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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페어는 태교음악 CD에서 유아용 침대, 영유아 보험까지 아이를 낳아 키우는 데 필요한 모든 물품과 서비스를 망라해 판매하는 육아용품 전시회다.
태교용품, 임신부용품, 의료기기, 운동용품, 산후조리원, 유아교재, 학자금보험 등등 다양한 업체가 각각의 부스에 나와 물품과 서비스를 판매하며, 대형 전시회는 국내 업체 뿐만 아니라 영국·미국·프랑스·독일 등 해외업체도 대거 참여해 국제 전시회를 방불케 한다.
베이비페어는 상품 비교가 편리하고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는데다 다양한 할인 제공으로 싸게 육아물품을 구매할 수 있어 알뜰 엄마들 사이에서 인기다. 다만 간혹 일반 매장보다 비싸게 물품을 구매하거나 충동적으로 불필요한 제품을 사들일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특히 사은품을 앞세운 마케팅에 휘둘려 필요없는 제품을 충동구매했다가 후회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전국에서 열리는 베이비페어는 올해에만 80여회에 달한다. 2000년에는 전국을 통틀어 단 한 차례 열렸던 것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이다.
개최 횟수 뿐 아니라 행사규모도 커졌다. 베이비페어 전문 기획사인 ‘베페’가 서울 코엑스에서 16년째 개최한 베이비페어의 경우 2012년 180억원이던 매출액이 올해는 240억원으로 33%나 급증했다.
“싸고 다양해 좋은데”…문제는 충동구매
이달 중순 전국을 덮친 폭염 속에서도 서울 강남구의 한 대형전시장 앞은 오전 8시 30분부터 길게 늘어선 유모차부대로 장사진이었다. 베이비페어가 열리기 한 시간여 전부터 일찍 행사장을 찾은 엄마들이다. 아침 일찍부터 자리 잡은 사람들은 돗자리를 깔고 앉아 문이 열리기만 기다렸다.
김모(강남구 거주·32·여)씨는 “부스마다 칫솔이나 아이 목욕타월 같은 사은품을 준다. 부스마다 100명, 200명씩 선착순으로 주는데 순식간에 사라지니까 일찍 왔다”고 말했다. 김씨는 생후 9개월 된 아이를 데리고 이 곳을 찾았다. 아기띠를 둘러매고 기저귀 가방을 든 김씨가 보여준 구매목록에 적힌 물품은 10개가 넘었다.
우후죽순 베이비페어가 늘어나면서 경쟁이 치열해지자 베이비페어 참여 업체들은 고가의 경품이나 사은품을 내걸고 부모들을 유혹한다.
유아용 손수건이나 아이용 매트 등이 주로 제공되는 사은품이다.
제대혈 보험 등에 가입하면 고급 유모차를 증정품으로 주기도 한다. 지난 11일 열린 베이비페어에서 한 업체는 수십만원 상당의 호텔 숙박권을 경품으로 내걸기도 했다. 문제는 이같은 상술에 불필요한 제품을 충동구매했다가 후회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사고 나니 행사 종료”…A/S·환불 어려워
집으로 돌아간 뒤 ‘괜히 샀다’고 후회해도 환불받기가 쉽지 않다. 하자가 있는 물건을 사거나 고장날 경우 애프터서비스(A/S) 역시 마찬가지다. 베이비페어 행사장에 입주해 제품을 판매하는 업체들은 대부분 회사 규모가 크지 않아 환불규정과 A/S망이 부실한 경우가 많다. 특히 행사기간이 끝나면 업체를 직접 찾아가야 환불이나 A/S가 가능해 결국 포기하기도 한다.
한 베이비페어 관계자는 “A/S나 환불을 요구하는 전화가 걸려오면 구매한 제품을 판매한 회사의 연락처를 알려 주는 등 연결만 돕고 있다”며 “A/S나 환불은 해당 업체에서 책임질 문제이지 행사를 주관한 쪽에서는 관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베이비페어 충동구매를 피하기 위해서는 행사장에서 막연히 ‘필요할 것이다’라고 판단해 구입하기 보다는 사전에 필요한 제품 리스트를 준비해야 한다. 또 제품가격을 온라인으로 확인한 뒤 최저가와 비교해 구매하는 게 현명한 소비다.
올해 여름 둘째 아이를 출산한 지모(37)씨는 “막상 아기를 낳고나면 필요하다고 느끼는 물건이 달라진다”며 “미리 물품들을 구매해 놓기보단 그때그때의 필요에 따라 구매 목록을 정해 베이비페어를 이용하는 편이 좋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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