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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2월 추사 김정희(1786~1856)의 최고 걸작 ‘세한도’(국보 제180호)를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하면서 손창근(92)씨가 유일하게 남긴 말이다. 이외에 기증에 따른 어떤 조건도, 예우도 요구하지 않았다. 문화재계 관계자들은 “문화재를 금전적 가치로 먼저 환산하려는 사람들이 많은데 본연의 가치만 생각하는 모습에 큰 감명을 받았다”고 입을 모았다. 문화재청은 이에 지난 8일 손 씨에게 금관문화훈장을 수여했다. 문화훈장 중 최고 영예인 금관문화훈장 수여는 2004년 문화유산 정부포상 이래 처음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9일 오후 손씨를 청와대로 초청해 “‘세한도’는 ‘무가지보’, 즉 가격을 배길 수 없는 보물이라는 표현을 신문에서 봤는데 아주 공감된다”며 “대를 이어서 아주 소중한 우리나라 문화재들을 수집·보호하고 기증해 주셔서 국가가 얼마나 감사드려야 할지 모르겠다”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 이날 환담회에는 손씨를 비롯해, 차남인 손성규 연세대 교수 내외, 박양우 문체부 장관, 민병찬 국립중앙박물관장 등이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세한도’와 대를 이은 문화유산 보존과 기부에 얽힌 이야기를 나눴다.
수많은 유물과 작가 중에서도 부자는 김정희의 작품을 특별히 여겼다. 때문에 손세기 선생은 사채업자 이근태에게 저당 잡혀 있던 김정희의 ‘세한도’와 ‘불이선란도’를 큰돈을 주고 매입했다. 손창근씨는 김정희 예서의 대표작 ‘잔서완석루’를 구입 할 당시 현금이 부족하자 증권을 팔아 구입하기도 했다. 특히 ‘세한도’는 손씨가 “자식보다 귀하다”는 농담을 할 정도로 큰 애착을 가졌던 작품이다. 아들인 손성규 교수도 세한도를 집에서는 딱 1번 봤을 정도였다. 지난 2018년 대를 걸쳐 수집해 온 손세기·손창근 컬렉션 304점을 박물관에 기증하면서도 ‘세한도’ 만큼은 끝까지 놓아주지 못했었다.
한편 두 부자는 문화재 수집뿐 아니라 기부에도 앞장섰다. 손세기 선생은 생전 ‘양사언필’ 초서 등 고서화 200점을 서강대에 기증했다. 손창근 씨는 이를 본받아 2008년 국립중앙박물관에 연구기금으로 1억원을 기부했고, 2012년에는 50여 년간 나무를 심고 가꾸어 온 경기도 용인의 1000억원대 산림 약 200만평을 국가에 기부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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