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윤종성 기자] 기원전 46년 고대 로마의 통치자 율리우스 카이사르는 1년을 365일로 정하고 남는 약 6시간은 4년마다 윤년을 정해 하루를 추가하는 새 달력을 사용하기로 했다. 그러나 ‘4년 뒤의 해’가 아니라 ‘4년째 되는 해’를 다시 첫해로 세는 바람에 윤년을 4년이 아니라 3년에 한 번꼴로 정하고 말았다. 모두가 알지 못한 채 수십 년이 흘렀고 서기 3년이 돼서야 잘못을 깨닫고 시정할 수 있었다.
책의 제목인 ‘험블 파이’(Humble Pi)는 직역하면 ‘겸손한 파이(π)’다. ‘험블 파이를 먹다(eat humble pie)’는 영미권에서 잘못을 시인해야 하거나 체면을 구길 때 주로 쓰는 표현이다. 제목처럼 이 책은 수학적 실수·오류로 인해 벌어진 대참사들이 담겨 있다. 맥주 양조용 보리를 거래한 기록에 남겨진 인류 최초의 계산 실수, 수식 하나 때문에 벌어진 수천억 원 단위의 금융권 사고, 나사(NASA)의 화성 탐사선 발사 프로젝트 실패 등 세기의 수학 실수를 한데 모았다.
저자는 수학 스탠딩 코미디를 공연하는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다. 2008년부터 크루를 결성해 지금까지 전 세계 50개 이상의 도시에서 수학 공연을 펼쳤고, 매년 11월에는 대규모 수학 콘퍼런스를 개최하고 있다. 2009년부터는 수학을 주제로 한 유튜브 채널 ‘스탠드업 수학’, 미국 수리과학 연구소가 지원하는 유튜브 채널 ‘넘버필’에 올리는 그의 수학 동영상은 누적 조회수 1억 뷰를 넘겼다.
영국 역사상 처음으로 종합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른 수학 교양서다. 이 책으로 영국 전역에 수학 교양서 읽기 붐이 일었고, 북미판은 출간되기도 전에 미국 아마존 인터내셔널 부문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했다. 책을 읽다 보면 인터넷 검색 시간이 더 많을 정도로 거짓 같은 실화로 가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