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 빠른 사회초년생, 서학 개미가 돼라
이데일리는 지난달 18일부터 22일까지 국내 은행·증권·보험사의 VIP 고객을 전담하는 PB 100명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업종별로는 은행 PB 60명(신한·우리·KB국민·하나·NH농협·SC제일은행), 증권사 25명(대신·미래에셋·삼성·한국투자·KB증권), 보험사 15명(교보·삼성·신한·ABL·NH농협생명) 등이다.
설문에 응한 PB들은 사회 초년생이 가장 비중을 늘려야 할 자산으로 ‘미국 주식’을 꼽았다. 전세계적으로 풀린 유동성의 중심이 미국인 만큼, 과감하게 미국 주식을 투자의 축으로 삼으라는 얘기다. 실제 지난해 2030세대는 이른바 ‘서학 개미’의 주축이 됐다. 한국투자증권의 지난 3분기 조사에 따르면, 미국 IT 종목 주주의 60~70%가량이 2030세대다.
조현수 우리은행 양재남금융센터 PB팀장은 “미국 기술주를 둘러싼 거품 논란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 외의 다른 마땅한 투자처가 없는 것도 현실”이라고 말했다. 또 최근 들어 환율이 1달러당 1080~1090원에 거래되는 만큼, 장기 투자시 환차익도 노릴 수도 있다고 PB들은 조언했다.
다만 미국 주식에 투자하려면 ‘올빼미’가 될 각오를 해야 한다. 한국과 시차가 있는데다 국내 증권사들이 제공하는 스마트폰용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은 실제 시세보다 15분 늦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미국 주식 투자의 경우 스마트폰 사용은 물론 각종 이슈에 예민하게 대응할 수 있는 젊은 세대가 다소 유리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반면 2030세대에게 비중을 줄이라고 조언한 자산 바로 현금이다. 응답한 PB의 28%가 현금성 자산을 줄이라고 말했다. 비교적 목돈이 필요하지 않는 젊은 시기엔 과감한 투자로 자산을 불려 나갈 시기라는 것이다.
중장년층, 美보단 국내주식…안정적으로 가라
2030세대로 달리 40대의 포트폴리오는 보다 안정적일 필요가 있다고 PB들은 말했다. 자녀를 둔 40대에게 가장 추천하는 자산은 미국주식(23%)보다는 국내주식(32%)이 더 많았다. 2위는 오히려 부동산(27%)이었다. 2030세대의 경우 부동산에 투자하라는 조언은 3%에 불과했다. 자녀 교육비 마련, 또 노후자금을 마련해야 하는 40대의 경우 부동산 비중을 낮춰선 안 된다는 얘기다.
익명을 요구한 한 보험사 PB는 “한국에서는 여전히 부동산이 가장 대표적인 안전자산”이라며 “대출시장이 막히는 바람에 집을 새로 사는 것은 어려운 상황이 됐지만, 현재 집을 샀고 대출금을 갚고 있다면 원리금 상환이 힘들더라도 무조건 버티는 게 낫다”고 말했다.
다만 40대 장년층도 현금성 자산은 비중을 축소(30%)하라는 대답이 많았다. 안정적이지만 수익률이 낮은 선진국 채권(22%)도 비중 축소를 권고했다.
올해 은퇴하는 60대 등 고령층에게 가장 추천하는 투자처 역시 국내 주식(23%)이었다. 하지만 고령층은 MMF 등 현금성 자산(20%) 이나 안전자산인 달러(16%), 선진국 채권(12%)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는 조언이 많았다. 자녀의 결혼이나 병원비 등 목돈이 계속 들어가는 상황인 만큼, 바로 현금화할 수 있는 투자처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고령층에 비중 축소를 권유하는 자산은 바로 부동산(36%)이다. 은퇴자금으로 상가 등 부동산에 투자할 경우, 세금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부동산 경기도 좋지 않은 상황을 고려하면 굳이 부동산을 무리해서 과도하고 보유할 필요가 없다는 게 PB들의 조언이다.
최은영 NH농협은행 PB센터 전문위원은 “고령층은 수입을 늘릴 수 없는 만큼 지금까지 벌어 놓은 돈을 잃지 않는 게 중요하다”면서 “주식투자의 경우도 리스크가 적은 국내 주식 상장지수펀드(ETF) 등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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