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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미국이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 철군을 공식 완료했다. 지난 2001년 9·11 테러 이후 이어진 미국과 탈레반간 20년 전쟁이 공식적으로 끝난 것이다. 미국이 떠난 아프간은 이제 탈레반이 장악하게 됐다.
전쟁은 일단 종지부를 찍었지만 남은 과제는 더 산적하다는 평가다. 미국은 경찰 국가로서 탈레반이 지배할 아프간 문제에서 손을 완전히 떼는 어렵기 때문이다. 당장 탈레반 정권과 관계 설정을 어떻게 하느냐부터 문제다. 이에 더해 조 바이든 대통령의 정책 실기론까지 더해져 ‘포스트 아프간전’은 당분간 논란을 키울 것으로 보인다.
아프간 주둔 미군, 완전 철군
미국 국방부는 30일(현지시간) 아프간 주둔 미군이 완전 철군했다고 밝혔다고 AP통신 등 주요 외신들은 전했다. 미군의 C-17 수송기는 아프간 현지시간 30일 밤 11시 59분 카불 공항에서 이륙했다. 철군 시한인 31일을 불과 1분 앞두고서다.
중동 지역 작전을 지휘한 프랭크 맥킨지 미국 중부사령관은 브리핑에서 “미국의 마지막 비행기가 아프간 수도 카불 공항을 떠났다”며 “아프간 철군과 미국 시민, 제3국 시민, 아프간 현지인 등의 대피 임무를 공식 종료했다”고 말했다. 국방부에 따르면 카불 공항에서 탈출 작전이 본격화한 지난 14일 이후 약 12만3000명이 아프간을 떠났다. AP통신은 탈레반 경비대원의 언급을 빌려 “마지막 비행기가 이륙했다”고 보도했다.
이로써 지난 2001년 뉴욕 무역센터에 대한 9·11 테러 직후 치러진 미국과 탈레반의 20년 전쟁은 이날부로 공식 종료했다. 미국은 테러 배후로 지목한 알 카에다의 수장 오사마 빈 라덴에 대한 인도 요구를 당시 아프간 정권을 쥐고 있던 탈레반이 거부하자, 동맹국들과 함께 아프간을 공습했다. 무려 20년간 이어진 아프간전의 시작이었다.
미국은 아프간에 친미 성향의 정권을 세우고 2011년 빈 라덴을 사살했지만, 예상과 달리 전쟁은 20년이나 지속했다. 산악 지대 전쟁에 능한 탈레반이 게릴라전 등을 통해 끝까지 미군에 대항했기 때문이다. 아프간전은 미국 역사상 가장 긴 전쟁으로 기록됐다.
미군이 아프간에서 완전히 떠나면서 탈레반은 다시 정권을 장악하게 됐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 연방항공청(FAA)은 카불 공항이 제어 불능의 상태라고 각 항공사들에게 전했다. 탈레반이 카불 공항을 완전히 장악했기 때문이다.
자비훌라 무자히드는 탈레반 대변인은 “미군이 카불 공항을 떠났다”며 “우리는 완전한 독립을 얻었다”고 말했다. AP통신은 탈레반은 전날 자정 미군의 마지막 수송기가 공항을 떠나는 모습을 지켜본 뒤 승리를 자축했다고 전했다.
모두에 상처 남긴 20년 아프간전
그러나 아프간전은 실질적으로 결코 끝나지 않았다는 게 중론이다. 아프간 전역이 20년 전쟁으로 피폐해진 데다 무장 조직 탈레반이 정권을 잡은 탓이다. 탈레반의 아프간 현지인 보복, 여성 인권 탄압 등이 불 보듯 뻔한 상황에서 미국이 이를 수수방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한동안 전쟁 억제가 이어진 ‘세계의 화약고’ 중동이 다시 출렁일 수 있는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아프간 사태의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못할 전망이다. 그는 미군 철군 과정에서 탈레반이 예상치 못한 타이밍에 정권을 잡으면서 정치적으로 수세에 몰려 있다. 공화당 일각에서는 탄핵 주장까지 나올 정도다.
이런 와중에 바이든 대통령이 탈레반 정권과 어떤 식으로 관계 설정에 나설지 국제사회의 이목이 모인다. 특히 중국, 러시아 등 미국과 적대적인 강국들이 탈레반에 상대적으로 우호적이라는 점에서 더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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