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확대경]공매도 재개의 조건은 '평평한 운동장'

금융당국 "공매도, 증시 효율성 및 투명성 제고"
3월 이후 공매도 재개…불법공매도 차단에 주력
공정한 룰 위해 '개인 공매도' 예정대로 확대해야
  • 등록 2021-01-05 오전 5:30:00

    수정 2021-01-05 오전 5:30:00

[이데일리 양희동 기자] “무차입(불법)공매도와 달리 차입공매도는 주식시장의 효율성과 투명성을 높이기 때문에 전 세계 선진시장에서 널리 허용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오는 3월 15일로 끝나는 공매도 금지 기간 이전에 불법공매도 적발 시스템 구축을 마무리하기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 다음달까지 관련 규정 개정 및 시스템 개발을 마치고, 올 3분기 중에 ‘공매도 거래 종합 모니터링 시스템’도 적용할 계획이다. 또 불법공매도에 대한 처벌 수위를 강화한 자본시장법 개정안도 3월부터 시행에 들어가는만큼 공매도 재개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은성수 금융위원장도 4일 오전 한국거래소 서울사옥에서 열린 ‘2021년 증권·파생상품시장 개장식’에서 “현재 운영 중인 증권시장 불법 집중대응단의 적극적 활동을 통해 불법행위는 반드시 적발·처벌된다는 인식을 확산시키겠다”며 “불공정거래에 대한 과징금 도입 등 제재의 실효성을 제고하여, 공정한 시장질서를 확립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우리 증시는 ‘코로나19’ 사태에도 불구하고 ‘동학개미운동’이라 불리는 개인 투자자들의 활발한 시장 참여로 유례없는 상승세를 이어갔다. 코스피 지수는 지난 한 해 30.75%가 올라 주요 20개국(G20) 증시 중 가장 큰 폭의 상승세를 보였고, 새해 첫 개장일인 이날 2900선을 돌파하며 3000선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그러나 코로나19 3차 대유행과 함께 변이 바이러스까지 확산되고 있어, 향후 증시를 낙관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특히 개인투자자들은 우리 증시 상승을 공매도 금지의 효과로 받아들이고 있어, 공매도 재개 이후 또다시 주가 하락할 경우 거센 반발이 일어날 가능성도 크다.

금융당국은 과거 발생했던 불법공매도 관련 사건·사고가 개인투자자들의 공매도에 대한 불신을 초래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에 불법공매도의 적발 및 처벌 강화에 초점을 맞춘 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공매도가 외국인·기관 등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기울어진 운동장’이란 점에 있다. 주가가 하락하면 손실을 피할 수 없는 개인과는 달리 외국인·기관은 공매도를 활용해 수익을 극대화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당초 금융당국은 개인의 공매도 기회 확대를 위해 일본 방식의 ‘K-대주시스템’을 도입, 개인의 공매도 대여 가능 금액을 현재 20배인 1조 4000억원 규모로 늘리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었다. 그러나 은 위원장은 지난달 중순 온라인(비대면)으로 진행한 출입기자단 송년 간담회에서 “개인적으로 개인투자자는 (공매도 시장으로) 안 갔으면 한다”며 사모펀드 등 전문투자자에게만 공매도를 허용하는 방안을 타협점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외국인·기관에 이어 전문투자자까지 공매도를 추가 허용하면, 소액 개인투자자들은 손실만 오히려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또 주가 하락에 베팅하는 이른바 ‘곱버스’(곱하기 인버스) 상품이 지난해 개인투자자 순매수 3위를 기록했던 점을 감안하면, 개인의 공매도 수요가 충분하다는 반론도 나온다.

금융당국은 개인투자자를 보호하려다가 운동장만 더 가파르게 만드는 실수를 범하지 말고, 공매도 재개에 앞서 ‘평평한 운동장’ 만들기에 적극 나서야할 것이다.

(그래픽=문승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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