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로 설비투자는 매 분기 등락을 반복하며 ‘갈지 자(之)’ 횡보를 거듭하고 있다. 게다가 조선·철강·건설·해운 등 주력 투자업종의 경우 경기 부진과 맞물려 투자를 늘리기 역부족인 상황이다. 대외적으로는 미국의 금리인상 가능성, 엔화 약세, 산유국 경제 불안 등의 악재로 투자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갈수록 대내외 투자 여건이 악화되는 상황에서 대기업들의 투자 장애물을 걷어내 돈을 풀게 하지 않으면 경기 진작에도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게 정부 판단이다. 정은보 기획재정부 차관보는 “이번 대책을 통해 대기 중인 현장 프로젝트를 지원하고, 복합리조트 건설 등 관광 인프라를 확충하게 될 것”이라며 “8조5000억원의 신규 투자를 포함해 총 25조원+알파(α)의 투자 효과가 기대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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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車, 내년 한전 부지 첫삽 뜬다
정부는 이번 대책을 통해 총 4건의 현장대기 프로젝트 가동을 지원한다. 대표적인 게 현대차그룹이 지난해 9월 10조5000억원에 매입한 서울 삼성동 한국전력(015760) 부지의 조기 착공 지원이다. 정부는 서울시 등과 협의해 통상 2~3년 소요되는 용도지역 변경, 건축 인허가 등을 최대한 단축시켜 내년 착공을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국방부와 서울시의 이견으로 답보상태인 용산 주한미군 이전 부지 개발 방식도 조만간 확정할 계획이다. 도시 경관과 평택기지 이전재원 확보가 가능하도록 부지별로 용적률을 탄력 적용하고, 단계적으로 개발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캠프킴 부지는 용적률 800% 이상 고밀도로 개발하고, 유엔사 부지는 3D경관 시뮬레이션 결과 등을 토대로 시설 높이 및 용적률을 결정한다.
삼성, 4조원 ‘OLED 투자’ 속도낸다
삼성디스플레이의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라인 증설 투자도 차질없이 추진되도록 지원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현재 삼성디스플레이는 간선도로 미비, 고도정수처리장의 지자체 이관 의무 등의 문제로 투자에 머뭇거리고 있다. 이에 정부는 삼성이 가장 시급해 하는 동서축 간선도로를 연내 완공하고, 용수 사용료 부담 경감을 위해 입주기업체협의회가 정수장의 지자체 이관 후 운영·관리하도록 지자체 조례를 개정한다.
열병합 발전소의 배관망 건설 관련 애로사항도 패키지로 해결해 준다. 현재 SK는 배관망 공사 문제로 열병합 발전소를 짓는 투자 계획이 삐걱거리고 있다. 여러 지자체를 경유해야 하는 배관망의 특성상 각 지자체별로 도시계획 변경 허가를 받아야 하고, 법적 근거 부재로 연결망 건설에 필수적인 가압시설을 설치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정부는 오는 6월쯤 국토계획법 등을 개정해 도시계획시설 변경 없이 도로를 굴착할 수 있도록 허용해 주고, 개발제한구역내 설치 가능한 집단 에너지시설에 가압시설을 추가해 준다.
면세점·카지노 늘려 관광 인프라 확충
이번 투자활성화대책에서 현장 대기 프로젝트 지원과 함께 양대 축을 이루고 있는 것이 관광 인프라 확충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호텔 건설자금 1조원을 3년간 추가 공급하고, 용적률 특례, 장기저리자금 지원 등 올해말 일몰 예정인 관광호텔에 대한 혜택의 연장도 추진한다. 또, 호텔리츠가 △출자자중 업력 10년의 관광사업자 포함 △20년 이상 호텔 운영 계약 체결 등의 요건을 충족할 경우 관광숙박업 사업계획 승인을 받도록 허용해준다.
카지노가 포함된 복합리조트 사업자 2곳을 추가 선정하고, 국내 기업이나 신용등급이 떨어지는 외국인 투자자가 경제자유구역(경자구역) 안에서 외국인전용 카지노를 운영할 수 있는 길도 터준다. 복합리조트 추가사업자에 대한 공모는 2월부터 시작돼 연내 마무리된다. 서울 3개, 제주 1개 등 총 4개의 시내 면세점 추가 특허도 내준다. 정부는 향후 외국인 관광객 증가 추세 등을 감안해 매 2년 마다 추가 특허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대전 유성, 울산 중구, 경기 남양주, 경북 경산, 전남 순천, 제주 등 6곳을 도시첨단산업단지로 추가 지정하고, 도로공사 이전부지와 인근 그린벨트 해제용지 등을 활용해 부지 면적 43만㎡ 규모의 판교 창조경제밸리를 조성키로 확정했다. 항공정비업을 수행하는 외국기업에 대한 지분율(50%) 규제를 완화해 기술력이 우수한 외국 항공정비사 유치에 나서고, 벤처 활성화를 위해 5000억원 규모의 ‘중국진출 펀드’도 신규 조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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