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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백신 랠리’가 뉴욕 증시를 뜨겁게 달궜다. 미국 제약업체 화이자가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의 예방률이 90% 이상이라는 중간 결과가 나오면서다. 팬데믹 이후 움츠러들었던 항공주, 금융주, 에너지주 등은 폭등했다. 다만 화상회의 앱인 줌 등 초대형 기술주는 폭락을 면치 못했다.
화이자 효과…아메리칸항공 15.2%↑
9일(현지시간)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이날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2.95% 상승한 2만9157.97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1.17% 오른 3550.50에 마감했다. 반면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1.53% 하락한 1만1713.78에 마감했다.
이날 시장을 뒤흔든 회사는 화이자다. 화이자가 독일 바이오엔테크와 함께 개발하고 있는 코로나19 백신의 예방률이 90% 이상이라는 중간 결과를 내보였기 때문이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화이자가 코로나19 백신 개발의 3상 임상시험에서 참가자 94명을 분석해보니 예방률이 90%를 넘었다. 빌 그루버 화이자 의약개발팀 박사는 “코로나19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가능성을 얻은 뜻 깊은 날”이라고 말했다. 화이자 주가는 전거래일 대비 7.69% 급등한 주당 39.20달러에 마감했다.
브리클리 어드바이저의 피터 부크바 최고투자책임자(CIO)는 “90% 예방률이라는 놀라운 뉴스가 나왔다”면서 “코로나19와 싸움을 끝내는 시작이 될 것이라고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에 항공주, 금융주, 에너지주 등 팬데믹 내내 소외됐던 종목들이 일제히 폭등했다. 아메리칸항공의 경우 하루 만에 15.18% 오른 주당 13.20달러에 마감했다. 델타항공(17.03%), 유나이티드항공(19.15%), 사우스웨스트항공(9.70%) 등도 마찬가지였다. JP모건체이스(13.54%), 뱅크오브아메리카(14.19%), 씨티그룹(11.54%), 웰스파고(10.54%) 등 주요 금융주 역시 큰 폭 뛰었다. 셰브런(11.60%), 엑손모빌(12.66%) 같은 에너지주는 10% 이상 올랐다. 주요 크루즈주인 카니발의 주가 상승 폭은 39.29%에 달했다.
국제유가는 8% 이상 폭등했다. 증시처럼 원유시장 역시 백신 랠리를 편 것이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2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거래일 대비 배럴당 8.5% 폭등한 40.29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그간 유가 하방 압력으로 작용했던 수요 침체가 사라질 것이라는 기대 덕이다.
줌 17.4%↓…백신 랠리에 빅테크 울상
그러나 계속되는 증시 랠리에 변수는 있다. 미국 내 2차 팬데믹 충격이 예상을 뛰어넘고 있다는 점이다. 존스홉킨스대의 집계에 따르면 지난 일주일간 하루 평균 코로나19 신규 감염자는 10만8737명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발병 이후 사상 최대다. 누적 감염자는 처음 1000만명을 돌파했다. 900만명을 넘긴 후 불과 열흘 만이다.
화이자가 여전히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라는 점에서 이날 백신 랠리가 다소 과도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월가 공포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 변동성지수(VIX)는 3.58% 상승한 25.75를 기록했다.
유럽 주요국 증시는 미국처럼 백신 기대감에 큰 폭 올랐다. 영국 런던 증시의 FTSE 100 지수는 4.67% 상승한 6186.29에 마감했다. 프랑스 파리 증시의 CAC 40 지수는 7.57% 급등한 5336.32에,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시의 DAX 지수는 4.94% 오른 1만3095.97에 각각 거래를 마쳤다. 범유럽지수인 유로 Stoxx50 지수는 6.36% 급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