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세, 정말 높을까..실효세율 따져보니 딴판

  • 등록 2013-09-18 오전 10:11:47

    수정 2013-09-18 오전 10:11:47

[이데일리 안혜신 기자] 새 정부의 ‘증세 없는 복지’ 공약과 관련해 법인세를 둘러싼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기업들은 경제활성화를 위해서는 이미 충분히 높은 수준인 우리나라 법인세율을 추가로 인상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세수가 부족한 상황에서 서민들의 마른 지갑을 짜내기보단 법인세를 건드리는 게 좀 더 효과적이라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게다가 명목 법인세가 아닌 법인세 실효세율을 놓고 봤을 때 우리 나라의 법인세가 그리 높은 수준이 아니라는 지적도 힘이 실리고 있다.

GDP 대비 법인세수 비중 3.5%..OECD 평균보다 높아

정부는 우리 나라 법인세가 다른 국가들과 비교할 때 높은 만큼 추가 인상의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우리 나라 최고 법인세율(과세표준 200억원 초과)은 현재 22%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25.4%보다 소폭 낮은 수준이다.

하지만 국내총생산(GDP) 대비 법인세수 비중으로 따져보면 상황은 달라진다. 한국의 GDP 대비 법인세수 비중은 지난 2010년 기준 3.5%로 OECD 회원국 평균 2.9%보다 높다. 미국(2.7%), 일본(3.2%), 프랑스(2.1%), 독일(1.5%) 등 주요 선진국과 비교해도 월등히 높다.

게다가 지난 2008년까지만 해도 28% 수준이었던 아시아 국가들의 평균 법인세 최고세율은 현재 22.4% 수준까지 낮아진 상태다. 태국과 베트남 등 국가들은 법인세율을 낮추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영국 역시 법인세율을 내년 21%로 낮춘 뒤 2015년 20%로 추가 인하한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이런 이유로 법인세 인상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가뜩이나 투자 환경이 좋지 않은데 세계적인 추세를 거스르면서 법인세를 높여 투자 환경을 악화시킬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법인세 실효세율은 16%..일본의 절반

하지만 법인세 실효세율을 따지고 들어가면 얘기는 달라진다. 법인세 실효세율이란 전체 세전이익에서 기업이 실제 부담하는 법인세 비율, 즉 기업이 실질적으로 부담하는 세율을 말한다. 총부담세액을 과세표준총합으로 나눠서 구한다.

국세청이 공개한 ‘2013년 국세통계 조기공개’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법인세 실효세율은 16.80%였다. 이는 지난 2011년 기록했던 16.64%, 2010년 16.56% 보다 소폭 상승한 것이다.

미국의 법인세 실효세율이 26%, 독일 29.55%, 영국 28% 등인 것과 비교할 때 우리나라 법인세 실효세율은 매우 낮은 셈이다. 특히 일본의 경우 법인세 실효세율이 우리나라의 절반 이상인 38%에 이른다.

우리나라 법인세 실효세율이 낮은 이유는 기업에 대한 공제·감면이 반영됐기 때문이다. 이렇다 보니 일부 대기업에 혜택이 집중돼 대기업 실효세율이 중소기업보다 낮은 역전현상까지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자본금 5000억원이 넘는 대기업 법인세 실효세율은 17.10%였지만, 자본금 500억원 이하 기업의 실효세율은 18.68%였다.

안창남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는 “기본적으로 우리나라 법인세율은 외국보다 낮으며, 특히 실효세율 측면에서는 우리나라와 경쟁하는 일본, 유럽 등과 비교할 때 현저히 낮다”며 “정부에서 주장하고 있는 복지재원을 마련하는데 개인소득세 분야에서 충당하기 어렵다면 법인세에서 충당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법인세 실효세율만 놓고 법인세 인상을 밀어붙이기에는 무리라는 지적도 있다. 최원석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법인세 실효세율이 낮다는 것이 법인세 인상의 근거는 될 수 있지만 해외 자본유치나 국내 기업 유치, 해외자본은 넓은 시야로 봐야한다”며 “법인세가 투자에 걸림돌이 되면 안되며, 세금 외에도 다른 요소도 충분히 고려하는 등 법인세 인상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비과세만 정비해도 향후 4년간 법인세 6.5조 더 걷어”

정부가 법인세 비과세·감면 제도를 효율적으로 정비만 해도 향후 4년간 6조5000억원의 세수를 늘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비과세·감면 현황과 정비 방안’이란 보고서를 통해 “특정 정책 목표를 위해 도입한 비과세·감면 제도의 일몰을 관행적으로 연장해 연간 30조원의 세수 손실을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2013~2014년 종료되는 비과세·감면 혜택 가운데 20개 주요항목을 분석한 결과 비과세·감면 제도를 정비하면, 2014부터 2017년까지 모두 10조5000억원의 세금을 더 걷을 수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법인세는 이 가운데 61.9%인 6조5000억원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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