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이러한 결정으로 후폭풍이 거세다. 항공 MRO단지 설립을 둘러싸고 경남도·사천시와 인천광역시가 기 싸움을 펼치고 있다. 항공MRO는 항공기 운항과 유지에 필요한 기체·엔진·부품을 정비(Maintenance), 보수(Repair), 조립(Overhaul)하는 사업을 말한다.
인천은 올해 항공산업육성 기본계획을 발표하고 항공 MRO단지를 건립하겠다고 선언했다. 정부가 시행령을 개정한다면 인천국제공항 인근에 조성할 MRO단지가 특화단지로 선정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이미 MRO단지를 조성해 운영 중인 사천은 인천의 MRO 인프라가 부족하다며 비판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국내 MRO시장 자체가 협소한 데 인천시까지 뛰어들면 과당경쟁으로 공멸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
특화단지 선정요건 대폭 완화
21일 정부와 항공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최근 항공우주산업개발 촉진법 시행령 일부개정령안을 입법예고했다. 이번 개정안에는 항공우주산업 특화단지 지정 대상 입지를 산업단지에서 산업단지를 포함한 개별입지까지 확대했다. 항공우주산업 관련 기업과 연구소, 대학, 지원시설이 집적된 지역이라면 인근 산업단지와 연계해 특화단지로 선정할 수 있도록 했다. 현실적인 부분을 반영해 특화단지 지정을 위한 기업체 집적수를 현행 10개에서 5개로 낮춰 단지선정 기준을 완화했다.
정부는 포스트코로나 시대 동북아 항공 수요 증대를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항공MRO 관련 정비기술 개발과 인프라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한국은 MRO 업체가 17개에 불과해 MRO 물량을 상당 부분 해외에 의존하고 있다. MRO 업체는 미국 1300개, 중국 800개, 싱가포르 100개에 이른다.
산업부 관계자는 “기업의 맞춤형 연구기반 구축, 지능형 생산관리 체계지원과 특화단지 확대 지정을 통한 중소기업의 국제 경쟁력을 강화할 것”이라며 “소재·부품·장비 국산화 추진 정책과 연계해 항공우주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필수적인 핵심목표기술을 확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항공MRO 단지 확충을 두고 인천과 사천간 신경전이 뜨겁다. 정부는 지난 2014년 사천을 항공산업 특화단지로 지정했다. 이후 경남도와 사천시는 항공MRO 산업 발전을 위해 총 4229억원을 들여 MRO 단지를 조성했다.
사천 항공산업특화단지 내에서는 지난해 제주항공 B737의 초도정비를 시작으로 제주항공·이스타항공 등 국내 LCC업체의 기체 중정비를 수행하고 있다.
이어 “인천시가 올해 항공산업육성 기본계획을 발표했는데 기본적으로 MRO 인프라가 부족하다”며 “법을 개정하면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외국 MRO 업체를 유치·위탁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보조금을 지급한다. 이런 보조금 지급행위는 외국 민간기업에 특혜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국내 기업의 경쟁력 약화를 가져온다”고 주장했다.
인천시는 항공정비사업 육성에 3677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MRO단지 조성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인천국제공항 제4활주로 인근에 격납고 17개소, 계류장 20개소 외 엔진·부품 정비시설, 교육 훈련동, 행정지원센터 등을 건립할 계획이다.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직접 MRO 사업과 항공 종사자 양성 교육 등을 시행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인천국제공항공사법 일부개정 법률안’ 개정도 추진하고 있다.
인천시 관계자는 “2024년까지 항공산업육성 기본계획에 따라 항공 MRO단지를 비롯한 관련 인프라 건립을 추진 중에 있다”며 “계획에 따라 현재 5000명 이상의 항공정비 인력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 항공MRO 산업이 본격적으로 활성화하면 국내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급부상할 것이기 때문에 전문기술 인력 양성이 필요하다”며 “항공 MRO단지 설립에 속도를 내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