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만 개미 울린 신라젠이 뭐기에…6개월 후엔

코스닥 시총2위서 임상 중단에 거래정지까지
상장폐지→개선기간 부여…투자자 발만 동동
  • 등록 2022-02-19 오전 11:36:33

    수정 2022-02-19 오전 11:36:33



[이데일리 이지현 이은정 기자] 바이오 대장주로 주목받던 신라젠(215600)이 상장폐지 갈림길에 서며 다시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신라젠이 뭐기에 이러는 걸까요? 그래서 한번 살펴봤습니다.

기대 모은 신약개발 임상3상서 발목

신라젠은 2006년 설립된 면역항암제 신약 개발 기업입니다. 2014년 면역항암제 후보물질 ‘펙사벡’(Pexa-Vac) 개발사 제네렉스를 인수해 2016년 기술 특례 제도를 통해 코스닥시장에 상장했습니다. 이 제품은 암세포만 없애는 치료제로 알려지며 뜨거운 관심을 받았습니다. 특히 2017년 11월 글로벌 임상3상에서 긍정적 결과가 나올 거라는 기대가 고조되며 시총이 8조7000억원까지 증가하기도 했습니다. 코스닥 시총 2위 기록입니다.

하지만 2019년 8월 미국 데이터모니터링위원회(DMC)는 펙사벡의 말기 간암 환자 대상 임상시험 중단을 권고했고 이 사실이 알려지며 주가는 곤두박질치기 시작했습니다.

이듬해인 2020년에는 문은상 전 대표를 비롯한 전현직 임원이 배임·횡령 혐의로 구속기소되면서 상장적격성 실질 심사 사유가 발생해 2020년 5월 4일 장 마감 후 1만2100원에 주식 거래가 정지됐습니다.

신라젠의 개인주주는 약 16만5600명으로 전체 지분의 92.61%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개인 주주비율로 따지면 당시 전체 코스닥 시장에서 가장 높은 수치입니다. 10년간 모은 돈을 모두 넣었다 발이 묶인 투자자부터 결혼자금을 넣었다가 어려운 상황에 놓인 투자자까지 개인투자자들의 피눈물이 담긴 이야기가 넘쳐나는 종목이기도 합니다.

기심위 뒤집은 시장위 “개선기간 6개월” 의미는

상장폐지 절차는 거래소→기심위→시장위원회로 진행됩니다. 거래소는 기업의 횡령·배임 사실 확인, 회계처리 위반, 5년 연속 영업손실 등이 발생하면 해당 종목의 거래를 정지시키고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 여부를 먼저 판단합니다.

이후 거래소가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으로 판단하면 기심위를 열게 됩니다. 기심위 심의·의결 결과 개선기간이 부여되면 이를 거치고 다시 기심위를 열어 상장폐지를 결정합니다. 상폐로 결론나면 20영업일 이내에 시장위원회를 엽니다. 시장위원회 심의 결과 상장폐지 결정이 나도 회사가 이의신청을 하면 재심의를 통해 최종 상폐 여부가 결정됩니다.

지난달 거래소 기업심사위원회는 신라젠에 상폐 결정을 내렸습니다. 영업 지속성 등이 문제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기심위는 2020년 11월에 1년의 개선기간을 부여했고, 신라젠은 지난해 12월 개선계획 이행내역서를 제출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입니다.

그런데 시장위가 기심위 판단을 뒤집었습니다. 지난 18일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위원회는 신라젠의 상장폐지 여부의 건을 심의한 결과 개선기간 6개월 부여한다고 공시했습니다. 이에 따라 개선기간 종료 후 상장폐지 여부 결정일까지 주권 매매거래가 정지됩니다. 상장폐지 여부를 결정하는 시장위는 10월 중 개최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시장위가 개선기간을 부여하면서 신라젠은 유의미한 임상 성과를 입증하는 게 과제가 될 전망입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시장위가 신라젠의 경영개선계획서 내용에 따라 해당 개선기간 동안 성과가 가시화될 것으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며 “유의미한 임상 내용으로 기업 계속성을 입증하는 게 과제일 전망”이라고 말했습니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국거래소 앞에서 신라젠 주주연합 회원들이 거래재개를 촉구하며 집회를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2년간 발 묶일라…투자자 분통


신라젠은 개선기간 종료일인 오는 8월 18일로부터 15일 이내(영업일 기준)에 개선계획 이행내역서, 개선계획 이행결과에 대한 전문가의 확인서 등을 제출해야 합니다. 거래소는 서류 제출일로부터 20일 이내(영업일 기준)에 코스닥시장위원회를 개최해 상장폐지 여부를 심의·의결할 예정입니다.

신라젠 관계자는 “연구개발(R&D) 인력 확충 등 개선기간 동안 수행 가능한 과제”라며 “적극적인 과제 수행을 통해 6개월 후 거래 정상화를 추진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이후 상장 유지로 결정되면 거래가 재개되지만 상장폐지로 의결된다면 최종심 격인 2차 코스닥시장위원회에서 다시 심의됩니다. 여기서 최종 상장폐지로 결정되면 정리매매 작업에 들어간 뒤 증시에서 퇴출됩니다. 최종심 격인 시장위에서 개선기간을 부여받으면 또다시 기간을 받게 되는 식입니다.

거래소는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총 2년 동안만 개선기간을 부여할 수 있어 1년6개월의 개선기간을 부여받은 신라젠은 최대 6개월까지 더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투자자들은 기대와 다른 결과에 분통을 터뜨리고 있습니다. 개선기간이 최대 12개월까지 부여될 수 있어 길어지면 2년 넘게 투자금이 묶이게 됩니다. 신약 개발 제품군이나 자금 문제 등 영업지속성 측면에서 개선된 성과가 나타나지 않을 경우 상폐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기 때문입니다.

신라젠주주연합은 입장문을 통해 “지난달 기업심사위원회의 상장적격성 실질심사에 이어 코스닥시장위원회 결과도 주주들은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현재 주주연합은 기심위 결정과 관련, 지난 9일 거래소 이사장과 임직원들을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미공개 중요정보 이용행위 금지) 혐의로 서울경찰청에 고발한 상태입니다. 이들은 기심위가 열린 1월 18일 회의 시작 직후부터 기관투자가들의 대량 매도가 진행됐다며 이미 상폐가 결정돼 있었다는 방증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따라 주주연합은 민사소송까지 진행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내비쳤습니다. 주주연합은 “회의 시작 전 이미 상장폐지 결정이라는 미공개정보 사전 유출에 대한 모든 부분을 수사를 통해 밝혀내고, 이후 민사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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