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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운세상코스메틱이 운영하는 더모코스메틱(기능성화장품) 브랜드 ‘닥터지’(Dr.G)가 ‘닥터지 필링젤’을 비롯해 ‘닥터지 미스트’ 등 화장품 제품군을 최근 미국 ‘월그린’에 공급하기 시작했다. 월그린은 100년 이상 전통을 가진 약국 체인으로 시카고에서 시작해 현재 전 세계 1만3000여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이들 매장 방문객은 일평균 500만명에 달한다.
닥터지는 지난해 노드스트롬 백화점과 월마트, 아마존에 입점한데 이어 이번에 월그린에 제품을 공급하는 등 국내 중소기업으로선 드물게 화장품 종주국이라 할 수 있는 미국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출했다는 평가다. 닥터지가 미국 현지 시장에서 빠르게 안착할 수 있었던 계기는 이 회사 창업자인 안건영 대표의 ‘라이프스토리’ 덕분이었다.
안 대표는 어린 시절 갑작스런 사고로 얼굴 한쪽에 큰 화상을 입었다.병원에 입원한 그는 그곳에서 외적인 상처보다 더 큰 내적인 아픔을 겪게 된다. 의사들이 마치 실험대상을 바라보듯 한 냉소적인 눈빛, 또 의료기기를 비롯한 병원 내 차가운 환경 때문이었다.
안 대표는 의사로서 피부과 진료에만 머물지 않고 자신처럼 피부고민으로 아픔을 겪는 이들을 더 적극적으로 돕기 위해 지난 2000년 고운세상코스메틱을 창업하고 기능성화장품 사업을 추진했다. 그 결과 2003년에 기능성화장품 브랜드 닥터지를 공식 출시하고 피부과 병의원을 중심으로 제품을 공급했다.
닥터지는 ‘품질이 좋다’는 입소문을 타고 비비크림 등 제품이 홍콩과 중국 등 전 세계 각지로 팔려나갔다. 현재 닥터지가 수출되는 지역은 총 20개국이 넘는다. 닥터지는 홍콩에서 2007년 이후 비비크림 분야에서 줄곧 1위 자리를 이어가고 있다.
안 대표는 지난해 뜻밖의 제안을 받게 된다. 노드스트롬으로부터 제품 공급 요청이 온 것. 노드스트롬은 판매하지도 않는 자동차 타이어를 환불해달라는 고객의 억지 요청에도 기꺼이 응하면서 유명해진 미국 고급 백화점 체인이다. 뷰티와 패션 등 글로벌 시장을 주도하는 업체들이 노드스트롬에 입점하길 원한다. 하지만 노드스트롬 측이 제시하는 조건이 매우 까다로워 입점은 수월치 않다. 실제 지난해까지만 해도 글로벌 ‘K뷰티’를 주도하는 국내 화장품 업체들 중 아모레퍼시픽만이 유일하게 입점했다.
닥터지는 진입 장벽이 높은, 상징적인 의미의 노드스트롬 입점 후 월마트, 아마존, 그리고 이번에 월그린 등 미국 현지에서의 거래처가 빠르게 늘고 있는 추세다. 올 하반기 중 트리니티백화점 입점도 앞두고 있다. 고운세상코스메틱은 닥터지가 미국 등 해외시장에서 판매가 확대되면서 올해 지난해보다 50% 정도 성장한 300억원의 매출액을 달성한다는 목표도 세웠다. 중국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으로 인해 최근 실적 악화 일로에 있는 화장품 대기업들과 비교되는 행보다.
안 대표는 “과학적인 피부타입 분류법을 ‘마이 스킨 멘토’(My Skin Mentor) 서비스를 통해 최근 소비자들에 제공하는 등 다른 화장품 브랜드에서 시도하지 않은 혁신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며 “단순히 실적 성장만을 보지 않고 피부과학을 통해 전 세계인의 피부건강을 진정성 있게 고민하는 회사의 모습을 그려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