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현장] 카톡 천하 틈새 메신저 찾아보니

  • 등록 2017-11-25 오전 10:01:00

    수정 2017-11-25 오전 11:19:06

[이데일리 김유성 기자] 2010년 서비스를 시작한 카카오톡은 한국인의 생활 플랫폼이 됐다. 알려진 시장 점유율은 90%~95%다. 국내외 사용자 수를 합하면 5000만 가량이다. 이중 90%가 한국 MAU(월간 순이용자 수)라면 어지간한 한국인들은 카카오톡을 쓰고 있다.



카카오톡이 천하 통일하면서 네이버와 SK커뮤니케이션즈, 구(舊) 다음의 모바일 메신저는 추풍낙엽처럼 떨어졌다.

시장 후발주자로 들어와 점유율을 높여가는 전략을 쓰던 네이버는 2011년 네이버톡을 내놓았지만 별 성과를 못 냈다. SK커뮤니케이션즈의 네이트온은 모바일화에 전력을 내지 못했다. 다음은 ‘소녀시대’ 멤버까지 모델로 쓰며 마케팅에 나섰지만 ‘마이피플’ 띄우기에 실패했다. 웹 시대 강자들의 굴욕이었다.

PC에서는 검색이 관문 역할을 했듯, 모바일에서는 메신저가 주요한 서비스였다. 메신저라는 주도권을 카카오라는 스타트업에 빼앗기면서 기존 대형 인터넷 기업들의 조급함이 커진 건 당연지사. 김상헌 네이버 전 대표는 2014년말 한 방송사의 사내 강연에서 ‘카카오톡이 부럽고 무섭다’라고 언급했다. 그나마 ‘라인이 일본 시장에서 선전해 위안이다’고 덧붙였다.

더욱이 모바일메신저 시장은 초기 선점자가 전체를 가져가는 구조다. 앞으로 수년간은 카카오톡을 밀어낼 후발주자는 존재하기 힘들다. 다른 얘기로는 카카오톡도 국내에서는 위력이 세다고 해도 다른 나라의 선두 메신저 자리를 빼앗기 어렵다. 임지훈 카카오 대표도 카카오톡 서비스 자체로 글로벌에 나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단언한 바 있다.

절대 강자가 지배하는 세상이라도 약자가 꼭 죽으란 법은 없다. 틈새 시장을 잘 노려서 살아남은 서비스가 분명 있기 때문이다. 다만 어느정도 돈을 벌면서 사업적인 성과를 거두는 모바일 메신저는 찾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 한 번 찾아봤다.

첫번째로 주목한 모바일 메신저는 잔디. 2015년 5월에 서비스를 시작했다. 아직 손익분기점과는 거리가 있다. 다만 사용자층이 돈을 주고서라도 쓰는 기업에 몰려 있다는 게 장점이다. 페이스북 천하라고 해도 링크드인과 같은 비즈니스 네트워크는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한 것처럼.

유료 서비스가 가능하다는 점은 여러 이점이 있다. 과금 구조만 잘 갖춰지면 지속 가능한 경영이 가능하다. 모든 인터넷 비즈니스 업체들의 꿈이다.

잔디는 기본 서비스는 무료지만, 저장 용량 무제한 등의 고급 기능은 월 요금제로 부과한다. 기업마다 다르지만 쓰는 멤버 명 수에 따라 비례해 과금된다.

또 중요한 점은 기업내 직장인이 쓴다고 해도, 메신저 사용에 들어가는 비용은 회사내 ‘비용’으로 처리된다는 점이다. 이미지나 회의록 저장, 업무 진행상황 점검이 카카오톡보다 편하고, 공적 영역(잔디)과 사적영역(카카오톡 등)으로 나눌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이달까지 8만8000개의 팀이 잔디를 쓰고 있다. 매출 규모는 비공개다.

두번째는 비트윈이다. 비트윈은 2010년 이후 스마트폰 시대에 담긴 연애 풍속도를 반영했다. 유선전화 시대 연인 간 통화가 애틋했던 것처럼 스마트폰 위로 뜨는 오가는 메시지에서 사랑을 확인하는 것이다.
비트윈 사용 화면


매체는 변해도 둘만의 공간에서 그들만의 밀어를 나누고 싶다는 ‘연인들의 본능’은 그대로다. 지인부터 직장인, 가족까지 거의 모든 사람과 소통하는 카카오톡과는 공간적으로 구분시키기 싶다는 욕구다. 일과 내 생활을 분리하고 싶어 ‘잔디’를 쓰는 목적과도 맥락상 비슷하다.

비트윈의 대화방은 한 개다. 애인과의 대화방이다. 상대방도 마찬가지다. 상대방과 내가 서로 동의를 했을 때 비트윈 안에서 대화가 가능하다.

박재욱 VCNC 대표. 실제로는 사진보다 더 말랐다.
그래서 물었다. “양다리일 때는 어떻게 해야하나요?” 박재욱 비트윈 대표는 웃으며 대답했다. “스마트폰 기기 하나에는 비트윈 앱이 하나만 깔려요. 양다리, 삼다리 걸치려면 스마트폰을 별도로 마련하거나, 또다른 수를 써야 하겠죠.”

자연스럽게 조건 만남 혹은 불륜과도 거리가 멀다는 게 박 대표의 설명이다. 조건 만남을 위해서라면 불특정 다수와의 접점이 필요한데, 비트윈은 그 기능 자체가 없다.

불륜은 다른 맥락에서 가능하지 않다. 부부끼리야 상관이 없겠지만, 배우자가 모르는 사이에 비트윈 앱이 깔려 있다면 의심해볼 상황이다. ‘나’ 이외 다른 사람과 은밀한 대화를 나누며 ‘정’을 쌓고 있는 게 분명하니까.

먹고는 살까. 사용자 수가 2300만명이다. 이중 40%가 국내 유저다. 나머지는 해외 사용자들이다. 동남아와 일본 사용자들이 많다. 다만 연인들이 깨지면 서비스 이용도 중단되는 단점이 있다.

박 대표는 실사용자 수가 한 달 220만명 정도라고 했다. 사용자층이 20대 연인들로 한정돼 있을 뿐 적지 않은 숫자다. 이 정도면 이모티콘을 팔거나 광고 등의 서비스가 가능하다. 박 대표는 “손익 분기점은 ‘또이또이’ 맞춘 상태”라고 말했다. 직원 수는 60여명. 스타트업 치고 작지 않은 규모다.

불륜 혹은 조건 만남 주선 등의 ‘어둠의 메신저’ 말고 양지에서 활동하는 모바일 메신저는 진짜로 없는 것일까. 네이버가 ‘산파’ 역할을 한 ‘라인’, ‘산모’ 역할을 한 ‘스노우’는 논외로 하자. ‘잔디’를 홍보하는 토스랩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비트윈 분들이랑 자주 만나요. 우리끼리도 그런 얘기를 하는 데 정말로 없네요.”

덧붙여 전하는 ‘내용’..요새 모바일 세대 트렌드?

비트윈도 7년 가까이 서비스를 하다보니 데이터 또한 모였다. 기사 취지와는 다소 동떨어졌지만 요새 모바일 세대 연애 트렌드를 비트윈 쪽에 물어봤다. 예컨대 최근 모바일 세대의 연애 트렌드다.

커플이 깨지면 자연스럽게 비트윈 사용도 중단한다. 받았던 선물을 돌려주는 것처럼 비트윈 내 사진과 대화록을 지우는 행위로 공식적인 끝을 선언할 수 있다. 이를 갖고 대한민국 연인들의 연애 지속 기간을 추론할 수 있다.

또 물었다. “한 번 맺어진 커플은 앱을 어느정도 유지하나요?.” 박 대표는 어림 잡아서 12개월에서 13개월 정도라고 했다. 물론 결혼까지 이어지는 커플도 있고, 한 달만에 깨지는 커플도 있다. 많은 사례 수를 참고삼아 봤을 때 1년 정도 유지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재결합하는 경우는 없을까. 박 대표는 “사용자가 삭제를 해도 완전한 삭제까지는 한 달 정도 시간을 둔다”고 말했다. 한 달 내 재결합하는 경우가 많다는 얘기다. 성급한 일반화를 하면 안되겠지만, 평균적으로 교제 기간은 1년 정도가 많고, 이별후 냉각기를 갖는 시간은 한 달 정도로 봐도 될 것 같다.

비트윈도 유료 서비스가 있다. 한 달 3000원. 유튜브레드처럼 광고 없는 서비스다. 시중 커피 전문점 아메리카노 한 잔 보다 싸다. 결혼해서 40년 정도 해로해야 아이폰X 하나 살 수 있을까.

국제적으로 사용하다보니 각 국가간 미묘한 문화 차이도 감지된다. 예컨대 한국과 일본 연인 간 메시지 송수신 행태 차이다. 한국은 ‘응’ 한마디를 보내거나, 긴 문장도 짧게 쳐 보내는 경우가 많다. 줄 바꿈 하듯 문장을 끊어 메시지를 보내곤 한다.

일본 연인은 그렇지 않다. 빈번한 알람음이 상대방에 ‘폐’가 된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최대한 상대방의 심기를 거느리지 않게 하고자 한다. 긴 문장으로 한 번의 메시지로 보낼 때가 많다고 했다.

연인들이 사용하다보니 최근 연애 트렌드에 대한 설문 조사도 손쉽다. 몇 가지 소개하고 마치고자 한다. 일주일에 데이트하는 일 수는 2.79일, 이상적인 데이트 시간은 남자 8시간 8분, 여자 7시간 54분이다.

애인의 지각에 화를 내지 않을 수 있는 시간은 남자 1시간 27분, 여자 56분이다. 지금 연애를 한다면 적어도 1시간 이상 약속 시간에 늦으면 안된다는 뜻.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몸짱 싼타와 함께 ♡~
  • 노천탕 즐기는 '이 녀석'
  • 대왕고래 시추
  • 트랙터 진격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I 청소년보호책임자 고규대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