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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애플 실적은 항상 서프라이즈다’ 증권가에선 기업 실적이 전망치를 10% 이상 웃돌 경우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실적)’라는 표현을 쓰는데요. 정확히 말하면 어닝 서프라이즈가 아니어도, 예상치를 훌쩍 넘어서는 호실적에는 곧잘 깜짝 실적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합니다.
지난해 4분기(10~12월) 실적도 그랬습니다. 애플의 첫 5G폰인 ‘아이폰12’ 시리즈의 판매 호조는 이미 알려진 재료였습니다. 월가 전문가들은 애플의 견조한 성장세를 고려해 1025억달러 정도의 매출을 예상했으나, 애플은 이를 가볍게 넘기며 1114억달러의 매출을 냈습니다.
사상 최대 분기 실적, 분기 매출 첫 1000억달러(약 112조원) 돌파 등은 이미 많이 들으셨을 텐데요. 꼼꼼히 들여다보면 애플이 지난해 쉽지 않은 환경에서 얼마나 ‘잘 벌었는지’를 새삼 느끼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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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최대 매출보다 놀라운 30% 영업이익률
더 놀라운 건 영업이익률입니다. 작년 4분기 애플은 매출 1114억달러에 영업이익 335억달러를 기록해 30%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했습니다. 삼성전자의 영업이익률(15%)의 2배 입니다. 삼성전자가 제조업 중에서 영업이익률이 낮지 않은데도 말이지요.
외형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에서 매출도 중요한 지표지만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의 특성상 사업을 통해 벌어들인 돈, 즉 영업이익과 이익률은 핵심지표입니다. 영업이익률이 높다는 건 기업이 그만큼 효율적으로 사업을 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똑같은 매출을 내도 더 많은 돈을 남긴다는 것이니까요.
애플의 영업이익률은 전분기(23%)나 지난해 같은 기간(28%)과 비교해도 올랐습니다. 영업이익률이 오르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인데요. 인건비나 마케팅비와 같은 비용 지출이 줄었거나 마진율이 높은 상품을 많이 팔았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4분기는 애플에는 두 가지가 모두 해당됐습니다. 코로나19로 오프라인 매장을 불가피하게 상당기간 닫아야 했고, 대규모 행사는 모두 온라인으로 대체됐습니다. 그런 와중에도 신작 ‘아이폰12’ 시리즈 중 최상위 모델인 프로맥스의 비중은 전작에 비해 늘었으며, 무선이어폰 제품 중에서도 가장 고가의 ‘에어팟 프로’ 비중이 확대됐습니다. 코로나19로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프리미엄은 불황을 타지 않는다’는 명제를 입증한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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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가지 주목할 점은 아이폰 매출이 크게 늘었음에도 불구하고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오히려 감소했다는 겁니다. 지난해 4분기 애플 전체 매출에서 아이폰이 차지하는 비중은 59%로 2019년(61%)에 비해 2%포인트(p) 줄었습니다.
큰 차이가 아니라고 볼 수도 있지만 덩치가 큰 아이폰 매출이 전년동기대비 17% 늘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다른 부문이 아이폰 이상으로 성장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입니다. 노트북과 태블릿, 웨어러블은 물론 서비스 매출 역시 모두 두 자릿수대의 매출 증가율을 기록했습니다.
이는 단지 고른 성장 이상의 의미를 갖는데요. 애플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SW)·서비스를 함께 하는 기업이기 때문입니다. 애플은 기기와 운영체제(OS)를 모두 만들고 콘텐츠(앱)까지 서비스하는 유일한 기업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기기간 연동성이 뛰어나 한번 애플 생태계에 발을 들여 놓으면 쉽게 나가지 못하도록 하는 ‘락인’ 효과가 강합니다.
아이폰의 매출 비중이 줄면서 전체 매출은 늘어난다는 것은 애플 제품군 안에서 선순한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예를 들어 지난해 기준 아이폰 사용자는 약 10억명인데, 이들이 보유한 애플 제품의 수는 평균 1.65개로 전년대비 10% 증가했습니다. 아이폰 외에도 맥북, 아이패드, 애플워치 등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고 있단 겁니다.
이같은 현상이 지속될 경우 애플이 신성장동력으로 키우고 있는 서비스 부문이 제품군과 상승효과를 일으키며 ‘과실’을 따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애플이 최근 몇 년간 애플TV, 애플 아케이드 등의 서비스 상품군은 물론 가상(VR)·증강(AR) 현실, 헬스케어 등의 콘텐츠 분야를 확장하는 것도 이를 고려한 포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