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유준하 기자] 현지 시간으로 지난 22일 주주총회 및 ‘배터리 데이’를 진행한 테슬라에 대해 투자자 기대치를 충족시키지 못했다는 평가가 대부분이다. 실제 이번 행사에서 주로 언급된 내용은 배터리 가격을 낮춰 보다 저렴한 자동차를 시장에 내놓겠다는 원론적인 수준이었다. 이에 향후 시범을 보일 완전 자율주행 베타 서비스와 원가 절감에 따른 실적 개선이 향후 관건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원주 키움증권 연구원은 “높아진 투자자들의 기대치를 충족시키지 못한 행사라고 판단한다”라며 “테슬라 투자자들의 기대는 테슬라가 자율주행이나 OTA(Over The Air·소프트웨어 무선 업데이트) 등으로 타 전기차 업체들과 차별화된 경쟁력을 보이고 고수익 소프트웨어 플랫폼 기업으로 발전해 나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4월에 시행한 ‘오토노미 데이’에서 일론 머스크는 자율주행 택시인 ‘로보택시’ 기술을 설명하면서 이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주행수명이 내연기관과 유사한 ‘백만마일’ 배터리를 도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때 당시 로보택시 상용화 시점도 올해 2020년으로 제시했었다.
이 연구원은 “로보택시가 가능해지면 현재 테슬라가 유료로 제공하고 있는 FSD(완전자율주행) 가격은 연간 10만 달러까지 인상 가능하다”라면서 “테슬라 오너는 로보택시 기능을 통해 연간 3만 달러 택시 사업 수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번 행사에서 주로 언급된 내용은 ‘저비용 배터리로 싼 차를 많이 만들겠다’ 정도였다. 다음달 완전 자율주행 베타서비스를 출시하겠다는 계획은 긍정적이었으나 행사의 주요 내용은 원가개선이었다는 평가다.
머스크가 말한 원가 개선의 내용은 △셀 디자인에서의 원가를 14% 개선△셀 제조에서의 원가 18% 개선△음극재 소재 원가 5% 개선 △양극재 소재 원가 12% 개선 △자동차 제조 원가 7% 개선을 통해 종합적으로 배터리팩 기준 원가를 56% 낮추겠다는 것이다.
이 연구원은 “다만 이같은 내용은 기존에 알려진 배터리 회사들의 원가 절감 방향과 크게 다르지 않다”라며 “오히려 주목할 만한 내용은 이번에 공개한 ‘4680배터리’의 양산은 2~3년 뒤이고 1기가와트(GWh) 당 투자 비용도 배터리 공정 혁신으로 기존대비 69% 감소한다는 점”이라고 꼬집었다.
향후 관전 포인트는 오는 10월에 시행 예정인 완전 자율주행 베타 서비스다. 테슬라의 자율주행 기술 발전 정도를 확인할 기회다. 이 연구원은 “약 1750억 달러로 평가받던 구글의 자율주행 자회사 웨이모 가치가 최근 1050억 달러까지 하향됐는데 가장 큰 이유가 자율주행 개발 지연 때문이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배터리 원가 절감 기술이 실적으로 얼마나 빠르게 증명되는 지도 향후 관건”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