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브리핑]11·11 트라우마

  • 등록 2013-11-11 오전 8:12:40

    수정 2013-11-11 오전 8:13:35

[이데일리 김대웅 기자] 3년 전 오늘은 대한민국 자본시장이 ‘도이치 테러’에 아수라장이 된 날이었다. 장 마감과 동시에 모든 투자자들의 입에서 일제히 ‘헉’ 하는 탄성이 터져나왔다.

옵션만기일이었던 2010년 11월11일 코스피는 장중 연중 최고치를 경신하며 쭉쭉 뻗어나갔다. 그러나 장 마감 10분 전 사단이 났다. 오후 2시50분부터 도이치증권 창구를 중심으로 무려 2조4000억원의 매물 폭탄을 쏟아진 것. 코스피는 순식간에 53포인트 급락했고 투자자들은 혼비백산했다.

이날 서울에서는 G20 정상회담이 개최됐지만 자본시장 충격이 축제 분위기에 찬물을 제대로 끼얹은 셈이었다. 옵션만기 쇼크가 G20 관련 뉴스를 압도하고 방송과 신문을 뒤덮었다.

1년 뒤인 2011년 11월 옵션만기일도 투자자들에게는 악몽의 날이었다. 유럽 재정위기가 불거지며 코스피가 무려 5% 가까이 급락한 것. 하룻새 코스피가 100포인트 가량 떨어지자 투자자들은 그야말로 ‘패닉’에 빠졌다.

이탈리아 10년만기 국채금리가 7%를 웃돌았다는 소식에 투자심리가 크게 흔들린 가운데 옵션만기의 변동성이 겹치며 낙폭이 확대된 것이다. 이날도 외국인 투자자는 5000억원 가량 순매도하며 주가 폭락을 부추겼다.

지난해 11월 옵션만기일도 투자자들에게는 썩 유쾌한 기억으로 남아있지 않다. 대학수학능력시험으로 한 시간 늦게 열린 이날 증시는 장 초반부터 크게 위축돼 있었다. 미국 재정절벽 이슈로 간밤 뉴욕 증시가 2%대 하락률을 기록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결국 이날 코스피는 1.2% 하락한 채 장을 마쳤다.

오늘은 옵션만기일이 아니어서 그럴 일이 벌어질 가능성은 낮다. 하지만 현재 국내 증시의 분위기는 썩 좋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한달 만에 코스피 2000선이 붕괴됐고 그간 증시 상승을 이끌어 왔던 외국인은 닷새 연속 매도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그간 오름폭도 없었던 코스닥마저 동반 폭락세를 보이자 많은 투자자들의 심리가 위축돼 있다.

11월11일은 ‘농업인의 날’이면서 ‘눈의 날’이기도 하고 모 제과업체가 만들어내 어느새 사람들 사이에서 자리 잡아가는 빼빼로데이 이기도하다. 숫자 ‘1’을 닮은 과자 모양처럼 날씬해지라는 의미를 담아 친구나 연인끼리 선물을 주고받는 날, 행여나 우리 주식시장에 또 어떤 폭탄이 떨어지지는 않을까 불안해한다면 지나친 기우일까. 빼빼로가 업체가 만들어 냈다는 생각에 썩 개운치는 않지만 원래의 취지대로 ‘사랑의 아이콘’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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