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선글라스는 특히 여름철 해변이나 휴양지에서 멋을 내기 위한 아이템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짙다. 그래선지 도심 혹은 동네에서 선글라스를 착용한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없을뿐더러 가끔 만나더라도 건방지다거나 유난을 떤다는 시선으로 바라보곤 한다.
그러나 선글라스는 백내장 등 안질환의 주요 위험인자로 알려진 자외선으로부터 눈을 보호하는 가장 쉽고 확실한 방법이다. 김용찬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안과 교수는 “피부를 보호하는 자외선차단제의 역할에 대해서는 누구나 알고 있다. 눈도 마찬가지다”며 “자외선은 피부뿐 아니라 눈 건강에도 영향을 주는데, 눈의 가장 바깥에 위치한 각막부터 안쪽의 수정체와 망막까지 도달하면서 다양한 안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 맑은 날이나 흐린 날이나 외출 시엔 선글라스 착용해야
자외선은 파장에 따라 UV-C(100~280nm), UV-B(280~315nm), UV-A(315~400nm)로 구분한다. 이 가운데 눈 건강을 위해 신경 써야 할 자외선은 UV-B(중파장)와 UV-A(장파장)다. 피부에 깊게 침투하는 UV-A는 각막은 물론 수정체와 망막까지 침투한다. 반면 짧은 시간에 피부 표면에 화상을 입히는 UV-B는 대부분 각막에만 흡수되지만, 눈에는 더 안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다. UV-B는 99%, UV-A는 50% 이상 차단하는 선글라스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UV-C는 대부분 오존층에서 흡수돼 지표에 도달하지 못한다.
김용찬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안과 교수는 “자외선은 맑은 날이나 흐린 날을 가리지 않고 항상 지표면에 도달하기 때문에 날씨와 상관없이 외출할 때는 항상 선글라스를 착용하는 것이 좋다”며 “특히 구름이 낀 날은 자외선이 산란, 반사돼 맑은 날보다 더 강할 수 있다. 흐린 날 자극감이나 눈부심이 없더라도 자외선 차단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다.
◇ 선글라스 렌즈 색깔 진할수록 자외선 차단 효과 높은 건 아냐= 해외에서는 계절과 상관없이 선글라스를 쓰는 사람들이 정말 많다. 외출할 때 우리가 휴대전화를 챙기듯 선글라스를 챙기는 것이 일상이다. 이런 경향은 백인에게서 더 자주 보인다. 이는 눈동자 색과 연관이 있다. 푸른 눈, 초록 눈 등 밝은 눈동자 색을 가진 인종은 어두운 색 눈동자를 가진 인종보다 태양광이나 자외선으로부터의 보호 기전이 약해 각종 안질환에 취약하다. 미국이나 유럽의 백인들, 중동 지역의 눈동자 색이 밝은 사람들이 선글라스를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이유다.
우리나라 사람들처럼 까만 눈동자는 빛을 적게 받아들여 낮에는 눈부심이 적지만, 밤에는 사물을 식별하기 어렵다. 반면 눈동자 색이 밝은 사람들은 빛을 많이 받아들여 낮에는 눈부심이 심하지만, 밤에는 적은 양의 빛만으로도 사물을 쉽게 식별할 수 있다. 이렇듯 서양인들의 선글라스 착용이 많은 건 빛에 대한 민감도가 우리보다 높기 때문이다.
선글라스 렌즈 색깔이 진할수록 자외선 차단 효과가 높은 것은 아니다. 렌즈 색상이 진할수록 눈부심이 감소하는 건 맞지만 자외선 차단과는 관계가 없다. 오히려 렌즈 색만 짙고 자외선 차단율이 낮은 선글라스를 착용하면 빛의 양을 늘리기 위해 동공은 확장되고 자외선 노출은 증가해 더 안 좋은 영향을 미친다. 일반적으로 컬러 농도가 75~80% 정도로 사람 눈이 들여다보이는 렌즈를 추천한다.
◇시력은 초교 고학년에 완성… 어린이 선글라스 착용 시 주의해야
어린이나 청소년같이 시력 발달에 예민한 시기에는 선글라스의 선택에 보다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유아기는 시력이 계속 발달하는 성장기라 성인보다 수정체가 투명해 자외선이 더 깊게 침투할 수 있다. 하지만 반대로 선글라스를 장시간 쓰면 오히려 시력 발달에 방해가 되기도 한다.
김용찬 교수는 “사람의 시력은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 어느 정도 완성된다”며 “어린이나 청소년은 자외선이 강한 시간대에 선글라스를 착용하도록 하되, 활동이 많은 아이라면 안전을 위해 파손 위험이 상대적으로 적은 카보네이트 재질로 된 렌즈를 착용하는 것이 좋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