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종별 최저임금 차등적용 문제는 매년 최저임금위에서 다뤄왔다.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업종별 차등적용 필요성을 언급하며 이번 정부 들어 최대 쟁점이 됐다. 다만 노동계는 물론 공익위원들도 반대하며 도입되지 않았다.
2022년 사용자측은 음식숙박업과 도소매업에 차등적용을 주장했으나 표결 결과 차등적용 반대 16명, 찬성 11명으로 ‘최저임금은 사업 종류별로 구분해 적용한다’는 안건은 부결됐다. 지난해에도 숙박음식업, 체인화편의점업, 택시운송업에 대해 차등적용한다는 안건을 부쳤으나 반대 15명, 찬성 11명이었다. 최저임금위는 노측과 사측, 공익위원이 각 9명씩 총 27명으로 구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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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최저임금위에선 돌봄서비스업에 대한 차등적용 논의가 오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고용노동부 고위 관계자는 “한은이 돌봄서비스 근로자에 상대적으로 낮은 최저임금을 책정하자는 제안을 세미나를 열어 공식적으로 한 만큼, 당장 올해 결정은 못하더라도 관련 논의는 이뤄지지 않겠느냐”고 했다.
한은의 제안은 값싼 외국인 인력을 들여와야 하지만 이들에게 최저임금보다 낮은 임금을 줄 수 없는 현실을 고려한 것이다. 근로기준법과 외국인고용법은 외국인에 대한 차별을 금지하고 있으며, 국제협약상으로도 국제노동기구(ILO)는 내국인과 외국인을 차별하지 않는다는 협약을 10개 핵심 협약 중 하나로 명시하고 있다. 내·외국인 차별 없이 돌봄 비용을 낮추는 방법으로 돌봄서비스업 최저임금 차등적용을 제안한 것이다.
이러한 논쟁적인 제안에 당장 돌봄노동자들은 반발하고 있다. 지난 7일 민주노총과 양경규 녹색정의당 의원이 공동 개최한 ‘돌봄노동자 노동권 실태와 권리보장 기본법 제정 토론회’에선 “10년을 일해도 최저임금이다”, “돌봄노동자에겐 최저임금이 곧 최고임금이다”, “돌봄노동자 처우개선은 외면한채 외국인 인력을 수급해 저임금 노동구조를 정착시키겠다고 하니 분통이 터진다” 등의 목소리가 나왔다.
최저임금위에서 사측은 돌봄서비스업과 별개로 숙박음식업 등의 차등적용을 강하게 주장하고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또 다른 정부 고위 관계자는 “한은의 제안은 돌봄서비스업에 국한된 것이지만, 최저임금 차등적용 필요성을 중앙은행이 공식 제안했다는 점에 의미를 부여해야 한다”고 했다. 이번 한은 주장의 기반 중 하나가 돌봄서비스 ‘인력난’이었는데, 이는 “인력난을 해결하지 못하는 업종은 구조조정될 것”이라는 사측 주장과 맥이 같다.
공익위원들은 그간 노측에 힘을 실어줬다. 지난해 업종별 차등적용을 표결한 제7차 전원회의에서 한 공익위원은 “현실적으로 대부분 사업장이 어렵다고 하는데 어려운 업종마다 최저선에 맞춰달라고 한다면 결국 가장 낮은 최저선을 정하는 것과 다르지 않을 것”이라며 “미시적인 논의도 중요하지만 국가 전체적인 관점에서 도입 후 영향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다만 오는 5월 최저임금위원 전원 임기가 만료되는 점이 변수로 꼽힌다. 위원들 임기는 3년으로 고용부 장관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 올해 처음 윤석열 정부가 임명하는 공익위원이 최저임금위에 참여하게 되는 셈이다. 최저임금위의 한 근로자위원은 “그간 공익위원들은 최저임금 차등적용과 관련해선 노측에 힘을 실었지만, 차등적용을 주장한 윤 대통령이 임명하는 공익위원으로 채워지면 분위기는 어떻게 바뀔지 모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