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송이라 기자] 9년차 직장인 이진명(37·가명)씨는 월급통장에 늘 불만이었다. 매달 수백만원의 급여가 입금되지만 금리는 연 0.1% 정도로 사실상 무이자나 마찬가지. 인터넷뱅킹이나 해당 은행의 자동화기기(ATM)를 제외하고 정작 급전이 필요해 편의점 자동화기기(ATM)나 다른 은행 기기를 이용할 땐 수수료 혜택도 전혀 없다. 그러나 최근 이 씨는 한 신입사원의 월급통장을 보고 깜짝 놀랐다. 입출금이 자유로운 월급통장임에도 적용되는 금리는 연 4.5%. 여기에 다른 은행에서 현금을 인출할때도 수수료 면제혜택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월급통장이 진화하고 있다. ‘제로’에 가까운 금리에 ‘반쪽짜리’ 수수료 면제혜택만 제공하던 월급통장은 이젠 옛말이다. 신규고객 모시기에 혈안이 된 각 은행들은 한 번 개설하면 장기 거래고객으로 직행하는 급여이체 고객을 잡기 위해 앞다퉈 신개념 월급통장을 선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신개념 월급통장의 가장 큰 혜택은 금리. 그간 월급통장의 금리는 보통 연 0.1%에서 많아야 연 2.0% 수준이었다. 이또한 잔액이 많을수록 우대금리를 적용해 매월 월급을 받아 카드값과 공과금 등 자동이체로 다 빠져나가고 잔금만 남는 보통의 직장인들에겐 고금리는 그림의 떡이었다. 이런 문제점에 착안해 은행들은 소액예금에 더 높은 금리를 적용하는 월급통장을 내놓았다.
가장 높은 금리를 적용하는 통장은 농협 `채움스마티통장`과 SC제일은행 `직장인통장`이다. 이들 은행은 100만원 이하의 평균잔액에 해당 통장과 연계된 카드의 사용실적이 있다면 연 4.5%의 고금리를 제공한다. 100만원의 잔액이 남아있다면 과거 연0.1% 였을 때 이자는 1000원에 불과했지만 이 통장에 가입하면 4만5000원에 달하는 셈이다. 국민은행의 `KB Star*t 통장`과 우리은행의 `우리신세대통장`도 100만원 이하 잔액에 각각 연4.0%, 연4.1%의 금리를 제공하고 있다. 씨티은행의 `참좋은 수수료제로통장`은 50만~200만원 잔액에 대해 연 4.0%의 금리를 적용한다. 단 이들 통장은 주로 20~30대 사회초년생을 위한 상품이라 나이제한이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금리와 함께 가장 중요한 혜택은 수수료다. 과거에도 자신이 가입한 은행의 ATM은 대부분 무료로 이용할 수 있었다. 그러나 정작 급전이 필요할때 이용하게 되는 다른 은행에선 울며 겨자먹기로 1000원 이상의 수수료를 내야했다. 그러나 최근엔 어느 은행이건 인출수수료 없이 이용할 수 있는 월급통장이 등장하고 있다. 대체로 개인고객 유치가 절실한 외국계은행 중심으로 수수료 면제폭이 더욱 확대되는 추세다. 씨티은행의 `참좋은 수수료제로통장`은 매월 2회 씨티은행 ATM를 사용하기만 하면 모든 은행 ATM 인출수수료를 포함해 각종 수수료를 완전히 면제해준다. SC제일은행의 `직장인통장`도 전국 모든 은행의 ATM 인출수수료를 면제해준다.
이밖에 각 은행들은 월급통장에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SC제일은행의 `직장인통장`은 급여이체일 전후로 열흘 동안은 100만원 한도 내에서 무이자로 신용대출이 가능하다. 직장인들이 월급날 전후로 자동이체되는 각종 카드값과 공과금에서 예상치 못하게 `구멍`이 나는 것을 대비할 수 있는 셈이다. 신한은행은 출산 및 육아휴직 여성 직장인들을 위해 급여가 들어오지 않는 기간 중에도 급여이체시와 동일하게 6개월간 수수료를 면제하는 `따뜻한 출산(육아)서비스`를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