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물론 전세계에서도 가장 많은 산유량을 가진 국가인 사우디아라비아가 미국과의 `석유전쟁`에서 사실상 승기를 잡았다. 유가 하락에 못이겨 미국 셰일가스 석유 시추공이 큰 폭으로 줄어들고 있는 반면 사우디는 오히려 사상 최대치까지 시추공을 늘리고 있다.
투자기관인 WTRG이코노믹스 제임스 윌리엄스 에너지담당 이코노미스트는 30일(현지시간) 사우디가 지난해 3월 이후 지금까지 약 1년간 자국내 석유 및 천연가스 시추공을 30%나 늘려 사상 최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세계 3위 원유서비스업체인 베이커휴즈에 따르면 지난 3월말 기준으로 사우디가 석유를 실제로 캐내고 있는 시추공 숫자가 125곳에 이르러 1년전 96곳에 비해 크게 늘려놓은 상태다. 이는 사상 최고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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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적으로 석유 생산비용이 낮은 사우디는 유가 급락으로 인해 손실을 감내하면서도 시장 점유율을 높여 미국 셰일가스와 캐나다 오일샌드 등 신흥 에너지 강자들을 경쟁에서 도태시키는 한편 미국과의 핵협상 타결로 석유 수출을 늘리는 이란까지 동시에 견제하는 전략을 쓰고 있다.
윌리엄스는 “이는 사우디의 세대 교체를 의미하며 이를 통해 아랍권에서 이란의 영향력을 축소시키려는 움직임을 계속할 것”이라며 사우디가 이와 같은 석유시장에서의 지배력 확대를 더 강하게 추진할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