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왕해나 기자]
한미약품(128940)이 기술수출한 항암신약 ‘벨바라페닙’이 5년 만에 글로벌 임상 시동을 걸었다. 파트너사 제넨텍이 글로벌 임상 1상을 업데이트 하면서 기술반환 우려를 씻었다는 평가다. NRAS 변이 흑색종에서 정식으로 허가받은 치료제가 없는 만큼 6조원 규모의 흑색종 치료제 시장을 선점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 한미약품 본사전경.(사진=한미약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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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임상시험등록사이트 클리니칼트라이얼즈에 따르면 제넨텍은 최근 벨바라페닙 관련 글로벌 1상 임상시험 계획을 신규 등록했다. NRAS 유전자 돌연변이를 동반한 진행성 흑색종 환자를 대상으로 벨바라페닙과 MEK 억제제 코텔릭(성분명 코비메티닙), 항PD-L1 억제제 티센트릭 병용요법의 종양억제효과와 안전성 등을 평가하는 1b상 임상연구다.
제넨텍의 모회사 로슈도 정밀암치료를 위한 태피스트리(TAPISTRY) 임상연구의 계획을 변경했다. 벨바라페닙 투여군 2개 코호트와 망상적혈구(RET) 저해제 프랄세티닙 투여군 1개 코호트를 추가하는 내용이다. 벨바라페닙 임상은 NRAS 돌연변이에 의한 고형암 발생 환자 대상 임상 1b, 단독 투여 임상 1상 2건, 코텔릭 병용 투여 임상 1상 1건 총 3가지로 진행 중이다.
벨바라페닙은 세포 내 신호전달을 매개하는 미토겐 활성화 단백질을 억제하는 경구용 표적 항암제다. 한미약품은 지난 2016년 8월 로슈 자회사 제넨텍에 해당 물질을 기술수출했다. 그 후 5년 동안 임상 1상의 자료가 업데이트되지 않아 기술 반환 우려 등이 있었으나 2021 미국임상종양학회(ASCO) 초록을 통해 코텔릭과의 병용투여 임상결과를 공개하며 우려를 불식했다. 초록을 살펴보면 NRAS 돌연변이 흑색종 환자 13명 중 5명이 부분반응(PR, 30%이상의 종양의 크기 감소)에 도달해 객관적반응률(ORR)은 38.5%였다. 특히 면역관문억제제 치료 경험이 있는 환자 11명 중 5명이 30% 이상의 종양 감소를 보였다.
벨바라페닙은 아직 정확한 적응증이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임상연구를 진행하면서 적응증을 확립할 방침”이라면서도 “NRAS 돌연변이 흑색종에서 항종양 면역요법으로 새로운 임상적 가치를 나타내고 있다”고 말했다. 벨바라페닙이 NRAS 돌연변이 흑색종 환자에 효과를 나타낸 점은 고무적이라는 평가다. 아직 NRAS 돌연변이에 사용할 수 있는 치료제는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노바티스가 벨바라페닙과 유사한 기전을 나타내는 LXH-254을 개발 중으로 현재 글로벌 임상 2상 단계다.
경쟁물질과의 임상단계가 비슷한만큼 향후 연구성과에 따라 시장 선점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시장조사기관 글로벌데이터는 전 세계 흑색종 치료제 시장 규모가 연평균 5.3% 성장해 오는 2026년이면 55억달러(약 6조1000억원)로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와 증권가는 벨바라페닙이 2025년에는 임상 3상에 진입, 6, 7년 후에는 허가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임상 진행 단계에 따라 한미약품의 벨바라티닙을 통한 마일스톤(기술료) 수령도 이어질 전망이다. 2016년 기술수출 당시 이미 반환 의무가 없는 계약금 8000만달러(약 890억원)를 받았다. 임상개발 및 허가, 상업화 등에 성공할 경우 단계별 마일스톤으로 8억3000만(약 9100억원)달러를 순차적으로 받는다. 개발에 성공해 상용화되면 판매에 따른 10% 이상의 로열티도 받기로 했다.
대신증권은 벨바라페닙의 흑색종을 적응증으로, BRAF 저해제를 타겟시장으로 가정했을 때 매출 예상금액을 2, 3상 진입시 각각 3000만달러(약 330억원)으로 봤다. 개발에 성공해 본격적인 상업화에 들어가면 매년 2억~3억달러(약 2200억~3300억원)의 매출이 날 것으로 예상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벨바라페닙은 최초의 NRAS 변이 흑색종 항암제로 기대되는 후보물질”이라면서 “임상시험에서 우월성 입증 시 벨바라페닙의 가치는 재평가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