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B 총재 "재정위기 타개, 긴축만이 답이다"(종합)

WSJ 인터뷰..유로존 위기 여전히 진행형
장기적 관점에서 경기 위축 감수해야
  • 등록 2012-02-24 오전 9:04:56

    수정 2012-02-24 오전 9:04:56

[이데일리 김기훈 기자]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재정위기는 현재 진행형이며 이를 벗어나기 위해선 허리띠를 더 졸라매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근 긴축뿐만 아니라 경제 성장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는 일부 국가들의 주장과는 배치되는 입장이다.

23일(현지시간) 드라기 총재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유로존 경제는 매우 더디게 회복되고 있다"며 "금융시장이 몇 개월 전과 비교하면 더 안정되고 있지만 재정위기가 끝났다고 말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
그는 또 "경제지표 쪽에서 일부 개선 신호가 나타나고 있으나 경기 회복은 매우 더디게 진행되고 있고 경기 하방 위험도 여전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유럽 채권시장도 최근 안정 추세지만 신용 상황은 아직 불안하며 그리스는 여전히 최대 리스크"라고 언급했다.

드라기 총재는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선 긴축 강화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긴축 재정은 현 상황에서 불가피한 것으로, 구조적 개혁을 위한 시간을 벌 수 있다"고 말했다. 긴축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곧바로 시장이 흔들릴 것이며 국채 수익률도 급등할 것이라는 설명.

드라기 총재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지금의 경기 위축은 감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긴축 재정의 대안은 없다"며 "재정개혁 조치가 제대로 이행되면 단기적으로는 경기가 위축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지속 가능한 경제 성장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드라기 총재의 이 같은 발언은 일부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이 EU 당국에 긴축 위주의 정책에서 탈피해 경제 성장에도 주목할 것을 촉구하고 나선 직후 나왔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지난 20일 영국과 이탈리아, 스페인 등 유럽 12개국은 헤르만 반 롬퍼이 EU 상임의장과 조제 마누엘 바호주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 위원장에게 유럽이 재정위기와 경기 침체에서 벗어나기 위해선 일자리와 성장에 초점을 맞춘 정책이 필요하다는 내용의 서한을 보낸 바 있다.

이들과 달리 ECB는 이미 예전부터 재정위기의 선결 조건으로 긴축의 중요성을 강조해 왔다. 이런 입장은 독일과 프랑스도 마찬가지다. 드라기 총재는 이번 발언을 통해 긴축 강화 의지를 재확인하고 일부 국가들의 불만을 조기에 차단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그는 이와 별개로 이날 독일 일간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과의 인터뷰에서 ECB의 국채 매입 프로그램과 관련 "국채매입 프로그램은 도입 이후 목표를 잘 수행해왔다"고 전제한 뒤 시장이 아직도 취약한 만큼 국채매입 프로그램을 끝낼지 여부를 신중히 결정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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