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훈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23일 “무리하게 신사업을 확장하는 것보다 기존 사업을 기반으로 시장을 확장하는 것이 사업 안정성을 해치지 않고 전반적으로 긍정적 결과를 가져오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신성장 동력에 대한 고민이 아직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내년 시장은 재차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이전 M&A 사례…KCC, 웅진, CJ제일제당 등
코로나19 이전 가장 대표적인 M&A는 지난 2018년 9월 KCC(002380)의 모멘티브 인수다. 3조600억원 규모였는데 당시 변동성 높은 실리콘 사업 증가로 사업위험이 확대되면서 신용위험이 증가했다.
여기에 2020년 기존 사업인 건재재와 해외 도료 부문 업황이 악화되고 모멘티브마저 수익성이 떨어지면서 인수효과는 퇴색했다. 이로 인해 MOU 체결 당시 ‘AA 안정적’이었던 신용등급은 이후 ‘AA 부정적’으로 전망이 하향됐고, 2020년 5월 결국 ‘AA- 안정적’으로 강등됐다.
2018년 11월에 이뤄진 CJ제일제당(097950)의 슈완스 인수는 이와 반대인 경우다. 약 2조원이라는 인수비용 마련을 위해 CJ제일제당의 부채비율은 2019년 177%까지 올랐다. 하지만 이후 일부 자산을 매각하고 코로나19로 가정간편식이 주목받으며 슈완스 매출이 급성장한 영향으로 재무부담을 덜게 됐다.
코로나19 이후…SK하이닉스, 대한항공, SKE&S 등
코로나19 사태 이후 가장 대표적인 국내 M&A는 지난 2020년 11월 일어난 SK하이닉스(000660)의 인텔 낸드(NAND) 사업부 인수다. 90억달러 규모 M&A로 보유 현금 및 연간 현금흐름과 더불어 향후 차입을 통해 자금을 조달할 계획이다. 올해 말과 오는 2025년 3월 각각 70억달러와 20억달러를 지급한다.
김 연구원은 “인수자금 규모는 약 10조원에 육박하지만 우호적 메모리 업황, 디램(DRAM) 부문 높은 경쟁력, 업황 변동성 등으로 단기간 내 실적 개선 효과는 어려울 전망”이라면서 “신용도 변화에 중립적인 것으로 평가한다”고 분석했다.
두번째는 지난 2020년 11월 대한항공(003490)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로 약 1조8000억원 규모였다. 김 연구원은 “중기적으로 진정한 국적 항공사(FSC)로 거듭나면서 사업지위가 상화되고 노선 효율화가 이뤄지면 코로나19 이후 리오프닝 수혜로 펀더멘털이 개선될 것”이라면서 “재무 레버리지 확대로 대한항공에 부담이 되지만 인수 규모를 크게 넘어서는 대규모 유상증자로 재무안정성 저하는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세 번째는 지난 1월 이뤄진 약 1조7000억원 규모의 SK E&S의 플러그파워 인수다. 영업현금창출력이 약화된 가운데 M&A로 재무부담이 가중되고 LNG 사업투자가 지속되는 가운데 신재생에너지 관련 투자 확대가 지속되면서 재무구조 저하 가능성은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마지막은 지난 6월 이마트(139480)의 이베이코리아 인수다. 인수금액은 3조4000억원이다. 이에 따른 부채비율은 112.8%에서 153%로, 순차입금은 4배에서 5.8배까지 증가할 전망이다.
김 연구원은 “급변하는 소매유통시장에서 온라인과 오프라인 시장점유율 우위 확보라는 점에는 의의가 있다”면서 “지속적으로 경쟁우위를 유지할 수 있을지는 단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현재 이마트는 다양한 자산매각을 통해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노력을 진행 중이며, 아직까지 신용등급 변동 수준의 커다란 신용위험 변화는 없다.
김 연구원은 이러한 M&A 사례의 공통점으로 재무적 부담을 상홰할만한 수익성 개선이나 사업지위 향성이 없는 경우 재무리스크가 현실화 했다는 점을 꼽았다.
김 연구원은 “과감하게 신사업에 뛰어든 많은 기업들 중 기존 사업 수익성이 뒷받침 되지 않은 경우 신용등급이 하향됐다”면서 “반면 안정적인 사업기반을 바탕으로 유과 사업을 확장하거나 인프라를 적절히 활용한 경우 우호적 시장환경이 뒷받침될 때 실적 개선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무리하게 신사업으로 확장하는 것보다 기존 사업을 기반으로 시장을 확장하는 방식이 사업 안정성을 저해하지 않고 시너지 창출을 통해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