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기획재정부가 내년 도입을 추진 중인 유보소득세가 국회에서 순조롭게 통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여야에서 코로나19로 경기가 부진한데 중소기업의 경영 부담만 가중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어서다.
|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뉴시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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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국회와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회는 이르면 내달 9일부터 조세소위를 열고 유보소득세 등 내년도 세법 개정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조세소위는 더불어민주당(고용진·기동민·김경협·김수흥·김주영·박홍근·양향자) 7명, 국민의힘 5명(박형수·유경준·윤희숙·조해진·추경호), 비교섭단체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으로 구성돼 있다.
야당은 유보소득세 도입에 따른 후유증이 클 것으로 봤다. 유경준 의원은 통화에서 “조세회피를 방지하자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유보소득세 도입으로 기업의 자율성·투자 위축이 우려된다”며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운다는 말처럼 일부 탈세 기업을 잡으려다 전체 중소기업의 경영 리스크가 커지는 우를 범하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추경호 의원도 “중소기업으로서는 코로나19로 경영 활동 자체가 정상적이지 않아 지금도 자금 여력이 부족하다”며 “일부 조그만 기업의 탈세를 잡으려고 이런 기상천외한 세금을 부과하느냐. 정부가 세금을 징벌하듯이 부과해 기업의 경영판단을 왜곡시키느냐”고 반문했다.
여당도 중소기업에 미칠 부작용을 고려해 도입 여부를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조세소위원장인 고용진 의원은 “우리나라 중소기업의 절반가량이 가족기업인데 실현하지 않은 이익에 대해 과세하는 것에 우려한다. 중소기업 현실을 모르고 법이 만들어졌다면 당연히 현실을 법안에 반영시켜야 한다”며 “11월 법안소위 과정에서 잘 반영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회 기재위 이광재 민주당 의원도 “적용 대상 기업 중 일부는 적절한 시기에 사업 추진을 위해 일정 수준의 유보금을 보유할 필요가 있다”며 “시행령이 아닌 법률로 구체적인 내용을 확정해야 한다. 초과 유보소득 과세 유예 및 환급 조항 등을 신설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국회에서 수정·보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어 홍남기 경제부총리 등 정부의 고민도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김용범 기재부 1차관은 이날 대한상의, 중소기업중앙회 등 경제단체와의 간담회에서 “정상적인 경영 활동을 위해 유보가 불가피한 경우 등 의견을 제시한다면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언급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