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화되는 미술품, 재조명되는 미술품 유통 경로
미술품은 외형적으론 인간의 의식세계를 표현한 예술작품이지만, 시장경제의 입장에서 보면 예술적 가치를 지닌 상품으로 이해된다. 미술상품을 거래하는 시장의 구성 요소는 작품의 생산자인 작가와 구매자인 고객(소장자, 위탁자, 컬렉터)이 있고, 이들의 만남을 중개하는 화랑, 갤러리, 경매회사, 아트페어, 미술관, 박물관, 정부와 기업 등이 있다.
미술품의 유통시장은 보통 3단계로 구성된다. 작가와 소비자가 직접 거래를 진행하는 1차 시장(Primary art market: Artist’s Studio Sales, Garage Sales, Flea Market), 사설 화랑이나 중개인들에 의해 거래가 이루어지는 2차 시장(Secondary art market: Secondhand Stores, Provincial Auctions, Small Antique Store), 그리고 국제적 경매가 이루어지는 3차 시장(Tertiary Art market)으로 나뉜다.
작가와 작품의 첫 만남: 1차 시장-갤러리
생산자인 화가에 의해 제작된 미술품이라는 상품이 고객과 만나는 1차 시장인 갤러리의 아트 딜러(Art Dealer) 혹은 개인 딜러일 경우에는 일반적인 도, 소매 중개인으로서의 역할뿐 아니라 예술을 이해하고 객관적으로 작품의 가치를 평가할 수 있는 감식안(그림 보는 눈)을 지녀야 한다.
아울러 미술의 새로운 흐름과 변화를 포착하는 능력, 혁신적이고 과감한 미술을 알아볼 수 있는 기민함을 갖춰야 한다. 결국 아트 딜러는 창작-향유-유통이 선순환하는 미술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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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시안 갤러리의 직원들은 전시 오픈이 임박한 시점에 컬렉터들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들은 가고시안 갤러리의 사장인 래리 가고시언(Larry Gagosian, 1945~)이 이 작품을 추천했다는 점을 강조했고, 전화를 받은 고객은 모두 해당 작품을 샀는데, 그중 25%는 어떤 작품인지 물어보지도 않고 작품을 구매했다고 한다.
당시 사이 트윔블리는 유명세가 없는 작가였고, 컬렉터들은 작품들을 직접 보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1억 원 가까이 되는 작품을 선뜻 구입했을까? 답은 간명했다. 주식투자자들이 투자 전문가의 결정을 믿듯, 컬렉터들은 미술계의 슈퍼 파워 딜러인 래리 가고시안의 결정을 무조건 신뢰한 것이다. 이처럼 아트 딜러는 미술시장에서 상품인 미술품과 시장을 잇는 교두보 역할을 담당할 뿐 아니라 아트마켓을 창조하며 한편으로는 미술계의 사업가이기도 하다.
갤러리의 자존심인 미술품으로 승부하는 생존 경쟁의 장: 2차 시장-아트페어
세계 곳곳에서 열리는 유명 아트페어에는 갤러리 관계자와 작품을 사려는 사람들뿐 아니라 미술관 관장, 큐레이터, 경매회사 관계자, 유수의 컬렉터들이 모인다. 이들은 작품을 사고파는 것 외에도 인적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고급 정보를 교환하며 잠재 소비자를 발굴하기 위해 아트페어를 찾아 나선다.
아트페어가 정착되면서 컬렉터들은 갤러리나 경매회사를 찾는 것보다 아트페어를 선호하기 시작했다. 한 공간에서 양질의 작품들을 대량으로 감상할 수 있어 편리하고 부담스러운 경매 수수료가 없는 점, 비즈니스 측면에서 인맥을 형성하기에 유용한 점 등을 매력적으로 느낀 것이다. 이에 갤러리의 명성과 영향력을 보여주는 것이 결국 미술품이기에 최상의 작품들을 선보이기 위한 보이지 않는 경쟁이 치열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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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는 1979년 미술 장터 ’화랑미술제‘를 시작으로 2015년에는 40개를 돌파했다. 2018년도 한 해 동안 운영된 아트페어만 47개였던 점을 고려하면, 아트페어에 대한 대중의 관심과 인기를 짐작할 수 있다. 초창기 아트페어는 그림 위주로 거래가 이루어졌지만, 최근에는 3차원의 조형물 아트페어를 비롯해 호텔 아트페어, 중저가 아트페어, 작가 주도 군집형 미술 장터, 공예 및 디자인 전문 아트페어 등 다양한 주제로 아트페어가 개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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