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CC 오해와 진실]‘무늬만 저가항공’, 진정한 LCC 없다?

김포~제주, 대형항공사比 6~23% 저렴
항공권은 '타이밍'..수요·공급 따라 탄력적
'제7의 LCC' 탄생, 경쟁↑·항공운임↓ 기대
  • 등록 2019-02-16 오전 8:00:01

    수정 2019-02-16 오전 8:00:01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무늬만 저가항공”, “가격은 별차이 없음”

국내 저비용항공사(LCC) 관련 기사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댓글이다. 여기에 위탁수하물, 사전좌석지정 등 LCC의 부가 서비스를 이용하면 대형항공사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보다 비싸다는 지적도 이어진다.

경쟁사도 쓴소리 했다. 아시아 최대 LCC인 에어아시아의 토니 페르난데스 회장은 “한국 LCC의 요금은 비싸다”며 “한국에는 진정한 의미의 LCC가 없다”고 했다. 또 그는 “김포~제주 노선 등 국내선을 보면 사실 LCC 요금이 기존 대형항공사들과 차별화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실제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가 김포~제주 노선 성수기 항공권 가격을 조사해 발표했는데 “저가항공사는 대형항공사와 큰 차이가 없다”고 밝혀 파장이었다. 당시 김포~제주 구간의 성수기 주말 항공사별 운임을 조사한 결과(2017년 8월 15일 기준)로는 대한항공(003490)은 11만3200원, 아시아나항공(020560)은 11만9200원, LCC는 10만1200~10만4100원으로 발표했다.

LCC 운임, 대형사보다 6~23% 저렴

‘고가 논란’에 LCC는 억울하다. 항공권 가격은 수요와 공급에 의해서 결정된다. 결국, 항공권 예약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타이밍’이다. 좌석은 한정돼 있는데 원하는 사람이 많으면 가격은 당연히 올라간다.

실제 항공운임은 어떨까. 국내선 중 가장 인기 있는 김포~제주 노선에서 이달 공항이용료와 유류할증료가 포함된 성인 1인 편도 총액운임을 비교해보니 LCC가 대형항공사보다 평균적으로 주중에 23%, 주말에 14%, 성수기에 6% 저렴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항공은 주중 8만9300원, 주말 10만2300원, 성수기 11만4300원이다. 아시아나항공은 주중 9만3300원, 주말 9만7300원, 성수기 10만7300원이다.

제주항공(089590)진에어(272450), 티웨이항공(091810)은 주중 7만2900원, 주말 8만7300원, 성수기 10만5000원이다. 이스타항공은 주중 7만2800원, 주말 8만7200원, 성수기 10만5200원이며, 에어부산(298690)은 7만6300원, 주말 8만7300원, 성수기 10만2300원이다.

수송단가(yield)로 비교해봐도 LCC가 저렴하다. 2018년 3분기 공시된 분기보고서에 나타난 실적을 기초로 국내선에서 1명의 승객을 1㎞ 수송하는데 받는 운임을 비교해보니 대한항공은 186원, 아시아나항공은 141원, 제주항공은 102원, 진에어는 124원, 티웨이항공은 130원이었다. 대한항공의 운임을 100%로 봤을 때 아시아나항공은 76%, 제주항공은 55%, 진에어는 67%, 티웨이항공은 70% 수준이다.

징검다리 연휴, 설·추석 연휴, 여름휴가 기간은 모두 여행을 가고 싶다. 항공사는 수요가 공급보다 많은 시장원리에 맞춰 이처럼 가격을 탄력적으로 운영한다. 내가 원하는 노선과 시간대 좌석이 싸지 않다고 해서 ‘무늬만 저가항공’이란 지적은 LCC 입장에서는 아쉬운 대목이다.

국내 LCC업계 관계자는 “대형항공사의 운임이 LCC보다 낮은 경우가 있는 것은 미끼상품으로 내놓은 것이 일시적으로 LCC보다 싼 것으로 보이는 것일뿐 LCC가 비싼 것이 아니다”라며 “서비스를 선택할 수 있는 LCC를 이용할 때 부가 서비스 이용을 최소화하고 깜짝 특가항공권 프로모션을 잘 이용하면 저렴한 항공권을 구입 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부가 수익 창출 나선 LCC

애초 ‘저가항공’이란 이름으로 브랜딩해 오해의 소지를 불러일으켰다. LCC는 Low Cost Carrier로 번역하면 저비용항공이 적절한 표현이다.

LCC는 대형항공사와 비교해 낮은 항공권 가격을 유지하는 대신 기내식과 위탁수하물, 사전좌석지정, 기내 엔터테인먼트, 공항 라운지 서비스 등을 유료화해 부가 수익을 창출하는 비즈니스 모델이다. 작년 제주항공은 부가매출로 전년 대비 25.2% 늘어난 988억원을 거둬들였다. 세부적으로 초과수하물(193억원), 부대판매(122억원), 에어카페(65억원), 기내면세(32억원) 등이다.

올 들어 LCC는 부가 수익 창출을 강화하기 위해 가격 인상에 나섰다. 제주항공은 ‘노쇼(No Show)’를 방지하기 위해 국제선 예약부도 위약금(12만~24만원) 규정을 만들었다. 진에어는 사전좌석지정, 위탁수하물 서비스에 대한 운임을 조정했다. 각 노선에 따라 다르지만, 각각 최대 1만9000원, 최대 5000원 인상했다.

‘대형 LCC’ 견제할 新 LCC 등장

국내 항공여객수는 2015년도 8900만명에서 작년 1억명 이상으로 매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소비자들은 LCC 출범 이후 항공여행의 대중화와 가격, 서비스, 노선면에서 이미 효과를 보고 있다. 국내 항공시장에서 LCC는 ‘메기’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셈이다.

국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만 있었다면 항공권 가격은 천정부지로 올랐을 게 자명하다. 실제 대한항공이 독점하고 있는 인천~몽골 노선만 봐도 비행시간은 3시간 30분가량인 인천~홍콩 수준이지만, 가격대는 2배 이상인 100만원대로 형성돼있다.

국내 LCC 출범 15년을 바라보고 있는 가운데 현재 제주항공과 진에어는 연간 매출 1조원을 기록하는 대형 LCC로 성장했다. 과거 이들이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등 대형항공사를 견제하고 항공시장에 새 바람을 불러일으켰던 것처럼 이들을 견제할 ‘제2의 메기’의 등장도 앞두고 있다.

에어로케이, 플라이강원, 에어프레미아, 에어필립 등 ‘제 7의 LCC’에 도전한 이들은 신규 항공사 추가 진입으로 대형화된 LCC를 견제할 수 있는 다양한 노선과 항공권 가격 인하 효과를 낼 것으로 자신했다.

신규 LCC 설립을 준비 중인 관계자는 “사업자 수가 증가하고 경쟁이 활발해질수록 가격 부담이 줄어든다는 것은 국제 항공시장에서 이미 입증된 사실”이라며 “해마다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항공수요를 감당하고 서비스 품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자유롭게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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