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윤종성 기자] 최대 성수기인 연말연시 ‘뮤지컬 대전(大戰)’의 대진표 윤곽이 나왔다. ‘고스트’, ‘노트르담 드 파리’, ‘몬테크리스토’, ‘맨오브라만차’, ‘호프: 읽히지 않은 책과 읽히지 않은 인생’ 등이 관객들과 만날 채비를 하고 있다. ‘서편제’는 빠졌다. 올 한해 코로나19로 힘든 시기를 보냈던 공연제작사들은 처참했던 실적을 만회할 기회로 여기고 있다. 다만 사회적 거리두기의 1단계 하향에도 ‘객석 띄어앉기’가 지속되고 있고, 소비심리가 회복되지 않고 있다는 점은 부담이다.
14일 공연계에 따르면 신시컴퍼니는 이번 주 ‘고스트’ 본공연을 시작하며 뮤지컬 대전의 포문을 열었다. 영화 ‘사랑과 영혼’(1990)을 무대로 옮긴 ‘고스트’는 2013년 국내 초연 후 7년 만에 무대에서 선보인다. 초연 때 7개월간 상연하며 23만 명이 관람했던 인기작으로, 이번 시즌 주원, 김우형, 아이비, 박지연, 최정원 등 원년 멤버들이 다시 뭉쳐 주목받고 있다. ‘매직컬’(매직+뮤지컬)이라고 불릴 정도로 환상적인 마술과 영상을 활용한 무대가 보는 내내 시선을 붙든다. 내년 3월 14일까지 서울 구로구 신도림동 디큐브아트센터에서 공연한다.
프랑스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도 5년 만에 내한공연으로 한국 관객들과 만난다. 프랑스 대문호 빅토르 위고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작품으로, 1998년 초연 이래 전 세계 23개국에서 1500만 명이 넘는 관객을 사로잡았다. 이번에 선보이는 공연은 2018년 프랑스 초연 20주년을 기념해 제작된 새로운 버전이다. 출연진과 스태프들은 아직 프랑스에 체류 중으로, 자가격리기간을 감안해 이번 주말 입국할 예정이다. 공연은 오는 11월 10일부터 내년 1월 17일까지 블루스퀘어 인터파크홀.
EMK뮤지컬컴퍼니는 국내 초연 10주년을 맞은 ‘몬테크리스토’를 오는 11월 17일부터 내년 3월 7일까지 LG아트센터에서 진행한다. ‘몬테크리스토’는 네 시즌 동안 45만명의 관객을 동원한 히트작으로, 엄기준, 카이, 신성록, 옥주현, 린아, 이지혜 등이 출연한다. 오디컴퍼니는 세르반테스의 소설 ‘돈키호테’를 토대로 한 ‘맨오브라만차’를 오는 12월 18일부터 내년 3월 1일까지 샤롯데씨어터에서 진행한다. 특히 이번 시즌 국내 최정상 뮤지컬 배우인 류정한, 조승우, 홍광호가 출연해 기대감이 높다.
쇼노트와 알앤디웍스는 각각 뮤지컬 ‘젠틀맨스 가이드’, ‘호프’로, 에스앤코는 뮤지컬 ‘캣츠’ 40주년 공연을 12월 6일까지 연장하며 ‘뮤지컬 대전’에 출사표를 던졌다. 반면 CJ ENM은 뮤지컬 ‘서편제’ 공연 취소를 결정했다. 코로나19로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최상의 공연을 선보이는 것이 어렵겠다고 판단한 것이다. 대관 장소가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이라는 점도 감안한 조치로 풀이된다. 국·공립 극장의 휴관이 잇따르면서 공연계의 ‘공공극장 포비아(공포증)’는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코로나19로 부침을 겪었던 공연제작사들은 연말 성수기에 큰 기대를 거는 눈치다. 관건은 모든 공연장에 의무 적용한 ‘객석 띄어앉기’의 지속 여부다. 지난 12일 0시를 기해 사회적 거리두기가 1단계로 완화됐지만, 공연장에 대한 정부 방역 지침은 달라진 것이 없어 공연계는 당혹해 하고 있다. 한 공연제작사 CEO는 “계산기를 두드려 봤더니 ‘객석 띄어앉기’를 적용하면 전 회차 매진이 된다 해도 최대 20억원 적자를 본다”며 “이 상황이 지속되면 공연계는 멸살(滅殺)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