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케이블과 정부 간 미묘한 '줄다리기'

  • 등록 2018-04-14 오전 8:47:08

    수정 2018-04-14 오전 8:47:08

[이데일리 김유성 기자] 방송·통신 시장에대한 정부의 정책 지원을 원하는 케이블TV 업계와 정부 당국자 간 미묘한 줄다리기는 12일 제주도 부영호텔에서 열린 케이블TV쇼에서도 이어졌다. 정부에 사업 인허가권이 있는 방송이라는 특징이 있지만 케이블TV 업계는 정부의 정책적 개입을 어느 때보다 기대하는 모습이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한 발 빼는 모습이었다. 외부 민원을 그대로 따르기 어려운 공무원 조직이라지만, 기업이 먼저 나서 혁신해야 한다는 원론적인 입장이어서 온도차를 보였다.

케이블의 모바일 시장 진입인 ‘제4이동통신’이나 방송 사업자의 특수관계자(이를테면 KT와 KT스카이라이프) 시장 점유율을 합쳐 규제하는 ‘합산규제’의 일몰 연장도 정부는 유보적인 입장이었다. 제4이통에대한 화끈한 지원이나 합산규제 유지라는 확언을 받고 싶었던 케이블TV업계 기대와는 어긋나보였다.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가운데)이 전용주 딜라이브 대표(사진 왼쪽)와 유정석 현대HCN 대표(사진 오른쪽) 사이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이런 모습은 유영민 과학기술정통부장관 주재로 열린 케이블TV방송사업자(SO)들과의 간담회에서 드러났다. 김 회장은 구체적인 실행 계획은 아직 마련되지 않았지만 ‘제4이동통신’을 화두로 꺼냈다.

케이블협회 회장이 제4이통에 대해서 직접적으로 필요성을 역설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케이블TV가 IPTV와의 경쟁에 밀릴 수밖에 없었던 가장 큰 이유가 ‘모바일의 부재’라는 인식때문이다.

김 회장은 발언 중에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점은 빼놓지 않았다. 20년 가까이 사업을 하며 출혈경쟁을 하고 있는 통신3사와 경쟁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논리다. 김 회장은 “정부가 적극 견인해달라”며 “사업자들의 (제4이통 참여) 결정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SO들도 제4이통에 대해서 원론적으로는 동의하는 분위기다. 모바일과 방송·초고속인터넷이 결합된 결합상품에 케이블TV가 시장을 빼기고있기 때문이다. 또, SO 대표들은 제4이통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면서 결합상품에 대한 우려를 심각하게 토로했다.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이날(20일) 간담회에서 원론적인 답변을 했다. 제4이통 도입을 위해 적극적인 도움보다는 업계가 먼저 나서서 주도해야한다는 뜻이다. 유 장관은 “재무 등 제4이통 진입 장벽은 낮췄다”면서도 “기존 통신사업자를 위협할만큼의 준비가 돼 있는가가 중요한 문제”라고 했다.

‘정부가 나서줘야 업계가 움직인다’는 김 회장의 의견을 유 장관이 ‘업계가 적극 나서야 정부가 움직인다’라고 받아친 셈이다.

유료방송 업계 핵심 화두인 합산규제에서도 비슷했다. 합산규제는 특정 방송사업자가 시장 점유율을 일정 부분(33%)이상 차지하지 못하도록 막는 규제다.

규제 대상은 사실상 KT다. KT의 IPTV와 위성방송 시장 점유율이 30%에 육박했고, 합산 규제에 대해서는 KT와 반(反)KT 진영으로 나뉘어 있다.

김 회장은 “합산 규제는 협회 차원에서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며 “규제 일몰이 연장돼야 한다는 부분에서 회원사 대부분이 동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케이블TV업계는 대체로 합산규제 일몰 연장에 공감하고 있지만, 정부는 유보적인 입장이다. 국회에서 결정되는 사항을 보고 필요한 안을 마련하겠다는 생각이다. 이날 행사장에서 만난 방통위 고위 관계자는 “(국회 결정 경우의 수에 따라) 정부도 여러 안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안정상 더불어민주당 수석전문위원도 민감한 화두에 대해서는 ‘원칙론’적인 의견을 냈다. 그는 이날(12일) 케이블협회 주최로 열린 통합방송법 개정 세미나에서 안 위원은 방송의 공정성에 대한 얘기를 주로 했다. 방송의 공정성이 보장되는 측면에서 통합방송법이 제정돼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는데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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