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은 특히 그동안 자원외교 중심으로 진행돼 온 중앙아시아 국가들과의 경제협력 범위를 정보기술(IT), 섬유, 농업 등으로 확대했다. 이를 통해 유라시아를 단일 경제권으로 발전시킨다는 구상을 구체화한 것이다. 기존 자원외교도 단순한 채굴을 넘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방향으로의 업그레이드 토대를 만들었다.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은 박 대통령의 이번 순방에 대해 “중앙아시아 국가들과의 ‘상생의 경제협력’을 바탕으로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에 본격적으로 사동을 걸었다”며 “이는 앞으로 우리 경제가 나아가야 될 상당히 중요한 방향”이라고 평가했다.
우즈베키스탄서 경제협력 범위 확대
박 대통령은 지난 17일 이슬람 카리모프 우즈베키스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수르길 가스전 개발 및 가스화학플랜트 건설 △탈리마잔 복합화력발전소 건설 △가스액화사업 프로젝트의 원활한 이행에 합의했다.
또 40억 달러 규모 칸딤 가스전개발 프로젝트 등 신규 사업 추진에 있어서도 협력을 지속해 나가기로 했다. 아울러 양국 협력관계를 정보기술(IT), 섬유, 농업, 환경 등 분야로 다원화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
박 대통령과 카리모프 대통령은 이 같은 협력 다원화를 기반으로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실현을 위한 물류 교류를 확대키로 했다. 과거 실크로드의 중심국가였던 우즈베키스탄과의 물류 협력을 강화한다는 구상이다.
박 대통령은 이를 위해 우즈베키스탄이 추진 중인 교통·통신 인프라 5개년 개발 프로그램에 따른 고속도로 건설 사업이 한국 기업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해줄 것을 카리모프 대통령에게 요청했다. 또 양국은 공간정보 및 토지행정 양해각서(MOU)를 통해 정보공유를 강화하고 한국 기업 진출에 호의적인 여건을 조성키로 했다.
박 대통령은 카자흐스탄 국빈방문에서는 기존 자원외교를 업그레이드하는 데 주력했다.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계기로 발하쉬 석탄화력발전소에서 생산되는 전력을 카자흐스탄 정부에 판매하는 계약을 체결한 것이 대표적이다.
박 대통령은 이와 함께 LG화학이 참여하고 있는 아티라우 플랜트가 착공될 수 있도록 규제를 개선해줄 것을 카자흐스탄 측에 요청했다. 한국석유공사가 참여하는 잠빌 해상광구와 관련해선 채굴 단계에 진입할 수 있도록 계속 지원해줄 것을 당부했다.
신규 프로젝트 지원에도 합의했다. 박 대통령은 쉬켄트 윤활기유 생산설비 건설(현대엔지니어링 참여)이 조속히 착공될 수 있도록 협조를 구하고, 텡기즈 유전 확장 프로젝트에 한국 기업(현대엔지니어링 또는 대우조선해양)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될 수 있도록 해줄 것을 촉구했다. 아울러 듀셈바이 광구 연·아연 공동탐사(광물자원공사 참여) 계약서를 체결했다.
박 대통령과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은 자원개발에 국한된 양국 경협의 범위를 물류, 철도, 섬유, 의료, 농업 등 새로운 분야로 확대하는 데도 합의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한국 중소기업의 참여를 늘릴 수 있도록 했다.
투르크메니스탄서 13조 경제 성과
대한민국 대통령으로는 처음 방문한 투르크메니스탄에서는 약 130억달러(13조원) 규모의 경제 성과를 올렸다.
또 LG상사는 기존 키얀리 화학처리 플랜트와 갈키니쉬 가스탈황설비에서 생산되는 제품의 판매권을 확보했다. 각각 34억달러, 7억달러 규모다.
현대차는 2015~2020년에 버스 900대를 1억달러에 공급키로 했다. 투르크메니스탄이 2017 아시아 실내무도대회를 계기로 아슈하바드 시내버스를 전량 교체키로 한 데 따른 것이다.
박 대통령과 구르반굴리 대통령은 이밖에도 지능형교통시스탬, 농업 등으로 양국 경제협력을 확대키로 합의했다. 이를 위해 이중과세방지협정, 투자보장협정, 표준협력 등 제도적 지원 방안을 마련키로 했다.
◇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시동
박 대통령의 이번 중앙아시아 순방을 계기로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구현이 구체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우즈베키스탄과 카자흐스탄, 투르크메니스탄은 모두 박 대통령의 구상에 지지를 표명했고, 경제교류를 지속 확대·발전시켜 나간다는 데 합의했다.
3국으로부터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와 ‘드레스덴 구상’에 대한 지지를 확보한 점도 이번 순방의 성과로 꼽힌다. 특히 카자흐스탄은 핵을 포기한 후 경제 발전을 이룩한 나라라는 점에서 북한의 ‘올바른 선택’을 유도하는 효과가 예상된다.
주철기 청와대 외교안보 수석은 “박 대통령의 중앙아시아 순방은 외교, 경제 및 사회·문화적 측면에서 실질적 성과를 상당히 도출한 방문”이라며 “특히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를 구체적으로 구현해 나가기 위한 전략적 공감대를 확인하고, 이를 위한 추진 동력을 마련하는 계기가 됐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