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32평 아파트를 갖고 있는 박모(45)씨는 가격을 3000만원 정도 낮춰 내놓았지만 집을 보러 오는 사람이 하나도 없다고 한숨을 쉬었다. 연초부터 부동산 대책이 쏟아지면서 강남권 주택시장이 얼어붙고 있다. 거래만 중단된 게 아니라 고가 아파트단지를 중심으로 호가(呼價)도 급락하고 있다. 닥터아파트, 스피드뱅크 등 시세 조사업체에 따르면 ‘1·11대책’ 이후 3주간 타워팰리스 3차 69평형이 3억원, 양천구 목동 3, 9단지 등이 1억원 정도 호가가 떨어졌다.
◆강남 집값부터 빠지나
▲ 서울 강남권의 아파트 단지들. 최근 고가아파트와 재건축단지를 중심으로 최고 3억원까지 호가가 하락한 급매물이 나오고 있다. | |
고가 아파트가 밀집한 강남권 아파트와 달리 상대적으로 덜 오른 강북과 경기도는 여전히 강세를 보이고 있다. 닥터아파트에 따르면 ‘1·11 부동산 대책’ 이후 3주간 서울 도봉구의 아파트값은 1% 이상 올랐고, 노원(0.72%)·금천(0.71%)·구로(0.63%)·중랑구(0.62%)도 상승세를 탔다. 경기도에서 집값 소외 지역으로 꼽혀온 의정부(1.83%)·동두천(1.65%)·안산(0.98%)·시흥(0.77%)도 강세이다. 아파트 가격이 크게 오르지 않았는데다 강남권에 비해 대출 등이 상대적으로 쉽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전히 ‘강남 불패론’을 주장하는 전문가들도 많다. 강남의 수요가 많은 만큼 어느 정도 하락하면 매수세가 유입돼 반등을 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특히 지난해 서울지역 주택 공급량은 IMF외환 위기 이후 최저치인 4만 가구 이하로 떨어지는 등 주택 공급이 계속 감소하고 있다. 정부가 신도시 개발을 통해 주택을 대량으로 공급하는 지역도 경기도 외곽 지역. 강남권의 고가 주택 수요를 분산시키기에는 입지적인 한계가 많다. 최근 가격 하락세를 주도하고 있는 ‘상품’이 재건축아파트라는 점도 대세 하락과는 거리가 있다는 것. 전형적인 투자상품인 재건축아파트는 대책이 나올 때마다 1억~2억원씩 호가 하락이 있었고 시간이 흐르면 다시 반등했다는 것. ‘부동산 퍼스트’ 곽창석 전무는 “강남권 주택은 살 사람도 없지만 실제로 팔 사람도 많지 않다”며 “요즘 나온 매물은 실제 집을 팔기 위해서라기보다는 가격을 ‘테스트’하기 위해 호가를 낮추는 매물”이라고 말했다. ‘닥터아파트’ 김경미 리서치센터장은 “40~50평대 아파트는 지금도 가격 조정만 되면 사겠다는 대기 수요가 있는 만큼 큰 폭의 하락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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뱃살이론= 전국적인 수요가 있는 서울 강남권은 집값 하락기에도 다른 지역보다 가격이 늦게 하락할 것이라는 부동산 업계의 이론. 다이어트 과정에서 가장 나중에 빠지는‘뱃살’의 속성을 빗댄 것이다. 하지만 정부정책의 집중 타깃이 된 강남권의 집값이 가장 먼저 하락할 것이라는‘역(逆)뱃살론’을 주장하는 전문가들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