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어린이날 TV 편성표를 보면 지상파 3사중 어린이날 특선 애니메이션을 편성한 채널은 KBS1이 유일했다. MBC와 SBS는 어린이날 오전 시간을 인기 예능·드라마 재방송으로 편성했다. KBS2는 평일 낮방송으로 방영하던 어린이용 프로그램을 이날(어린이날) 편성에서 제외했다. 오후 2시에 시작하는 프로야구 경기를 중계하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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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KBS2는 평일 오후 3시 45분부터 오후 5시까지 128부작 애니메이션 ‘후토스-잃어버린 숲’, 82부작 애니메이션 ‘자동공부책상 위키’, 어린이용 정규 편성물 ‘TV유치원 콩다콩’을 방영했다.
애니메이션 제작 업체 관계자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며 “어린이 애니메이션은 광고가 잘 붙지 않을 뿐더러 광고 규제도 심하다”고 말했다. 광고 판매가 이뤄지지 않다보니 국가공영방송이 아닌 MBC, SBS 등은 국산 애니메이션 편성을 외면하고 있다.
KBS는 시청률이 낮은 시간대인 평일 오후 4시 정도에 애니메이션을 포함한 어린이물을 편성하고 있다. 애니메이션 업계 관계자는 “주시청자층인 어린이들이 학교나 유치원에 가 있을 시간”이라며 “시청률, 광고단가가 낮을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코바코) 광고단가표에 따르면 오후 3시에 편성된 어린이물의 15초 기준 방송광고 판매가는 70만원 정도다. 오후 10시에 방영하는 인기 드라마는 1300만원이다. 20배 가량 차이가 나는 셈이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상송심의 관련 규정에서 애니메이션에 붙는 광고(중간 광고 제외)는 해당 캐릭터와 상관이 없어야 한다. 쉽게 말해 특정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시간을 전후한 시간대에 해당 애니메이션의 캐릭터 상품을 광고해서는 안된다.
업계에서는 애니메이션 제작 단계부터 캐릭터 상품을 기획해 판매하는 시장 트랜드에 뒤떨어진 규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종관 미디어미래연구소 실장은 “아직은 프로그램과 광고가 분리돼야 한다는 게 국내 방송 업계 대원칙”이라며 “어린이들이 광고에 대해 객관적인 판단을 못하는 것도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이 실장은 다만 “광고에 대한 긍정적인 효과가 있는지, 우려하는대로 아이들 코묻은 돈을 빼가는 상술인지 검토할 필요는 있다”면서도 “전체적으로는 규제를 점진적으로 풀어가는 게 맞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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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 채널이 생기면서 굳이 지상파TV를 보지 않아도 애니메이션 시청이 가능해진 것이다.
스마트폰 시대가 도래하면서 매체 환경이 변화한 점도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과거 TV를 보던 어린이 시청자들이 스마트폰, 태블릿PC 등으로 몰렸다는 뜻이다.
국내 애니메이션 업계가 영세성을 면하지 못한 점도 주요 원인으로 거론된다. 방송 기회를 얻지 못한 업체들의 경영 악화로 제작 여건이 나빠지는 악순환에 빠진 셈이다.
애니메이션 제작 업계 관계자는 “지상파TV에 방영되기 위해서는 최소한 3개월에서 6개월 정도 연작이 가능해야 한다”며 “그러나 이같은 요구를 수용할만한 업체가 많지 않다”고 토로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 자료에 따르면 2013년 기준 애니메이션 사업체 당 직원 수는 13.1명이다. 업체당 평균 매출은 11억7600만원 정도다. 프로젝트별로 사업이 진행되는 애니메이션 업계 특수성을 감안해도 적은 규모다.
‘뽀로로 아빠’로 유명한 김일호 오콘 대표는 “업계는 새로운 비즈니스를 발굴하고 유관 인프라, 매체(방송 등)들도 함께 도와야 한다”며 “제작부터 협력이 동반된 새로운 전략이 필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