다. 이후 제테마와 이수앱지스는 ‘스푸트니크V’ 권리를 가진 러시아국부펀드(RDIF)와 직접 접촉하며 백신 위탁생산 계약을 타진하고 있다.
한국코러스는 RDIF와 스푸트니크V 백신 CMO 계약을 맺을 때 국내 바이오 중소기업·기관 7곳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계약을 따냈다. 이수앱지스와 제테마는 원료의약품 생산(DS)을, 종근당바이오, 큐라티스, 보령바이오파마는 완제의약품 생산(DP)을 각각 담당하기로 했다. 계약 물량 총 6억 5000만 도스 중 1억 5000만 도스는 한국코러스가, 나머지 5억 도스는 컨소시엄 참여사들이 각각 생산을 맡을 계획이었다.
6개사 중 4개사 이탈
제테마, 이수앱지스 컨소시엄 이탈은 계약변경에서 자연스럽게 벌어진 일이란 설명이다. 스푸트니크V는 화이자·모더나 백신처럼 1/2회 접종으로 나눠져 있다. 당초 컨소시엄은 1차 접종분 5억 도스를 생산하기로 했었다. 하지만 RDIF가 2차 접종분 생산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2차 접종분(아데노바이러스 5형)은 1차 접종분(26형)과 성분이 달라 생산 난도가 높다.
한국코러스 관계자는 “러시아 측에서 러시아백신 26형과 5형 교차생산을 하면 클리닝 밸리데이션을 잘하더라도 오염 위험이 있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면서 “RDIF는 26형은 한국코러스가, 5형은 컨소시엄이 생산을 원한다고 전해왔다. 이렇게 되면 제테마와 이수앱지스에 기술이전 등의 실질적 도움을 주지 못하는 상태에서 우리가 수수료만 취하게 된다. 이 때문에 제테마와 이수앱지스에 RDIF와 직접 계약을 하는 게 좋겠다는 의견을 전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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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컨소시엄 해체 과정에서 갈등이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이수앱지스 사정을 잘 아는 인사는 “한국코러스 측에서 ‘조금만 기다리면 본 계약서 쓸 거다’, ‘러시아 GMP(제조품질관리기준) 받으면 본 계약서 쓸 거다’ 등의 얘기를 반복했다”며 “상황을 이해하기 때문에 기다려줬다. 그런데 투자가 끝나자마자 기사를 터트려서 ‘한국코러스를 도저히 신뢰할 수 없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고 맹비난했다. 이번 컨소시엄에 할당된 백신 생산을 위해 제테마는 79억원을 투자했다. 이수앱지스와 보령바이오파마는 각각 30억원, 10억원씩 설비 투자했다.
황재간 한국코러스 회장은 지난달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제테마와 이수앱지스가...(중략)...자체 역량으로 러시아로부터 직접 기술이전을 받고, 계약을 하는 것이 이익률도 더 높다”고 말했다. 황 회장은 해당 인터뷰에서 ‘컨소시엄 해체’는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컨소시엄 탈퇴 바이오사의 한 임원은 “26형, 5형 생산 갈등은 한국코러스의 언론 플레이”라며 “한국코러스 측에선 러시아가 말을 바꿨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가 봤을 땐 한국코러스 능력이 안 돼 러시아에 휘둘렸거나, 욕심이 생겨서 말을 바꾼 거 아니겠나”고 일침했다. 이어 “요즘엔 한국코러스와 RDIF 사이 계약 자체도 의심이 많이 든다”며 의구심을 드러냈다.
피해를 호소하는 기업도 등장했다. 컨소시엄에 참여했던 한 회사의 대표이사는 “설비투자 과정에서 한국코러스가 장비 발주를 자기네 회사를 통해서 해달라는 요청을 해왔다”며 “결국, 중간 유통 마진을 붙이겠다는 것 아니겠냐. 사업자 입장을 이해하고, 한국코러스 자금 사정을 고려해 두 번이나 한국코러스를 통해 장비를 구매했다. 그런데도 일이 이렇게 됐다”고 착잡해 했다. 한국코러스 측은 러시아 RDIF가 백신 생산에 요구한 배양기 4대 중 2대를 구매대행 해 준 것뿐이라는 입장으로 맞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