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선박 600년 긴 잠에서 깨어나다

충남 태안 '마도4호선' 최초 조선시대 조운선 확인
'광흥창' 적힌 목간·'내섬' 적힌 분청사기 등 300여점 출수
해양사·경제사·도자사·선박사·문화사 등 귀중 연구자료
  • 등록 2015-08-26 오전 8:39:01

    수정 2015-08-26 오후 6:57:51

마도 4호선에서 출수된 목간. 대부분에 ‘나주광흥창’(羅州廣興倉)이라 적혀 있다(사진=문화재청).


[이데일리 김성곤 기자] 바다 밑에 잠들어 있던 조선시대 선박이 600년 긴 잠에서 깨어났다.

문화재청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는 지난 4월 22일부터 충남 태안군 마도 해역에서 마도 4호선에 대한 정밀발굴조사를 진행한 결과 이 배가 조선시대 선박이라는 것을 확인했다고 26일 밝혔다. 마도해역에 조선시대 선박이 침몰했다는 기록은 있지만 발굴이 이뤄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마도 4호선에서는 ‘광흥창’이라고 적힌 목간은 물론 ‘내섬’이 적힌 분청사기 등 총 300여점의 유물이 출수됐다. 특히 유물과 선박 구조 등을 통해 조선시대 조운선(漕運船)이라는 점을 최초로 확인했다. 조운선은 국가에 수납하는 조세미를 지방 창고에서 경창으로 운반하는 데 사용한 선박이다.

마도 4호선은 마도 북동쪽 해역 수심 9~15m에 파묻혀 있다. 잔존 규모는 길이 13m, 폭 5m, 선심 약 2m로, 조선시대 선박구조를 그려놓은 ‘각선도본’(各船圖本)에서 보여주는 조운선의 특징이 보존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통 조운선은 선수 판재가 가로로, 군선은 세로로 그려지는데 과거에 확인된 고려시대 선박은 선수 판재가 세로였지만, 마도 4호선은 가로로 설치돼 있다.

아울러 좌우 외판재를 연결하는 가룡목(加龍木)이 약 2m 간격으로 6곳에 설치됐다. 고려시대 선박은 비교적 얇은 원통목을 사용했지만, 마도 4호선은 두껍고 강한 횡강력재를 사용해 선체의 견고함을 높인 것이 특징. 한층 진일보한 조선시대 선박의 모습을 띤다.

선박 내부에서 발견된 목간 60여점은 조운선의 항로를 보여준다. 목간 대부분에는 발신처인 나주와 수신처인 광흥창을 뜻하는 ‘나주광흥창’(羅州廣興倉)이라 적혀 있다. 이는 전라남도 나주 영산창에서 거둬들인 세곡 또는 공납품을 관리의 녹봉을 관리하던 국가기관인 광흥창으로 옮겼던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전 발굴한 마도 1· 2· 3호선과 달리 마도 4호선은 광흥창이라는 국가기관으로 보내는 공물을 적재했다는 점에서 조선시대 최초의 조운선으로 판단할 수 있다. 특히 일부 목간은 ‘두’(斗), ‘보리’[麥] 등 곡물의 양과 종류를 표기하고 있어 화물의 물표로 사용한 점도 확인할 수 있다.

선박 내에서 출수한 분청사기 대접과 접시 140여점 중 3점에는 ‘내섬’(內贍)이란 글자가 새겨져 있는데, 이는 조선시대 궁궐에 물품을 관리하던 내섬시(內贍寺)를 의미한다. 내섬을 분청사기에 새기기 시작한 건 관청의 명칭을 표기하도록 하는 1417년(태종 17)으로 알려졌다. 분청사기는 10점 혹은 20점 단위로 포갠 60점을 성글게 엮어 만든 망태기에 담아 포장했다. 자기를 기형별로 포갠 후 4개의 나무막대를 길게 덧대 새끼줄로 묶었던 고려시대 포장 방법과는 다른 방식이다.

이밖에 마도 4호선에서는 세곡으로 선적한 벼와 보리, ‘신증동국여지승람’ 제35권, ‘전라도 나주목 토산’ 편에 공물로 기록된 대나무숫돌 등도 함께 출수됐다.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관계자는 “마도 4호선은 1410~1420년대(태종~세종)에 물품을 싣고 항해하다가 마도해역에서 침몰했을 것으로 추정한다”며 “최초로 조선시대 조운선 구조를 확인한 만큼 해양사·경제사·도자사·선박사·문화사 등 다양한 분야에서 귀중한 연구자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마도 4호선에서 출수된 분청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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