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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문광초에서 만난 4학년 세훈이는 최근 가장 기억에 남는 수업으로 지난 1학기 때 배웠던 ‘연극’ 수업을 꼽았다. 세훈이는 “대본부터 배역까지 모두 우리가 정하고 연습했는데 모든 과정이 처음이라 새로웠다”며 “학기 말 발표회 때는 많이 떨렸는데 선생님과 친구들이 응원해줘서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5학년에 올라가면 형·누나들처럼 영화 촬영 수업을 받고 싶다”고 말했다.
학령인구 감소에도 재학생 47명→63명
1935년 문광공립보통학교로 개교한 문광초는 역사가 89년이나 되지만 학령인구 감소 여파로 한 때 학생 수가 40명대로 급감하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 변화의 계기는 2011년 맞게 됐다. 교내 오케스트라를 창단하면서 예술교육 특성화 학교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전체 학생 수도 2017년 47명에서 지난해 63명으로 1.34배 증가했다. 지역 인구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교사들이 고군분투한 결과다.
지난해에는 교육부로부터 ‘2023년 농어촌 참 좋은 학교’로 선정됐다. 장광수 문광초 교장은 “폐교 위기를 딛고 예술교육의 강점을 가진 학교로 자리매김했다”고 말했다.
문광초의 가장 큰 장점은 학교 자율시간에서 찾을 수 있다. 한 학기 교육과정의 약 10%를 할애하는 교과 연계 수업인데 교사와 지역 예술가의 협력 수업으로 지역에서도 명성이 높다.
올해는 학교 자율시간으로 △1·2학년 뮤지컬 △3·4학년 연극 △5·6학년 영화 수업을 진행했다. 학교가 공모를 통해 해당 분야 예술가를 선정한 뒤 교사와 함께 교육과정을 짜고 수업을 진행하는 방식이다. 요즘 유행하는 팀티칭, 프로젝트 기반 수업이 동시에 이뤄진다.
학부모 김혜숙(50)씨는 “음악, 연극 등 다양한 예술교육으로 학생들의 예술적 감수성을 발굴해 준다”며 “초등학교 6년간의 문화·예술적 경험이 상급학교 진학 후에도 도움이 된다”고 했다. 학부모 이모 씨도 “학교 공부만 하는 것보다 여러 경험을 쌓는 것이 중요한데 문광초는 다양한 예술 경험을 풍부하게 제공해줘서 아이들이 인성·사회성을 키울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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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과후 학교도 문광초의 강점 중 하나다. 문광초 학생들은 방과 후 시간에 컴퓨터, 피아노, 미술 등을 배울 수 있다. 매 학기 수요·만족도를 조사한 뒤 이를 반영하기에 학기마다 새로 개설되거나 없어지는 강좌도 있다. 올해 1학기에는 △바이올린 △첼로 △피아노 △인라인 △컴퓨터 △원어민 영어 △창의공작교실 등을 열었다.
학생들이 방과 후 수업을 모두 무료로 받을 수 있다는 점도 문광초의 특징이다. 강좌당 수강료는 약 5만원이지만 시골학교 학부모들에게는 부담되는 액수다. 특히 학교 주변에 아이들이 다닐만한 학원이 없다는 점에서 문광초 학부모들의 방과 후 수업 만족도가 높다. 지난해 2학기 직후 12월에 실시한 설문조사에선 학부모 98%가 ‘방과 후 계속 참여’ 의사를 밝혔다.
6학년 임율이는 “학교에 오려면 매일 아침 통학버스를 타야 할 정도로 집이 멀지만 다른 학교에서는 볼 수 없는 방과 후 프로그램이 많아서 문광초에 입학했다”며 “방과 후 프로그램인 바이올린, 컴퓨터, 피아노, 인라인, 원어민 영어 등은 모두 처음 배우는 것들이라 새롭고 흥미로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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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광초가 2011년 창단한 오케스트라도 문광초를 지역 명물로 알리게 된 계기가 됐다. 문광초에 입학하는 학생들은 1학년 때부터 모두 오케스트라에 참여하기에 ‘1인 1악기’를 섭렵한 뒤 졸업하게 된다. 초등학교 예체능 사교육비가 매년 10% 이상 증가하는 상황이라 학생·학부모들은 학원에 다니지 않고도 바이올린·첼로 등을 배울 수 있는 오케스트라 활동을 선호한다.
5학년 서현이는 “학교 오케스트라에 참여하면서 매년 가을 주변에 있는 학교들과 함께 연주회를 한 것이 재학 중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학부모 김혜숙 씨도 “1학년 때부터 바이올린이나 첼로 같은 악기를 배워 오케스트라 활동에 참여함으로써 시골에서는 사교육으로는 꿈도 못 꾸는 예술교육 혜택을 받고 있다”고 했다.
올해 문광초 전체 재학생 수는 병설 유치원을 제외하면 55명에 불과하다. 올해 입학생이 6명으로 전년(12명) 대비 절반으로 줄었기 때문이다. 충북 괴산군 인구 자체가 2023년 3만6961명에서 2024년 3만6438명으로 1년 새 523명이나 줄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그럼에도 문광초는 ‘작은 학교’란 특징을 강점으로 만들고 있다. 교사 1인당 학생 수가 6.1명에 불과해 밀착 교육이 가능해서다. 김난희 교사는 “학생 한명 한명이 다 머릿속에 들어올 정도로 학생 개개인의 특성을 잘 알기에 매번 이를 반영한 교육과정을 만들 수 있다”며 “교외 체험학습을 나갈 때도 학생 수가 적다보니 이동이 수월하다는 점도 장점”이라고 했다.
다만 학생들이 만족스러워하는 방과 후 프로그램을 앞으로도 계속 ‘무료’로 운영하려면 예산 지원이 필수적이다. 김 교사는 “매년 교육청의 공모사업이 사라질까봐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사업 신청을 한다”고 토로했다. 장광수 교장도 “오케스트라만 해도 고가의 장비와 강사료가 필요하다”며 “시골학교를 살리는 길은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데 필수적인 예산을 충분히 지원해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