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몰라의 IT이야기]모바일 기기 성능은 이렇게 쓰는 것: 아이패드 프로 10.5 리뷰②

  • 등록 2017-08-12 오전 8:00:59

    수정 2017-08-12 오전 8:37:43

[IT 벤치마크 팀 닥터몰라] ▶①편에서 이어 계속 (①편 보기)

◇더 넓어진 화면, 더 강력해진 그래픽 성능

사진: 이주형 백투더맥 에디터 (닥터몰라 제공)
아이패드 프로 10.5는 기존의 9.7형 아이패드에 비해 20% 더 넓은 화면을 가지고 있다. 화면이 20% 더 넓어지면서 픽셀 밀도를 유지했기 때문에 당연히 화면의 픽셀 개수 역시 20%만큼 더 늘어나게 되었다. 하지만 새 아이패드 프로의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가 감당해야 할 픽셀의 양은 훨씬 더 늘어나는데, 이는 이번 아이패드 프로의 디스플레이가 최대 초당 120번을 갱신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기존에 존재하는 대부분의 모바일 기기들이 화면을 초당 60번 갱신하는 것과 비교해봤을 때 2배에 달하는 수치이다. 디스플레이가 초당 120번을 그려내기 위해서는 어플리케이션 프로세서의 그래픽 유닛이 초당 120번만큼 화면을 그려내서 디스플레이에 넘겨줘야 함을 의미한다.

즉, 이번 아이패드 프로 10.5는 기존의 9.7형 아이패드에 비해서 최대 2.4배에 달하는 픽셀을 그려내야 한다. 이처럼 늘어난 픽셀을 그려내기 위해서는 당연히 강력한 그래픽 성능이 필요하다. 이전 세대의 아이패드 프로 역시 매우 강력한 그래픽 성능으로 무장하고 있었는데, 이번 세대의 아이패드 프로는 한층 더 강력해진 그래픽 성능을 갖추고 있다. 이전 세대의 아이패드 프로의 경우 아이패드 프로 12.9형은 총 4GB의 메모리와 128비트의 메모리 버스를 가지고 있었지만, 아이패드 프로 9.7형의 경우 2GB의 메모리와 64비트의 메모리 버스를 가지고 있었다. 그래픽 성능은 특히 메모리 대역폭에 큰 영향을 받기 때문에 같은 그래픽 유닛을 가지고도 아이패드 프로 9.7형의 그래픽 성능이 더 낮았다.

하지만 새 아이패드 프로는 아이패드 프로 10.5와 12.9 모두 128비트 버스의 4GB LPDDR4 메모리를 사용해 이런 성능 차이가 없다. 또 위에서 언급한 것과 같이 새 아이패드 프로는 지난 세대 아이패드 프로 12.9에 비해서도 더 높은 메모리 성능을 보인다. 다만 벤치마크에서 메모리 성능 향상이 확연하게 보이는 것과 달리 실제 메모리 칩셋의 동작 속도가 높아지지는 않은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A10X의 프로세서 아키텍처 변경에 의한 것으로 보여 메모리 성능 향상이 그래픽 성능에는 큰 영향을 주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그래픽 아키텍처의 관점에서 보면 애플은 전통적으로 그래픽 유닛을 공급받던 이매지네이션과 결별하면서 독자 GPU 설계를 천명했다. 실제로 쉐이더 유닛의 경우 애플이 어느 정도 커스텀을 수행했거나 독자설계를 통해 이미 자체 디자인으로 대체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런 변화는 꽤 오래전부터 이뤄져 온 것으로 보이며, 신형 아이패드 프로에 들어간 그래픽 유닛이 이전 세대의 아이패드 프로에 투입된 그래픽 유닛과 비교해서 큰 아키텍처적인 변화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대신 10nm 공정으로 제조공정이 옮겨지고 듀얼 클러스터 코어를 통해 얻어낸 전력 여유분을 이용해 그래픽 코어의 작동속도를 올린 것으로 보인다.

닥터몰라 제공
결과적으로 이런 접근을 통해 새 아이패드 프로는 전 세대 아이패드 프로 9.7과 비교해서 50%가 넘는 그래픽 성능 향상을 이뤘고 전 세대 아이패드 프로 12.9와 비교해서도 30% 이상의 그래픽 성능 향상을 보여주고 있다. 이는 상당히 인상적인 수치인데, 적어도 모바일 영역에서는 대적할 칩셋이 존재하지 않는다. 단지 분야를 모바일로 단정하지 않더라도 새 아이패드 프로의 그래픽 성능은 상당한 수준인데, 아이패드 그래픽 유닛의 클럭을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이전 세대와 아이폰 등과의 비교를 통해 대략 그 클럭을 900MHz 정도로 추정할 수 있는데, 이 경우 단정도 연산성능 기준으로 이론적 최대 연산성능은 700GFLOPS에 달한다. 엑스박스 원(Xbox One)의 연산성능이 1.31TFLOPS라는 것을 감안하면 이 수치는 상당히 높은 수치이다. 특히 아이패드 프로가 배터리로 동작하고 별도의 쿨러가 없는 기기라는 점을 생각하면 이것이 얼마나 인상적인 수치인지를 알 수 있다.

정리하자면 아이패드 프로의 그래픽 성능은 모바일 분야에서 최고라고 말해도 모자람이 없다. 스마트폰, 태블릿 시장에서는 아예 대적할 칩셋이 없는 수준의 성능 우위를 가지고 있고, 패시브 쿨링으로 동작하는 노트북 컴퓨터에 들어가는 인텔의 HD 그래픽스(Graphics) 615의 경우 단정도 연산성능이 최대 400GFLOPS라는 점을 봤을 때 아이패드 프로의 그래픽 성능이 대부분의 저전력 노트북들에 비해서도 전혀 뒤쳐지지 않는다는 것을 추측해볼 수 있다.

◇강력해진 성능을 사용자 경험으로 :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사진: 이주형 백투더맥 에디터 (닥터몰라 제공)
정리하자면 아이패드 프로는 10nm 공정으로 제조된 강력한 A10X Fusion 칩을 탑재하고 있다. 아이폰 7과 싱글코어 성능이 크게 차이가 나진 않지만, 전작인 A9X와 비교하면 싱글코어 성능도 대략 30% 정도의 향상을 보인다. 거기에 한 쌍의 코어를 추가해 멀티코어 성능 역시 크게 높였다. 특히 A10 Fusion칩과 같이 고성능 코어와 고효율 코어를 동시에 투입해 전력 효율 역시 높일 수 있었다. 그래픽 성능 역시 지난 세대의 아이패드 프로에 비해서도 향상된 성능을 가졌다. 그리고 무엇보다 메모리 성능을 크게 향상시켜 추가된 코어와 그래픽 유닛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아이패드 프로는 모바일 기기에서 거의 최상급의 디스플레이 역시 탑재하고 있다. 새 아이패드 프로의 디스플레이 패널은 120Hz의 재생률을 지원하며 더 넓은 색영역을 지원한다.

하지만 이런 성능이 사용자 경험으로 치환되지 않는다면, 이런 강력한 성능은 빛이 바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애플은 강력한 어플리케이션 프로세서의 성능과 역시 매우 강력한 디스플레이를 고스란히 사용자 경험으로 치환시키는 데 성공했다. 아직도 대부분의 PC가 60Hz의 주사율을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애플은 아이패드 프로의 최대 화면 주사율을 120Hz까지 끌어올렸다. 실제로 이 변화는 아이패드 프로를 처음 집어들자마자 체감할 수 있으며, 사용자가 기기를 사용하는 매 순간 부드러운 화면 반응에 감탄하게 된다. 애니메이션이 부드러운 것은 물론, 기기가 터치에 반응하기까지의 시간도 짧아지고 더 즉각적으로 반응하기 때문에 터치감이 향상되었다는 느낌도 받을 수 있다.

닥터몰라 제공
사실 아이패드 프로의 경우 1세대 제품에서부터 화면의 주사율을 상황에 맞게 24Hz에서 60Hz로 바꿀 수 있는 기술이 들어갔으며, 역시 1세대 아이패드 프로도 초당 120번 터치 입력을 받았으며, 애플 펜슬 입력이 들어올 경우 초당 240번 터치 입력을 받고 있었다. 사실 이 모든 기술들은 2세대 아이패드 프로에서 완성된 ProMotion 디스플레이의 핵심 기능들이다. 화면은 120회 갱신되고 있지만 운영체제가 터치 입력을 기존과 같이 1초에 60번을 받는다면 화면 갱신에 따른 이득을 온전히 누리지 못할 것이다. 특히 애플펜슬의 경우 지연 시간의 큰 부분이 16.7ms에 달하는 화면 갱신시간에 의한 것이었는데 화면의 갱신 시간이 반으로 줄어들게 되고 터치를 처리하는 CPU, GPU의 성능이 향상되어 훨씬 더 짧은 지연시간을 가지게 된다.

초당 120회 화면을 그려내고, 120회에서 240회의 터치 입력을 받아 파이프라인 방식으로 처리하는 것은 기술적인 도전이다. 실제로 120Hz의 화면 주사율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그려낼 수 있는 평균 프레임이 120Hz가 아니라, 최소 프레임이 120Hz 근처가 되어야 하기 때문에 더 넉넉한 성능이 필요하다. 그리고 애플은 이를 위해 꾸준히 모바일 기기들에 더 강력한 성능을 투입했으며 비로소 이를 충분히 처리해낼 수 있는 기기가 탄생하게 되었다. 이 외에도 컨텐츠의 색상 포맷에 따라 완벽하게 이뤄지는 컬러 매니지먼트 등의 소프트웨어는 뛰어난 하드웨어인 디스플레이를 더 빛나게 만든다. 실제로 이를 고려하지 않은 제품의 경우 광색역 디스플레이를 볼 때 색상이 왜곡되는 문제가 발생하지만 아이패드 프로의 경우 이런 문제가 없다.

사진: 이주형 백투더맥 에디터 (닥터몰라 제공)
새 아이패드 프로는 자신의 강력한 성능을 소비자가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는 사용자 경험으로 치환해서 소비자들에게 제공함으로써 모바일 기기에서 강력한 성능을 어떤 식으로 활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그리고 애플의 전례를 봤을 때 이런 변화가 언제까지고 아이패드 라인업에만 머물러 있지는 않을 것이다. 레티나 디스플레이가 그러했고, 광색역 디스플레이가 그러했듯이 곧 애플은 아이폰, 맥 제품군으로도 이와 같은 기술을 퍼뜨려나갈 것이고 이는 곧 시장 전체로 빠져나갈 것이다. 부디 이런 변화가 더 빠르게 퍼져나가 소비자의 눈을 높이고 컴퓨터 시장이 과거의 영광을 되찾을 수 있게 되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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